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뮤진트리) 은 서로 잘 모르는 남녀가 만나 밤만 공유하며 함께 지내기로 한다. 주인공들은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서 서로 알고는 지냈지만 친하지는 않았던 이웃이었다. 두 사람 다 일찍 혼자가 되어 살아가는 중이었다.
어느 날 밤 남자가 묻는다. '왜 하필 나였어요?' 여자가 말한다. '좋은 사람 같아서요.'. 70대가 넘은 두 남녀의 노후 삶이 참 서정적으로 그려져 긴 여운을 남겼다. 소통과 불통을 넘나들던 중년 시절 '밥 챙겨 먹으라' 는 인사가 얼마나 큰 관심과 사랑을 담고 있는지. 함께 있는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이란 걸 지금이라도 알아차리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생오지 눈사람>(오래)의 한 꼭지인 '자두와 지우개' 에서는 동네 손꼽친구였던 두 사람이 각자의 배우자와 헤어져 이웃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서로에게 좋은 친구였는데, 노년에 둘은 의지하게 되는 마음이 생겼다. 주인공은 '자두' 가 차려준 밥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는 '자두'의 소원을 듣는다. '남자랑 노래방 한번 가고 싶어.‘, 그는 할 말을 잊은 채 멍멍한 기분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자두‘의 그 말이 가시처럼 오목가슴에 걸려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