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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평점 :
소로우(1817~1862, 미국 철학자)가 추구하는 지식은 많은 것을 알고 머리에 쌓아 두는 지식이 아나라 '순수 지성과 청정함을 위한 지혜'이며 실체가 무엇인가를 밝혀 주는 지식이다.
소로우의 글은 생각의 깊이를 아주 단순한 말로 분명히 전달해서 투명한 월든 호수의 물빛을 띠고 있다. 20세기 초, 대공황의 시기에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견뎌야만 했는데, 소로우는 아주 적은 돈으로 삶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얻었고 인생을 즐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삶에서 위안을 얻었다. 소로우의 단순한 삶은 요가 수행자의 삶을 추구하는 그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소로우는 진정으로 자신의 고향을 사랑했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이 월든 호수는 보스턴에서 가까운 콩코드 시 근처에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마을 사람들의 눈에 무의미하게 숲이나 방황하는 현실 도피자로 보이던 소로우에게 두 가지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그가 월든 호숫가의 숲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일이고, 또 하나는 부당하게 전쟁을 벌이고 인디언과 흑인을 차별하는 미국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세금 납부를 거부한 일이다. 월든에서 생활은 19세기에 출간된 가장 위대한 책으로 꼽히는 그의 대표작 '월든'을 탄생시켰고, 감옥에 갇힌 사건은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우리 나라에서도 젊은 나이에 수행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의 어록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헨리 데이깃 소로우'는 고향의 숲과 대학에서 많은 책과 글쓰기 그리고 오랬동안 숲속을 산책하면서 자유로운 인간을 꿈꾸었다. 현대인의 생활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상실하고 만다. 진정성보다는 남에게 치장된 자신을 보여줌으로서 우월의식을 늘어 놓는다. 그것은 오만과 과시로 타인을 위축시키는 속물적인 얄팍성이다. 소로우는 단순하고 진정한 생활은 자연속에 있다고 말한다.
소로우 평전을 써서 세상에 소로우를 알리는 일에 크게 기여한 헨리 솔트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게 편지를 보내 소로우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물었다. 간디는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을 읽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간디는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키기 위한 운동의 핵심으로 시민의 불복종 개념을 택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넬슨 만덜라 역시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소로우의 이념을 근본으로 삼았다. 소로우는 미국에서 자연보호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영적인선조'이다.
소로우의 부친은 '연필 제조업자'였다. 졸업생의 개인 신상명세서를 원하는 하버드 대학의 조사에 응해 소로우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을 보냈다. '나는 교사, 가정교사, 측량 기사, 정원사, 농부, 연필 제조업자, 사포 제조업자, 작가, 때로는 3류 시인이다.' 고향을 사랑했고 형을 진정으로 좋아 했던 소로우는 형의 죽음 이후에도 누나 헬렌과 오랫동안 지병에 시달려 온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잃는 슬픔을 연이어 겪는다. '나는 이런 일들이 슬프다기보다는 낯선 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내게 슬퍼할 권한이 있는가? 오직 자연에게만 슬퍼할 권한이 있다. 이 세상에서 죄 없는 것은 자연뿐이니까.' 1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