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한지 아직 한달밖에 안됐지만

난 2학기 시작이 5개월밖에 안남았다는 걱정을 한다.

영화를 보여줘 물의를 빚었던 비교해부학이라는 과목 때문.

나 빼고 다른 이들은 다 태평한 듯 보여서 얄밉기도 한데,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자고 할까 하다가

나만 상처받을까봐 관뒀다.


중요한 건 또다시 영화를 보여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강의평가에서 “가장 보람있는 수업이었다”라고 한 학생이 있었고

생물과 선생이 하던 시절보다 평가가 후했지만

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난 작년 말, 교과목을 개설하는 워크샵에 참석했었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운 터였다.

여기서 살짝 공개하자면

난 술을 강의 주제로 택했다.

학생들로 하여금 술 마시는 실태조사를 시키고, 술로 인한 질병에 대해서 강의하고

병리학에선 술 먹고 변한 장기를 보여주면 될 것이고

교통경찰에게 음주운전에 대해 특강을 부탁하고...

술 때문에 비타민이 부족해져 오리엔테이션이 없어지는 베르니케-코사코프 증후군 환자의

비디오도 보고(구할 수 있으려나?)

술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을 그린 책이나 영화도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대충 계획을 짜 놨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술에 관한 책을 구입했고

집에 있던 것도 학교에 가져다 놨다.

웃겼던 것 하나.

뿌리와 이파리라는 출판사에서 ‘사용설명서 시리즈’라는 걸 냈다.

한 주제에 대해 세계 각국의, 시대를 망라한 사례들을 모은 책으로

1권이 섹스, 2권이 죽음, 3권이 술 4권이 마약인데 우리집엔 앞의 세권만 있다.

난 술에 대한 책을 가방에 담았다.

근데 학교 가서 보니까...내가 가져온 건 술이 아니라 ‘섹스’였다.

평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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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3-1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욕구불만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런간가요..?? ^^

마늘빵 2007-03-1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부리 2007-03-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부끄럽습니다...
메피님/그런 게 아니라....그런 겁니다.

마법천자문 2007-03-1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해부학 시간에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머리를 비교해서 해부해보면 유익할 것 같네요. 머리는 요청만 하시면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다락방 2007-03-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부리님~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오옷

브라보. 부리님 만세!!

부리 2007-03-17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님 생각과 비슷해서 이러시는건가요?^^
달의눈물님/바베트 박사에 의하면 머리를 잘못 썼다고 해서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애써 머리 구해오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