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버리고 잔잔히 내려 앉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외롭고, 이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내 속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더 신기하고 놀라운 일은 나 자신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시인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를 읽으면 나를 관통하는 무엇이 그리워 진다. 한정없이 그 무엇을 끄집어 내고 싶다.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냄새 널어놓고 복사꽃 울려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사람이 오래 사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째는 자신의 몸속에 병든 장기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 그것을 이식받는 것. 두 번째는 자신의 성한 장기를 남에게 이식하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남 다른 노력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한다. 자신을 관통하는 그 무엇을 적어 보고 싶다. 길을 걷는 중에도 밥을 먹는 중에도 마음속으로 글을 써 본다. 나를 스치는 바람까지도.

  습작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묶어 보자.
 - 방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에 대해 써 보자.
 - ‘기억이 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보자.
 -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을 골라 아주 사랑하는 것처럼 적어보자.
 - 한 가지 색만을 생각하며 15분간 걸어보자.
 - 오늘 아침 자신의 모습을 적어보자.
 - 진정으로 아끼는 장소를 시각화시켜 보자.
 - ‘떠남’에 대해 써 보자.
 -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기억을 적어보자.
 -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해 적어보자.
 -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적어보자.
 - 부모님에 대해 묘사해 보자.
 - 수영하기, 하늘에 떠 있는 별, 가장 무서웠던 일, 초록빛으로 기억된 곳.
 - 자신이 동물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어떤 동물인가?

  작가는 펜과 종이 그리고 자신만이 존재하는 낯선 공간(은신처)를 찾아다니며 글을 쓴다. 그는 경청(귀 기울여 듣기), 성찰(깊은 이해심으로 생각), 명상(통찰을 통한 행동)을 반복하며 글을 쓴다. 09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