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과 건강>이란 과목은 자연대 학생들에게 개설된 교양과목이다

신경과 성형외과 내과 등 각 과의 선생들이 한시간씩, 대략 20시간의 강의를 한다.

다른 선생이 이 과목을 내게 떠넘겨 책임교수가 된 지 2년째

학기 시작 전 난 작년에 강의한 선생님들한테 메일을 보냈다.

답은 대충 이랬다.

“나 2년 했으니 빼달라” “나 말고 이번에 내 밑에 들어온 교수한테 부탁해라”

답이 아예 없었던 경우도 있었고, 그새 그만둔 선생도 있었다.

홧김에 “관둬라 내가 다 한다”라고 할까하다가

성질을 죽였다.

그놈의 성질 때문에 고생했던 옛날 생각이 나서.

아무튼 그럭저럭 진용을 갖춰서 강의시간표를 짰다.


첫날엔 내가 교과목 소개를 했고

-건강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게 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둘째주 2번째 시간이 내 강의였다.

강의도 들을 겸 조금 일찍 들어갔다.

K 선생의 ‘류마티스 관절염’(가칭) 강의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강의 수준이 너무 높은 게 문제였다.

바빈스키 사인 같은 걸 설명도 안하고 말하고

PET 사진을 역시 한마디 설명 없이 보여준다.

수강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연대 학생들,

의대 애들도 듣는 학생이 셋 있지만 모두 예과 1학년이다.

내 팬을 자처하는, 내 강의를 듣는다고 강의실에 와 있던 본과3학년의 말이다.

“와, 저 선생님 보여주는 슬라이드 우리한테 강의하는 것과 똑같아요.”


우리나 알아듣는 의학용어들을 쓰고

난 못 알아보겠는 사진들을 보여주는 강의가

과연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의 목적에 맞는 것일까.

의대 본과2학년한테 보여줬던 슬라이드를 보여준 K 선생,

너무 성의 없다.


그 극단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나,

‘기생충에 대한 편견들’을 주제로 한 내 강의는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애들은 배운 게 없었다.

K나 나나,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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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0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07-03-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과 내용의 이 절묘한 조화란.^^

부리 2007-03-17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인생님/아 멋진 이미지와 미모의 조화.....
속삭이신 분/역시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호호호홋. 근데 엊그제 시간에 들어가 봤더니...재미있으면서 유익한 강의를 하는 교수가 있어서 말입니다...ㅠㅠ
속삭이신 분/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알 지내 보아요...^^ 글구 즐찾을 빼시다니 너무하잖아요!!!
 

 

 

 

 

개강을 한지 아직 한달밖에 안됐지만

난 2학기 시작이 5개월밖에 안남았다는 걱정을 한다.

영화를 보여줘 물의를 빚었던 비교해부학이라는 과목 때문.

나 빼고 다른 이들은 다 태평한 듯 보여서 얄밉기도 한데,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자고 할까 하다가

나만 상처받을까봐 관뒀다.


중요한 건 또다시 영화를 보여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강의평가에서 “가장 보람있는 수업이었다”라고 한 학생이 있었고

생물과 선생이 하던 시절보다 평가가 후했지만

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난 작년 말, 교과목을 개설하는 워크샵에 참석했었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운 터였다.

여기서 살짝 공개하자면

난 술을 강의 주제로 택했다.

학생들로 하여금 술 마시는 실태조사를 시키고, 술로 인한 질병에 대해서 강의하고

병리학에선 술 먹고 변한 장기를 보여주면 될 것이고

교통경찰에게 음주운전에 대해 특강을 부탁하고...

술 때문에 비타민이 부족해져 오리엔테이션이 없어지는 베르니케-코사코프 증후군 환자의

비디오도 보고(구할 수 있으려나?)

술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을 그린 책이나 영화도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대충 계획을 짜 놨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술에 관한 책을 구입했고

집에 있던 것도 학교에 가져다 놨다.

웃겼던 것 하나.

