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과 건강>이란 과목은 자연대 학생들에게 개설된 교양과목이다

신경과 성형외과 내과 등 각 과의 선생들이 한시간씩, 대략 20시간의 강의를 한다.

다른 선생이 이 과목을 내게 떠넘겨 책임교수가 된 지 2년째

학기 시작 전 난 작년에 강의한 선생님들한테 메일을 보냈다.

답은 대충 이랬다.

“나 2년 했으니 빼달라” “나 말고 이번에 내 밑에 들어온 교수한테 부탁해라”

답이 아예 없었던 경우도 있었고, 그새 그만둔 선생도 있었다.

홧김에 “관둬라 내가 다 한다”라고 할까하다가

성질을 죽였다.

그놈의 성질 때문에 고생했던 옛날 생각이 나서.

아무튼 그럭저럭 진용을 갖춰서 강의시간표를 짰다.


첫날엔 내가 교과목 소개를 했고

-건강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게 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둘째주 2번째 시간이 내 강의였다.

강의도 들을 겸 조금 일찍 들어갔다.

K 선생의 ‘류마티스 관절염’(가칭) 강의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강의 수준이 너무 높은 게 문제였다.

바빈스키 사인 같은 걸 설명도 안하고 말하고

PET 사진을 역시 한마디 설명 없이 보여준다.

수강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연대 학생들,

의대 애들도 듣는 학생이 셋 있지만 모두 예과 1학년이다.

내 팬을 자처하는, 내 강의를 듣는다고 강의실에 와 있던 본과3학년의 말이다.

“와, 저 선생님 보여주는 슬라이드 우리한테 강의하는 것과 똑같아요.”


우리나 알아듣는 의학용어들을 쓰고

난 못 알아보겠는 사진들을 보여주는 강의가

과연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의 목적에 맞는 것일까.

의대 본과2학년한테 보여줬던 슬라이드를 보여준 K 선생,

너무 성의 없다.


그 극단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나,

‘기생충에 대한 편견들’을 주제로 한 내 강의는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애들은 배운 게 없었다.

K나 나나,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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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0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07-03-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과 내용의 이 절묘한 조화란.^^

부리 2007-03-17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인생님/아 멋진 이미지와 미모의 조화.....
속삭이신 분/역시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호호호홋. 근데 엊그제 시간에 들어가 봤더니...재미있으면서 유익한 강의를 하는 교수가 있어서 말입니다...ㅠㅠ
속삭이신 분/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알 지내 보아요...^^ 글구 즐찾을 빼시다니 너무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