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묻는다
이경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이 서른이 되어 얼결에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 싶은 맘도 없었고,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생각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덜컥 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이 사회가 가하는 여자에 대한 억압과 불합리 등을 뼈저리게 느끼며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워서 우울증에 편집증이 왔다. 급기야 정신과를 들락 거리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증상들을 겪었다. 동병상련이라고 그래서 더욱 끌렸다.
 '모계사회를 가다'등 여성주의적(?, 이렇게 표현하는것 말고 다른것 없나?) 글들을 많이 써온 작가의 최근 수필집이다. 작가의 나이는 나의 엄마 또래인 60대를 바라보는 50대. 최근 이혼을 했단다. 28년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작가 자신이 느낀 가부장권력에 대한 저항의 일기들이다.
 이 책을 필히 읽어보아햐 할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1. 집에 아이와 남편을 두고 여행을 가거나 장시간 외출을 하면 불안해서 전화를 계속 하게 되거나 속히 집에 돌아오게 되는 자. - 남편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 볼일들을 다 보고 느긋이 들어온다. 가끔 그런 서로의 간극을 보며 아내는 남편에게 나만큼 배려하지 않는다고 원망하게 된다. 왜 이렇게 다를까? 해결 방법은 뭐지?

2. 이혼이 가문의 수치이며 인생의 크나큰 오점이라생각하는 자 - 간혹 아이들 때문에 산다고 말하는 부부가 있는데 진지하게 한번 아이들에게 물어보시라. "우리 이혼하면 어떨것 같니?"하고.  아이들 때문에 사는게 아니라 이혼이 겁나서 아이들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3. 명절이 다가오면 심장이 벌렁거리고(두근거리다는 표현은 약하다), 무언가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저주스러운 자 -우리 엄마는 왜 외할아버지 추도예배를 드리지 않으실까?

4.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라는 드라마 대사에 매우 분노하는자, 로맨틱 하다고 생각하는자 - "사실 자식이 남자의 것이든 여자의 것이든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다만그렇게 따져보지 않으면 삶이 불편하고 불이익을 받고 차별받는 쪽이 있기 때문이다."

5. 한번이라도 여자라서 차별받았다고 생각해 본적 있는자. 또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대우 받고 산다고 생각하는 자. 더불어 딸을 낳고 0.1초라도 섭섭하거나 시댁의 눈치를 걱정한적 있는 자 -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을 줄줄이 낳는 사람들이 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을 낳고는 자신이 아들과 동일체가 되어버린다. 자신이 여자이면서 딸과 여자를 경멸하고 천시하고 학대하는 여자들. 고부갈등의 근원이 바로 겉모습은 여자이나 내면은 남자가 되어버린 여자들로 인함이다.

6.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았고 딸이 나와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는 자. -그래서 딸에게 어머니는 사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요즘 여자들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까? 형태가 바뀌었다고 한다. 시집의 아들을 낳는 것이 아니라 '내 아들'을 낳아서 그 아들을 통해 남성중심사회의 중심에 들어가려 한다. 내 자신이 주체적 중심이 되기보다는 현재는 남편을 장악하여 미래는 아들을 장악하여 그들을 성공시켜 중심에 나아가려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아이와 남편의 성공을 위해 몸바쳐 희생하는 여자들을 보기 어려운게 아니다.

작가가 3-40대 여성이었다면 설득력이 좀 떨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60에 다가서는 작가의 인생연륜은 많은 동감을 자아낸다. 자식에 대한 생각이나 가족에 대한 긍정 등 나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바로 그게 우리 어머니에게서 볼 수 있는 점들이다. 그렇게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정서의 할머니(?)가 이제껏 몸으로 부딪친 여성에 관한 고민이어서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흠이 있다면, 6장 자연스럽게 산다는것은 한권의 책으로 묶기 위해 끼워 넣은게 아닌가 싶은 의혹이 들게 쌩뚱맞다.

나의 취미 오자 찾기 : 12쪽 5째줄 "네가 붙잡고 씨름한" -'네'가 아니라 '내'이다. 치명적 오타.
229쪽 아래서 3째줄 "동무들과 모이기로 남대천 어귀로 나갔다." - '모이기로 한" 탈자다.
265쪽 9째줄 '과즐' -'과줄'이라 부른다
267쪽 아래서 8째줄 "철썩철썩 갈리는" - '갈기는'이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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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1-2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구의 반이 읽어야겠군요. 5번에 다 해당될테니깐.
아....마음이 아픕니다.
겉모습은 여자이나 내면은 남자가 되어버린 여자들...
가부장제의 폭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여자들...
솔직하고 힘있는 리뷰입니다. 님의 서재소개 읽다가 큰소리로 웃었어요. ㅋㅋ
잘 보고 갑니다. 추천!

코마개 2005-01-2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언제나 이런 소리가 헛소리가 되는 세상이 올런지... 가끔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