뿌리와 이파리라는 출판사에서 ‘사용설명서 시리즈’라는 걸 냈다.

한 주제에 대해 세계 각국의, 시대를 망라한 사례들을 모은 책으로

1권이 섹스, 2권이 죽음, 3권이 술 4권이 마약인데 우리집엔 앞의 세권만 있다.

난 술에 대한 책을 가방에 담았다.

근데 학교 가서 보니까...내가 가져온 건 술이 아니라 ‘섹스’였다.

평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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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3-1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욕구불만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런간가요..?? ^^

마늘빵 2007-03-1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부리 2007-03-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부끄럽습니다...
메피님/그런 게 아니라....그런 겁니다.

마법천자문 2007-03-1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해부학 시간에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머리를 비교해서 해부해보면 유익할 것 같네요. 머리는 요청만 하시면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다락방 2007-03-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부리님~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오옷

브라보. 부리님 만세!!

부리 2007-03-17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님 생각과 비슷해서 이러시는건가요?^^
달의눈물님/바베트 박사에 의하면 머리를 잘못 썼다고 해서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애써 머리 구해오지 마세요^^
 

 

 

 

 

 

지난주 금요일 점심을 같이 먹는 동안 미자는 밝고 명랑했다.

친구도 생겼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 걸 방심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끔 안부나 물어 주면 무난히 졸업시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미자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화요일, 이날은 생리학 시험을 보는 날인데, 미자는 역시 학교에 오지 않았다.

전화를 안받기에 어머니에게 전화걸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미자가 많이 아픕니다. 계속 잠만 자네요.”

오후에 미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 아파요?”

“사실은...마음이 아파요. 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내일 오면 연락해요. 저랑 얘기 좀 해요.”

알았다고 그랬다.

하지만 수요일에도 미자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목요일에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아예 제껴버린 첫주와 달리 이번주가 중요한 건

첫 시험인 생리학 퀴즈가 있는데다

해부학 실습이 이번주에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그때 보지 못한 건 다시 볼 수 없다, 이게 실습의 냉정한 법칙이었다.


난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음을 자책했다.

미자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적이었다.

결심했다. 내 관리 어쩌고를 떠나서

스캔들이 나건말건 신경쓰지 말고

이 학생을 무조건 의사로 만들자,고.

금요일 오후 4시 30분, 미자는 내 방에 있었다.

“학교에 가있으면 괜찮은데, 집에 있으면 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월요일날도 천안에 왔다가 무서워서 돌아갔어요.

하루 종일 울고...“

내 얘기를 해줬다.

“저도 본과 2학년 때 우리 과에 스토커가 있어서 학교를 안갔어요.

그랬더니 학교에서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는 아드님이 왜 학교 안오냐고 했는데

전화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어요.“

해놓고나서 이 얘기가 학생에게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았다.


어쨌든

미자한테 말했다.

“제가 여기 온지 9년쯤 되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연구도 못하고

강의도 잘 못하고, 학생지도도 잘하지 못하고...

제가 딱 하나 잘한 게 상조회 때 사회를 보며 교수들을 즐겁게 한 건데

그건 교수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아니죠.”

그녀에게 부탁했다.

“이제 전 학생을 의사로 만드는 걸 평생의 보람으로 알고 살고 싶어요.

너 거기 가서 뭐했냐 그러면 미자가 의사 되는데 도움을 줬다,라고 말할 수 있는.

좀 도와주면 안될까요?”


그녀와 난 일요일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했다.

학교 옆에 있는 원룸에서 자면 서울에서보다 학교 오는 게 덜 무서울 테니까.

해부학 선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미리 얘기를 해놨던 터라 해부학 선생은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길고 긴 본과 4년 중 미자가 제낀 3주는 별 건 아니다.

문제는 이제부터고, 내가 옆에서 지켜봐주는 길은 조금은 견디기가 수월할 거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나도 모른다.

“그 학생 안되겠네”라고 혀를 차주고 내 할 일을 한다고 뭐라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길 잃은 어린 양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교육자의 가장 큰 보람 아닌가.

