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山이 낫다
남난희 지음 / 학고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오늘 무등산 정상을 개방한 날이다. 가을비가 가끔 뿌린다. 망중한 이랄까 점심 시간에 짬을 냈다. 최근에 읽었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와 어울리는 책이다. 소로우가 낮은 숲에서 산책을 즐겼다면 저자는 높은 산을 즐겼다. 그들은 철학자로 또는 산악인으로 비교될 수 없는 타인들이지만 숲과 산을 자신의 공간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지리산이나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이 있다. 특히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들의 치밀한 계획과 추진력은 존경할 만하다. 저자는 칠십육 일 동안 내내 한겨울 백두대간을 혼자 걸었다. 그때가 스물일곱으로 세상은 놀랐고 저자는 울었다. 여자 나이 스물아홉에 세계 최초로 희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에 올랐다. 또 세상은 놀랐지만 여전히 외로웠다. 그가 삼십대 한가운데에서 욕망의 산을 내려왔다. 지리산에서 차 향기를 나누고 조양강에서 자연학교를 꾸렸다. 이제는 화개골에서 찻잎을 따고 된장을 쑤며 낮은 곳의 편안함을 즐기고 있다.

 

  "나의 가장 큰 스승은 물론 자연이고 산이지만, 때로는 아들도 나의 스승이고, 식구처럼 지내는 닭들도 나의 스승이다.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자만심을 버리고 보면 그 어떤 대상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령 뭇 짐승들은 몸에 이상이 생기면 몸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단식을 한다. 몸을 비워서 스스로를 조절한다." 그는 지리산 자락에 정착하면서 자연의 포근함을 느낀다. 산의 정상으로 내달리던 때와 다른 인간다움을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좋다."  '15.5.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1-24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4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