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추석 연휴를 맞아 미리 본가(친정)에 혼자 다녀왔다. 오가며 기차에서 읽은 책이다.

기차 타고 가면서 읽기 좋은 소설이다.

 

 

 

예전부터 이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주세죽에 대해 좀더 알고 싶었다. <코레예바의 눈물>도 있지만 여성작가가 쓴 이 책으로 먼저 읽기로 했다.

 

2권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주세죽에게 그저 연민이 든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주세죽도 조국의 현실에 대한 성찰이 있어서 독립운동과 무산자혁명에 헌신했겠지만 운명의 부침에 여기저기 휩쓸려다닌 가련한 이미지가 강하다. 아이를 갖고 국경을 넘고 남편이 체포되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자 소련에서 김단야와 살게 된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건데 해방 후에도 박헌영이 주세죽을 외면하여 타국에서 쓸쓸하게 죽어간다.

 

 

매력적인 인물은 허헌과 허정숙이다. 허헌은 민족을 위한 변호사이자 딸인 허정숙의 주체적 인생을 지지하는 멋진 아버지였다. 세 여자 중에서 허정숙만이 언제나 자신의 '선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지지가 컸으리라.

 

허헌은 딸이 공산주의자들과 염문을 뿌리며 성이 다른 아이들을 낳아와도 유학갈 수 있게 도와주고 가세가 기울어도 광선치료소를 차려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만국유람기>는 읽기 전이고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단편적인 글로 허정숙을 오해했었다. 책 자체는 흥미롭지만 고명자, 허정숙, 주세죽이 연애담으로 엮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세 여자>에는 간간이 소련, 중국, 조선의 혁명가들의 염문에 대해 소개되는데 허정숙은 그들에 비하면 별로 화려할 것도 없다. 오히려 인간적이다. 첫째 남편 임원근과 이혼했으나 그가 병들었을 때 아이의 아버지로 대하며 잘 보살펴주고 세번째 남편 최창익 결혼식에 축사를 하기도 한다. 허정숙은 마음이 떠나면 질질 끄는 것 없이 관계를 정리하고 자신의 과업에 매진한다.

 

고명자 역시 주세죽만큼 가련하다. 김단야로 인해 공산주의 혁명에 가담하고 짧은 2년의 신혼 이후로 기다림의 세월이 이어진다. 출옥 이후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할 때 배운 자수로 생계를 잇고  친일에 소극적으로 협력하며 번민한다. 해방을 맞이해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여운형 선생을 양아버지처럼 섬기지만 여운형 선생은 결국 암살당한다.

 

 

 

 

 

 

 

 

 

 

 

 

 

이 고아한 표지의 책은 남편의 주문.

 

우당 이회영 아내 이은숙의 회고록이다. 우당 탄생 150주년을 맞아 36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나도 다행히 관심이 있는 책이라 언젠가 읽을 생각이다. 개화기 지식인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의 아내로서 조선과 중국을 오가며 겪었던 일이 섬세한 필치로 서술된다고. 기대된다.

 

 

 

 

 

 

 

 

 

 

 

 

 

 

이 책은 매달 말일 문화의 날에 도서관에 가서 애들 책과 바꿔온 책이다. 매달 말 마지막 수요일에 깨끗한 애들 책을 성인 책과 바꾸어준다. 우리 지역 한정이 아니라 전국 모든 도서관에서 해준다고 한다.

 

이 책은 학습만화 형식이라 4학년 아들이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다. 민비 부분이 좀 아이들 보기 이르다 생각해 안 보여주려 했는데 봐버렸다.

 

진짜일까 싶기도 한 부분도 있지만 엄청난 자료 조사에 놀라기도 했다. 임나일본부의 비논리를 밝힌 부분이 감동적이다.

 

*

 

오늘부터는 며느라기

 

나는 이제 우리 본가, 남편의 본가도 다 편하지 않은 결혼 13년차.

 

잘 마치고 와서 남은 연휴는 읽기로 했던 책이나 보면서 애들 해먹여야겠다.

 

연휴는 주부에게 장장 33끼(우리집은 9월 29일부터 시작해 9일까지라)의 대장정

민족 대표 33인도 아니고 33끼라니.

 

82, 네이트판이니 육아카페 들어가서 같이 스트레스 받거나 하지 말고

뭔가 이런 사소한 감정 상함이 없는 세계로 들어가

현실의 비루함을 털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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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7-10-0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무려 33끼라니!
부디 명절증후군 비켜가길 바랍니다.

김진명은 초기 몇 권 읽다가 민족주의 성향 때문에 꺼려하는 작가인데, 저 책은 학습만화라고 하니 좀 궁금하네요.

이은숙 회고록도 궁금합니다. 이 글 못 읽었다면 저 책은 존재도 몰랐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뚜유 2017-10-05 07:14   좋아요 0 | URL
33끼.
온전히 제가 다 차린 것도 아니라 약간은 엄살이에요.

김진명 씨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이 그분을 막연히 우익 민족주의자로 알고 있었어요. 한국사 X파일에서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으려 노력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서간도 시종기>는 7월 말엔가 신문에서 보고 이제야 보려 하는데 기대되네요.
<세 여자>만큼 흥미로울듯해요.

남은 연휴 잘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