미자는 내 승부욕을 자극한 첫 번째 학생이다.

그리고 이건 내 자신을 위한 싸움이다.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느끼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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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0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3-1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캡틴~ 마이 캡틴~~
부리님...부디 미자씨를 훌륭한 의사로 만들어 주세요..^^
선전을 기원하겠습니다..!!

깐따삐야 2007-03-1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상대가 아이였든, 성인이였든, 선의의 노력만으로 잘 풀리지 않는 일도 참 많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고비가 많을 것 같은데, 잘 안 된다고 해서 부리님 스스로 자책하진 마세요. 계속 힘내시기 바라구요. 미자 학생이 밝고 행복해지기를 저도 빌게요.

부리 2007-03-1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구요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메피님/오~~격려 감사합니다. 열시미하겠습니다
속삭이신 분/첨엔 스스로 걷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같이 걷더라도 의사만 만들자로 바뀌었어요... 집착으로 바뀌더라도 뭔가 하고 싶은걸요....

비연 2007-03-1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응원 보낼께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만큼 보람이 되는 일이 있을까 싶어요.

다락방 2007-03-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저도 응원 보내겠습니다. 미자씨가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부리님도 힘을 내셔야겠어요. 화이팅!!

부리님은 정말 진정으로 멋진 분이셔요!!

마노아 2007-03-1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이에요. 장기전이 되기 전에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혹시 오래 걸리더라도 먼저 지치시면 안 되어요(>_<)

비로그인 2007-03-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안하는데.
그건 너무 비관인가요?
본인이 필요를 느껴야지만 바뀐다고 생각해요 전,
아마 긴 싸움이 될 것 같은데 중도에 지치시지 말라고...
격려 드리고 갑니다.

부리 2007-03-1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바꿀 수야 없겠지만 도와줄 수는 있겠지요... 도움을 주는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중요하겠지만요 격려 감사합니다
마노아님/4년으로 잡고 있구요 의지도 충분히 강력합니다 제가 스케쥴이 안맞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중..
속삭이신 분/저 기운 펄펄한데요
다락방님/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다른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그래요...^^
비연님/그녀가 졸업하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벅차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에이스 관련 글을 쓰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혼자 깨끗한 척하냐, 자기도 가놓고선!

이런 비난이 귀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내가 에이스 얘기를 한 건

그곳의 실태를 여성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성매매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태초부터 성매매는 있었다고.

하지만 여자라곤 이브 하나밖에 없었던 시절

아담은 성매매를 할 수가 없었을 거다.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게 오래된 직업이어서가 아니라

거기에 대한 남자들의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고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보다 화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생겨난다.

대표적인 곳이 에이스다.


난 감히 단언한다.

거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안다면

여성들이 자기 남편, 그리고 애인을 그전처럼 대하지 못할 거라고.

그럼에도 남성들이 태연히 에이스에 가는 이유는

여성들이 남자들의 거짓말에 알면서도 속아주고

그 퇴폐 문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와 같이 에이스에 갔을 때

대기실에 앉아 뻘쭘하게 TV를 보는데

옆에 있던 남자한테 전화가 왔다.

남자가 말한다.

“나 지금 포장마차인데, 소주 한잔 더 하고 들어가려고.”

그래서 가끔은, 자기 남편 혹은 애인이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뒤를 밟을 필요가 있다.

늘 그럴 것까진 없고

친구들끼리 만난다고 할 때, 한번쯤 급습하는 건 어떨까.


전에 한번 얘기한 적 있지만

판사의 아내가 남편이 노는 현장을 급습한 적이 있다.

그곳은 북창동의 단란주점이었고

아내는 그곳의 풍경에 대경실색했다.

그리고 아내는, 판사가 그런 곳을 다녀서야 어떻게 다른 사람을 심판할 수 있느냐며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결국 판사는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는데

그 사건을 대하는 주위 남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이랬다.

“그 여자, 완전히 미친 여자야!”

