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에서 하루 밤은 상쾌했다. 안개에 싸여있던 먼 바다를 보았을때는 어떤 소설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글쓰기에 좋은 장소라는 의미는 일상에서 벗어나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방(혼자 의 방)은 글쓰기에 좋은 장소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가능한 한 비우고 생략하는 데 집중하는 생활 양식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미니소설은 원고지 분량면에서 보면 매우 짧은 미니단편이다. 그러나 미니멀은 글의 양보다는 특별한 줄거리 또는 플롯(구성)이 거이 잡히지 않는다. 무슨이 일이 일어나려는 조짐속에 있으나 명료한 논리가 포착되지 않는다. 한 편의 시도 생각난다. 김춘수의 <서풍부> 나, 김소월의 <풀따기> 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듯 쪽빛같다.

 

 

 

 

  - 풀따기, 김소월 -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여운 이 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 서풍부, 김춘수 -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에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언호고 복사꽃을 올려놓고 복사꽃을 올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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