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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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가장 사로 잡는 일본 작가는 마루야마 겐지다. 그의 '소설가의 각오'는 이미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이다. '구원의 손길을 뻗어 주는 것은 여자나 개, 혹은 좋은 풍경이 아니다. 잘 마른 공기다' 라고 말하는 '겐지'는 고온다습한 기후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사람 하나 없이 청정한 물만 흐르는 강가의 들판 한가운데에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 그는 거치레를 떠는 사람(작가)과는 다르다. 일본 현대문학의 '작가정신'으로 불리는 '겐지'는 문단과 언론과의 관계를 끊고 원고료 수입으로만 생활하면서 수도승과 같은 금욕주의를 육화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가족에 길들지 마라, 직장에 길들지 마라, 지배자들에게 길들마라, 목적이 없는 자는 목적이 있는 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당신을 구제할 힘은 처음부터 당신에게 있다, 당신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말고 누구도 지배하지 마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어느 참새의 위대한 죽음'에 대한 작가의 서문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마당 손질을 하다가 우연히 낙엽에 감싸인 죽은 참새를 발견한다. 외상은 없었고, 겨울이 머지않은 탓에 벌레도 꼬이지 않았었다. 죽은 새의 눈은 감겨 있었고, 깃털에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는 그 작은 죽음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 한다. 참새라는 독립된 생명체로서, 깃털 하나하나까지 자립한 젊음으로 채색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겐지는 참새의 죽음을 진정한 삶을 산 끝에 획득한 이상적인 죽음임을 자각한다. 

 

  우리가 직장인이 되려고 한 근거는 무엇이었나 싶다. 대를 이어 갈 만한 가업도 재산도 없고, 자영업을 시작하기에는 자금이 없고, 친구 대부분이 직장인이 되었고 부모와 친척 어른들도 직장인으로 살고 있으니, 딱히 이렇다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고 세상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으니 당연히 따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단련을 받는다. 특히 조직에게 길들지 않으려면 권력과 권위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산자에게 유일무이한 보물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진정한 자립이며 진정한 젊음이다. 하지만 무수한 욕망과 무수한 정념이 그 길을 가로막아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자는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가시밭길이다. 투쟁의 연속이며 숨 돌릴 틈도 없다. 사는 것의 진정하고도 깊은 맛은 자신의 확신을 갖고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1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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