전라로 옷을 벗은 여자들과 노닥거리는 남편이 미친 걸까

아니면 그 광경에 충격을 받은 아내가 미친 걸까.


성매매 근절은 멀고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 나는

여성들이 남편과 애인이 뭘 하며 노는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성매매는 불륜이 아니라고 관용을 베풀고

아예 눈을 감고 모른 척을 해주면

성매매는 더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퇴폐의 정도는 다음과 같다.


단란주점.노래방 도우미 < 북창동 = 안마시술소 <<<<<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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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 판사의아내 라는 분, 대단하네요. 뒤를 밟았을까요. 그 현장도, 덮친 용기도
모두 놀라워요. 정말 어떻게 놀고 다니는지 상상만 할뿐 덮쳐서 그런 장면을 눈으로
본다면 헉!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하겠네요. 품성과 양심에 맡길 뿐...

전호인 2007-03-0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군요. 놀이문화에 대한 정제가 필요할 때가 아닌 가 합니다. 집, 회사 밖을 나가면 눈에 띄는 것이 이런 놀이(?)문화이니 말입니다. 열심히 운동이나 해야 겠습니다. ㅎㅎ

울보 2007-03-0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요 전호인님 집회사말고는 다이렇게 노나요?
에이 설마,,건전한 남자분들도 많지 않은가,,,

비로그인 2007-03-0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도 돈있는 넘들이나 가지요 ㅎㅎㅎ 저는 성을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데 저런대 열심히 가는 사람들 보면 좀 짠하더라구요. 과도비만인 사람이 먹을 것에 계속 집착하는 것처럼.. 안쓰럽다고 할까. 성매매 쪽이 그래도 좀 더 안쓰러운 것은 여자는 돈만 있으면 얻을 수 있다는 망상이랄까.. 껍대기만 잠시 사는 것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허허

기인 2007-03-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용감하신 부리님!
성매매의 가장 큰 문제는, 한 쪽 성의 대상화가 결국 그 성을 인간이 아니라 상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데 있다고, 한 쪽 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성매매 담론에서 가장 나쁜 종류가, '어짜피 모든 남자들 안 경험해 본 사람이 어딨어?'라는 물타기 전술인데, 실제 진상을 폭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인 2007-03-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울보님/ 저 건전합니다! ^^;;; 제 주위에도 건전한 남자들 많습니다.
흠.. 테츠님 말씀처럼 재산의 유모도 쪼금은 ^^; 관련 있지만서도. 세계관의 차이도 분명 있지요! ㅎ

sooninara 2007-03-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남편도 돈 없어서 저런곳은 못갈텐데..ㅋㅋ
에이스는 정말 에이스군요. 다른 곳 보다 월등하게 나쁜곳이라니..
옆지기가 접대 받는 직업이 아닌걸 다행으로 알아야겠죠?

조선인 2007-03-1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스??? 어느 아래 글?
 

 

 

 

 

 

 

 

그 여학생은 내 지도학생이 되었다.

그 말은 곧, 내 다른 지도학생들이 그 여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얘기다.

가뜩이나 남자들만 있어서 “여학생도 받아요!”를 외치던 우리 애들 아닌가.


오늘 그 학생과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친구 데려와도 되요.”란 내 문자에 그녀는 좋아했고

우리 셋은 비바람을 뚫고 학교 앞 중국집에 갔고

늘 그렇듯이 배가 터지게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내가 했던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걔네만 듣기 아까운지라

여기 올린다.


여학생의 친구가 쟁반짜장을 한 젓갈 집더니 입을 열었다.

“본과 오니까 갑자기 하고 싶은 게 많아져요. 이것도 하고 싶고...”

“그건 말이죠,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시험 때면 유난히 하늘이 아름답잖아요. 우린 시험 끝나면 뭘 하겠다 이러면서 그때의 고통을 이겨내죠. 희망이라는 거, 이거만 끝나면 아름다운 세상이 올거라는 거, 그건 어떤 힘든 일도 이겨내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난 이때쯤 이미 내 말에 도취되었다.

