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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색년필로 밑줄을 읽으며 읽어야 한다. 또 가끔은 멈추어 서서 먼 허공을 응시하며 읽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창녀가 주인공인 동화...그것은 주인공은 창녀이지만 동화책들의 결말처럼 결국 사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늘 두가지 반대적인 문제가 대비된다. <11분>에서는 성과 사랑, 도덕적인것과 비도덕적인 것, 육체와 정신의 문제가 나오듯이...그러나 작가는 두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둘 사이의 긴장감이 중요한 것이고, 무엇을 선택하건 그것에 만족하면 된다고 말한다.
서른이 좀 넘은 나이를 살면서도 나는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했음을 시인해야 했다. 그리고 사랑과 성이 같이 공존해야 함을 인정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이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 생각이였는가를 반성해야 했다. 물론 나는 아직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삶을 고수하며 살아갈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우선은 결말을 기뻐했다.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결말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마리아가 가진 결단력과 명석함..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어 잃을 것이 없다고 믿은 그녀의 배짱에 돌리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부럽다. 어쨌든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확실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말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는 또 한 번 생각한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말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말이다. 육체란 것도 말이다. 그 둘 사이의 긴장감속에서 기쁨을 얻고 그것에 익숙해 지면 더 큰 긴장감을 원하고 그런 일탈을 거듭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11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