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간 뮤지션들이 낸 에세이 많이도 읽었구나.

 

*

늦가을 10월의 마지막 날에 이용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게 새삼 참 그렇다.

라디오 관계자들도 이제 그 세대는 아닌데

아직도 라디오를 주로 듣는 층이 연령대가 많이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

 

늦가을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나를 울려요...오호호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몇번 듣고 나니 11월이 되었다.

 

11월에는 흔한 중년 어머님들이 그렇듯이 장성 백양사 단풍도 보고 <보헤미안 랩소디>도 봐주었다.

 

그러고 나서 어른의 수두,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중 ㅜ.ㅠ

 

역시 이제 하루에 두 탕은 무리인가보다.

 

 

 

 

 

 

 

 

 

 

 

 

 

이석원의 신간은 읽고 싶은데

<보통의 존재> 나오고 후속작이 그냥저냥이어서 망설이고 있다.

 

최근에는 백가영님의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을 정말 잘 읽었다.

옥상달빛, 가을방학, 안녕하신가영, 악동뮤지션 등을 올해는 일상 음악으로 자주 들어서 그런지 우연히 주말에 서가에서 제목만 보고도 손이 절로 갔다.

 

안녕하신가영의 백가영님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가사들이 탄생한 배경과 일상을 담담하게 기술하는 것이 좋았다.

이런저런 책도 많이 읽고 산책, 장보기도 즐기시는구나.

 

 

행복 : 현재 맛있는 걸 먹으면서 다음에 어떤 맛있는 걸 먹을지 고민하는 것

21쪽

 

요즘의 나도 그렇다. 20대에는 그냥 살기 위해 먹어두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오늘 나랑 아이들에게 무얼 먹일까를 고민하는 게 좋다.

 

 

얼굴

 

좋은 점, 나쁜 점, 따뜻한 점, 궁금한 점, 아쉬운 점, 부족한 점 등등 무수히 많은 점들이 지나가면서 하나의 선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선들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넘을 때도 있고, 그대로 머물며 다른 선을 지나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이 잘 맞는 선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 크고 작은 각도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면이 생긴다.

사람의 얼굴은 어느 순간 변하고,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죽을 때까지 완성되는 것일까. 한 사람이 가지는 고유의 다각형을 잘 다듬고 다듬어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에 드는 얼굴로 작별했으면. 41쪽

 

사진을 보다보니 아이들 얼굴도 많이 변했지만 나도 참 많이 변해서 각진 얼굴이 점차 호호아줌마같이 변하고 있다. 과연 나도 마음에 드는 얼굴로 가족과 작별할 수 있을지.

 

 

아무리 평온하고 가지런해 보이는 인생에도 어딘가 반드시 커다란 파탄의 시절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인용)

 

쉽게 꺼내기 힘든 상처들을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꺼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한 사람과 거나하게 마시는 술자리에서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든 각자 자신만의 상처가 있을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조용히 간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상처의 날개가 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받은 상처에서 새로운 날개가 돋아 글 또는 말이 되어 날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다시 나에게로 날아와 또 다른 형태로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상처 없는 인생도 좋겠지만, 깊은 상처를 소중히 간직하는 인생도 멋질 것 같다.

 

145쪽

 

 

정말로 공감한다.

 

일상에서 상처나 비밀을 말하면 너무나 버거운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그런지 항상 아이들, 날씨, 티브이 프로그램 정도를 간단히 이야기하는 정도로 족하다.

 

 

가영님이 길거리 좌판 할머니에게 나물  몇 천원어치 사고 2,800원짜리 오렌지 주스를 사서 꼭 드리려 하는 것도 좋았다. 전에는 생각 복잡하게 머리 굴리고 이런 거 드리면 오히려 싫어하시진 않을지 했는데 이제 생각나면 뭐라도 바로 드리는 게 서로에게 남는거. 싫어하시면 누구 드려도 되고 그분 마음이고.

 

그래도 이게 생각만큼 잘 안 된다.

 

단지 앞에서 자주 야채랑 과일을 늘어두고 파는 아저씨 핫초코 드리고 싶었는데도 못하고 있다.

 

*

독립서점에 자주 보이는 소소한 에세이들도 보고 있다.