“아버님이 한 삼년간 병원에 누워만 계신 적이 있어요. 병원에 가면 정말 신음소리밖에 안내시는 아버님을 봐야 했죠. 그때 우리에겐 아무런 즐거움이 없었어요. 명절이고 일요일이고, 우린 병원에 가야 했으니깐요. 초반엔 금방 퇴원하시겠지 이랬는데 점점 희망이 없어지고, 나중엔 짜증스럽더라고요. 왠지 아세요? 그 고통이 언제 끝나는지를 모르니까.”


“만약 하느님이 ‘너희 아버님은 2001년 12월 21일에 돌아가신다’고 미리 말씀해주셨다면, 전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정말 지성으로 아버님을 모실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3년이 아니라 5년이라도요. 끝을 모르는 힘듦, 그건 정말 견디기 어려웠어요. 아버님을 많이 미워했지요. 그래서 그럴 거예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 사흘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미안해서요...”


“본과 생활이 아무리 힘들다지만, 그건 끝이 있는 고통이어요. 겨우 4년밖에 안되는데다, 그 중간중간에 방학도 있고,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졸업하고 인턴 되면 힘들다고 하지만, 걔네들 알고보면 놀 거 다 놀아요. 본과 생활과는 비교도 안 되고요. 레지던트도 마찬가지예요...”


얘기가 끝났을 때 난 배가 너무 불러 버렸고, 내 얘길 듣던 학생들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우린 그 맛있는 쟁반짜장을 3분의 1 가량 남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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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07-03-0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그럼 이쯤에서 오늘 저녁 메뉴는 쟁반짜장으로 결정해야겠어요~

ㅋㅋ.^^
여긴 비가와요. 부리님..

로드무비 2007-03-0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 님 글은 저의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마이 페이퍼 카테고리 이름 하나 제안할게요.
'뒤통수'.
부리님의 뒤통수가 얼마나 탐스럽고 알토란 같은지요.=3=3

2007-03-02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07-03-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변에 극명하게 드러난 본과생 두명이 있거든요 하나는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해요.열한시까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평소때는 방학처럼 놀다가 시험기간에만 죽을것처럼 공부해요. 요번 기말에는 심장마비로 지금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다행지 죽지않고 잘 살아요 술과 담배에 쩌들어서.
그래도 타대학 학생들이 그들을 부러워 하는건 부리님 말씀처럼 딱 하나예요
고통에 끝이 있다는거. 언제적까지 고시원 주변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님 저 미자할래요. 저도 쟁반짜장 사주세요.^^

부리 2007-03-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인생님/쟁반짜장에 팔보채도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의대생이 좋은 건, 들어가기만 하면 거의 대부분이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거겠지요. 제 친구 하나도 사시를 봤는데, 정말 힘들어하더군요...
속삭이신 분/우리사이에 뭘...^^
로드무비님/아앗 뒤통수가 탐스러울 수도 있나요?^^ 하여간 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꾸벅.
레와님/여기도 비가 아주 많이 옵니다. 테니스 치던 우리 클럽 분들이 하늘을 원망할만큼요... 쟁반짜장 맛있는 곳에서 드셔야 합니다

프레이야 2007-03-0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짜장 먹고 싶어져요. 날씨도 구물구물한데요. 끝이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부리님 엉덩이춤, 보면 즐거워요^^

chika 2007-03-0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비 안옵니다.
쟁반짜장, 먹어 본 적 없습니다. 사 주세요! (아니, 더 맛있는거 사달래야는데;;;;;;)
근데... 제가 좋아하는 주일학교 선생님 이름이 '미자'예요. ㅋ

부리 2007-03-0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ㅈ님/오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미자님!
치카님/제 글에 나오는 미자는 그 선생님과 무관합니다. 글구 짜장은 일단 그분한테 사달라고 하세요 제가 나중에 한꺼번에 사드릴께요
배혜경님/전 엉덩이춤 추느라 힘드러요 헉헉.

2007-03-06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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