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따기', 김소월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없는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거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 '고적한 날', 김소월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맘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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