 

 

 

이기준 < 저, 죄송한데요 > 이분도 딱 나같다.

길가에서 누군가가 저 죄송한데요 하고 말걸기 좋게 생겼고 상황 파악이 늦다. 광주 이사 와서 신천지로 의심되는 동네 언니 덕분에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 아니지 엮인 기억이 난다.

 

 

소소한 에피소드가 다 내 이야기

취향을 따라잡긴 어렵겠다. 생소한 브랜드가 있는 걸 보니.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소심은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헷갈립니다. <저 죄송한데요, 118쪽)

 

 

내가 아마 그렇지 않을까.

 

소심해서 배려를 많이 하게 되는 건지 배려하다 보면 소심해지는 건지.

 

소심과 배려 사이 어딘가를 걷다가 결국 못하는 일이 많아진다.

 

 

 

 

 

 

 

 

 

 

 

 

 

 

 

 

 

 

올해는 이기호 작가님 책도 많이 샀구나.

신기하게 같은 지역 사는 게 뭐라고 그래도 우리 지역에 사는 ? 활동하시는 ? 신형철, 이기호, 나희덕, 정유정 님 책을 여기 살며 자주 보았다.

 

나도 증언록 식으로 감상을 적어볼까?

 

 

알라디너( 4 ? , 여성)

 

아니 욥기 43장이라니 이렇게 낚으셔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대상포진에 걸려 쿡쿡 쑤시고 아픈 중년 아줌마에게 이렇게 큰 시련을 주다니 ......욥의 친구들과 다를 바 없네요.

 

그러니까 방화 사건 전말기라면서 밝히신 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고 저희더러 이리저리 조각난 조각보나 퍼즐 맞추듯이 큰 그림을 그려보라는 건가요?

 

또 인성으로서의 하느님을 느닷없이 소환해서는 큰 혼돈을 주시네요.

 

신자유주의, 물신주의 만연한 세상에서 최근직 장로와 주변부 이야기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분량이 짧다보니 욥의 고난에 대하는 자세, 인간이 근원적인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숙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앙인이라면 반발할 내용은 있지만 나는 엉터리 신자라 그런지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

보고 나니

대학 때 읽었던 <욥의 아내> 도 생각난다.

 

 

 

 

 

 

 

 

 

 

 

 

 

 

 

 

 

 

 

이기호 작가는 욥의 자녀들은 어떠했을까 를 상상하며 썼고

이분은 성경에 한 줄 나오는 욥의 아내에 대한 구절을 읽고 소설을 썼다.

 

욥기는 참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읽다보면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떤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는데

이건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

 

심각해지는 게 싫어 월요일 병원에서의 일화

 

 

원래는 쓸리고 피부 속까지 진짜 아프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쓸린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선생님, 그러니까 목욕탕에서 때를 잘못 밀면 진짜 아프고 쓰라리고 하는 그런 느낌이요

 

빵 터지시는 걸 참으시고 그래도 일찍 오셨으니 그 정도일 거라고 하신다.

 

다행히 면적이 넓지 않고 수포가 크지 않을 때라 입원은 안 해도 된다.

 

검색하면 다 무시무시한 후기뿐이라

이 정도에서 더 진행되지 않기를......

 

이 글도 마지막 잎새 정신으로 쓰고 있어.

 

이걸 다 쓰고 나면 덜 아플 테지...

 

*

 

약 먹은지 3일차

가렵고 욱신욱신 쑤시는 건 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 가능해 이렇게 주절주절할 수 있고 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상포진에 걸릴 정도로 무리한 기억이 없는데

죄없는 배드민턴에 책임을 물어 체육관만 안 가고 있다.

 

사실 밤에 나가는 거 힘들었는데

 

이렇게라도 쉬니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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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1-1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대상포진때문에 고생하시는군요. 예전엔 이름도 모르던 병 이름이 이젠 이렇게 자주 접하는 병명이 되었어요. 그래도 입원안해도 되는 차원에서 치료하신다니 천만다행입니다. 가려운것도 참기 힘든데 가렵고 쑤시기까지 한다니, 약 열심히 드시고 얼른 나아지시기 바랍니다.

뚜유 2018-11-15 02:33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래도 생각보다는 참을 만하고 많이 쉬고 있으니 금방 나을 것 같습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