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나만빼고 다들 열렬한 예수쟁이이다.
나도 물론 철모르던 시절 세례도 받고 할짓 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에 가지 않는다.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을, 예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물론 부처님도 부인하지 않는다. 알라도.
이 지점에서 나와 우리 가족이 다른 점이겠지.
하여간, 어쨌건 나도 예수와 부처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럼 이런 얘기를 왜 하느냐...
얼마전부터 조카가 psp를 사달라고 엄마(나의 언니)를 졸랐나보다.
당연히 안사주고 버티는 실랑이가 있었고, 급기야 나의 신랑이 일본을 간다고 하니 그 녀석이 나 몰래 전화를 해서는 사다 달라고 말했다가 나에게 혼구멍이 났다.
그런데 어제 언니가 드뎌 게임기를 사주었다고 한다.
그 사준 이유가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녀석에게도 말했지만 니가 정 그렇게 그게 필요하다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사라고 하던가 노력의 댓가로 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녀석은 전 주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는 psp를 살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문과 함께 감사헌금을 냈다는 것이다. 그 감사헌금을 낸 것은 설교 후 헌금시간에 목사님이 말을 했고(이 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것 하나는 왜 교회들은 누가 뭐 냈는지 그렇게 열심히 홍보를 해주는지.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면 안되나?), 이에 '감화감동'한 언니와 형부는 그 녀석에게 기도의 응답이라고 그것을 사주었다.
난 그 얘기를 듣고는 화를 버럭 냈다.
"아니, 애가 그런 기도를 하고 헌금을 내면 야단치고 똑바로 가르쳐야지 사주긴 뭘 사줘. 예수가 산타클로스야?"
그러자 엄마는 뭔 쌩뚱맞은 소리냐는 표정이다.
"예수 믿는 다는 사람들이 맨날 하는 기도라는게 우리집 식구 건강하게 해주고, 사업 번창하게 해주고, 시험 잘보게 해주고 그 따위 기도밖에 못하냐구. 예수를 믿는 이유가 진정 그렇게 살기를 원하는 거라면 자신의 깨달음을 고백하고 그렇게 살지 못함을 반성하고 다짐하는 기도를 해야지 이게 뭐하는 거야. 그리고 내 자식 시험 붙게 해달라고 전국의 모든 예수쟁이가 기도하면 하나님은 어느 장단에 춤추냐?"
난 정말 화가 나서 한 소리였다. 애한테 똑바로 가르치라고.
그런데 모든 식구들의 뜨악한 표정과 함께 '교회도 안가는게 말이 많아'식의 화답.
아 좌절이다. OTL
내가 이래서 교회 안간다.
11월 23일이 대입시험일이다.
20일 일요일에 모든 교회 강대상에서는 대입 수험생들 떨지 않고 최선의 실력으로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목사님들이 기도를 하겠지.
과연 하나님은 누구 기도를 들어줄까?
기도대로 되는자 믿음이 강한자. 기도대로 안된자 믿음이 부족한자 또는 뭔가 하나님의 다른 뜻이 있는자.
(이걸 지금 말이라고....내가 하고도 한심하네)
첨언.
이렇게만 말하면 모든 예수쟁이를 싸잡아 욕하는게 되니 예외적 인간 하나.
내가 좋아하는 예수쟁이가 한명 있다. 아버지부터 형까지 3명이 목사란다.
그런데 그 사람은 평소 교회얘기를 잘 하지는 않지만 가끔 교회를 주제로 사람을 웃겨주는 재주가 있다.
어느날 고스톱을 치는데 그 사람이 패가 너무 잘 맞는 것이다.
그러자 그 사람 하는 말.
"우리집에 목사가 3명이거든. 이게 보통 일이 아냐. 그래서 영발 받아서 고스톱을 치면 뒷패가 저절로 착착 붙게 되어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