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가르침[관리의 비밀]
TV청문회를 보면 울화가 더 치민다.
속시원히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서 답답함을 풀어주어야 할 터인데,
질문이며 답변이며 어디 하나 명쾌한 데가 없다.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진실' 에 가까운 '썰'들은 나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제정신이기는 한가,
묻고 또 되묻게 만든다.
기자들이 팩트에 양념을 좀 쳤다는 걸 감안하고 들어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판국이다.
지금의 국민들을 얕봐도 너무 얕보는 처사 아니냐 말이다.
촛불집회로 국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기 전에는
권력을 가진 자의 말 한 마디, 눈 부라림 한 번으로 모든 언로를 막아두는 것이
관리들의 몫이었나, 싶다.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데,
호가호위도 분수가 있지.
민의를 수렴하여 정치를 해나가야 할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어 행동하는 꼴이 우습다.
나라의 녹을 먹고 국가의 관리가 되면
그 말은 천금과 같고 행동은 발자국 하나 떼는 것조차 준엄하게 행해야 할 것인데
지금은 당연히 행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우니 어찌할 것인가.
[관리의 비밀]은 사실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책 속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발을 내딛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중국에서 벼슬길에 오른 인물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거나, 더 나은 곳으로
옮기거나, 그것도 아니면 남몰래 이 자리를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관리가 지켜야 할 46가지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얄팍한 술수만을 배워 자신의 몸을 보전하는 데에 활용할까 싶어 염려하는 것이다.
문맥을 하나하나 짚어 보면
그렇게까지 해서 관리의 직을 이어가려고 노력한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의 처신에 신중을 기하라는 것인데
표면의 일화들만 읽고 무작정 따라하면 어쩌나...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마냥 근심만 가득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바로 벼슬살이다. 만일 벼슬살이마저 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쓸모없는 인물이다. -이홍장
이 말을 시작으로 이 책 속에서는 하찮은 벼슬자리를 벼슬살이를 한 방법이 주루룩 흘러
나온다.
2천여 년 동안의 중국 봉건 사회 역사 속에서 한 무리의 하찮은 인물들은 권세를 누리고
관료 사회의 잠언이나 철학을 남긴 인물들처럼 '덕 쌓기'나 '학설 세우기'는 할 수 없었다.
대신 '공적 세우기'는 할 수 있었으니 이들의 벼슬살이 방법은 오로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수신을 위한 내경과 관계학을 혼합해서 사용하며 안팎으로 수련하여 영원히 쓰러짐 없는
든든한 자리를 확보한다'
면벽십년, 끈기 있게 오랫동안 수신을 하다 결국 쓰임새 있게 활용된 인물로
제갈량을 든다. 인내심의 대명사로 고적, 강인한 의지의 소진, 만능박사 강태공, 분명하게
처신하기 유국태 등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참으로 재능 있는 인물들이 낭중지추로 쓰이기 위해 어떻게 몸을 닦았는지를 깊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인물 외에
중국의 역사 속 혹은 소설 속 인물들은
관리가 되기 위해
혼인으로 인척 되기, 세도가 부인에게 접근하기, 예물로 출세하기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다소
황당한(?) 방법들이라 할 수 있으나
그 시절 관리들의 처신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단서다.
바로 이 지점은 또한 온갖 비리의 모태가 되는 곳이기도 해서
한 발 잘못 내딛은 이들이 유혹의 구렁텅이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머리를 조아리며 어리석은 체하기, 재능을 드러내지 말로 꼬리 내리기,
사소한 일은 참고 큰일 꾀하기, 꼬리를 흔들어 출세하기.
여러 방편들이 있으나 아무래도 이러한 것들은 관료 사회의 소인배로 낙인 찍히기에 딱 맞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평생의 삶을 보장해주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그 시대의 사람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출세하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뛰어난 시인으로 알고 있는 이백과 두보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투를 얻기 위한 '찾아 헤매기' 즉 '간알'을 행했는데 이것은 하찮은 인물이 벼슬길에
들어서기 위한 가장 보잘것없고 가장 수준이 낮은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간알의 길에서는 재능이 아무리 많은 인물일지라도 '좀 고쳐주십사'고 머리를 조아릴 수박에
없다. 왜냐하면 벼슬길에서는 청렴하고 고결한 자존심은 없고 오로지 뻔뻔스러움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43
예로부터 선비는 권세 있는 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로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이들은
알랑거리며 아부나 하며 벼슬살이하는 하찮은 인물들을 경멸했다. 하지만 일단 자기 자신이 벼슬길에 뛰어들려고 할 때에는 굽실굽실 비굴하게
알랑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353
관리의 길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역사의 인물들이 벼슬길에서 벌이는
행동에서
반짝이는 행동만을 금과옥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