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친구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나 많은 사랑들이 틀어지고 숨겨지고 어긋나게 되는걸까. 얼마나 많은 사랑들이 제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채 사라져버리는 걸까.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작가가 너무 많이 개입했고, 그런 점이 내심 못마땅해 나는 흥미로울지라도 그녀의 책을 또 고를거라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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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02-2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해서 보관함에 넣어놓았는데 벌써 읽으셨군요!!! +_+;
다락방님 덕분에, 안 읽어도 되겠다는 결론입니다. ^^

다락방 2014-02-24 17:39   좋아요 0 | URL
ㅎㅎ 문나잇님, 이게 다른 분들은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고 저도 한 번 손에 들으니 쭉쭉 읽어나갈 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다만, 저는 작위적이란 생각이 한 번 딱 들고나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더이상 애정이 생기질 않더라고요. 초반에 작가가 지나치게 '너무 많은 우연'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가 아무리 재미있었어도 좀...여튼 그렇답니다, 문나잇님. ㅎㅎ

페크pek0501 2014-02-2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평을 읽으니 제가 읽었던 한 부분이 떠올랐어요.
소설 속 각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 는 내용이었죠.
그들이 말하는 걸, 작가는 그저 옮겨 적는다는 뜻 같았어요.
작가와 인물의 거리를 말함이기도 하겠죠. ^^

다락방 2014-02-24 17:41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그대로, 저는 소설 속 각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소설이 좋아요. 그렇지만 그로 하여금 독자가 그 안에 빠져들어가고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요. 작가가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혹은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딱- 드는 순간 저는 이미 마구 점수를 깍아버리곤 하죠. 다 읽기도 전에 말예요. 이 책, 비밀 친구가 제겐 그런 책이었고 몇개월전에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해리 쿼버트도 그랬어요. 저는 그렇게 작가가 심하게 힘을 휘두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독자입니다. 하핫
 

토요일 약속이 취소되었고, 마침 그걸 알았는지 문동책 백 권은 금요일에 도착했다. 그래, 이 책을 정리하며 토요일을 보람차게 보내자! 총 다섯박스에 담겨진 책들을 차곡차곡 꺼내어 방바닥에 늘어놓았다.

 

 

오오, 멋지다. 사실 책장에 자리도 없는데..그냥 이대로 방 한구석에 쌓아둘까, 하는 생각도 안한건 아니다. 그런데 이걸 쌓아둘 방의 공간 조차도 없었다. 책장 위에 그대로 둘까 하고 올려보았더니 예쁘질 않더라. 그래, 책장에 꽂는거, 그게 방법이다. 그런데 이 책을 꽂지 않아도 내 책장에 자리가 부족한 상황.

 

 

아아, 도대체 어딜 어떻게 비우고 책장을 정리한단 말이냣. 어쨌든 문동책을 꽂아두고 생각해보자 싶어, 책장 세 칸을 모조리 비워내고 문동전집을 차례대로 꽂아보았다. 확실히 근사한 비주얼이 완성되었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자리가 부족한 데 세 칸이나 이 전집에 내어주어야 하다니. 저 위로 붕 뜬 공간들이 너무 아깝다. 할 수 없다, 나는 가로로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다시 정리하고나니 두 칸으로 완성되었다. 그래, 바로 이거얏!

 

 

이걸 해놓고 뿌듯해하던 순간은 잠시, 나는 내 방에 어질러진 책들을 보았다. 기존에 꽂혀있던 책들을 죄다 뽑아냈으니, 이젠 공간을 만들고 빼냈던 책들의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나는 거의 모든 책들을 다 빼내어 재정리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그렇게 저녁까지 책장 정리에 열을 올렸다. 전집은 가장 정리하기 편했다. 몰아서 넣으면 되니까. 그런데 다른 책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한거다. 어쨌든 가까스로 정리를 마쳤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있었고, 나는 몸살이 날 것 처럼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분명히 중고샵에 부지런히 책들을 가져다 팔아서 어느정도 빈 칸을 마련해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대체 어떻게 또 이렇게 모자라게 만들어버린걸까. 왜 3개월 순수구매액이 또 60만원을 넘어서게 된걸까. 대체 누가, 왜, 어떻게 그런걸까.

 

오늘 자고 일어나면 몸살나겠군, 이란 확신에 가득차서 나는 와인을 사러 마트로 나갔다. 와인을 마시고 기절하리라고 생각했다. 뻗어버려야지, 늦잠을 자야지. 와인을 사와서 홀짝홀짝 치즈와, 두부부침과, 사과와 함께 먹고, 엄마와 함께 한 병을 다 비워내고서는 그래도 성에 차질 않아 캔맥주도 내처 따라 마셨다. 더이상 술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생각될 때쯤 침대로 가 누웠고 그리고 기절해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니, 일찍 눈이 떠지는 게 아닌가. 게다가 몸도 하나도 안아파!! 난 당연히 몸져 눕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괜찮아. 술도 마셨는데 왜 술병도 안나? 큭큭큭큭 웃으며 나는 다시 잘까, 하다가 아니다 책을 읽자, 하고 지난밤 힘들게 정리해둔 책장 앞에 섰다. 무얼 읽을까, 멈춰서 책장을 둘러보다가 김려령의 소설을 꺼내들었다.

 

 

 

 

 

 

 

 

 

 

 

 

 

아, 나는 이 책을 하필 왜 오늘, 하필 왜 이런 때에 읽었을까. 책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으면서 그러나 책장을 몇 번 덮어야 했다. 책이 너무 아.팠.다. 책 내용도 아프고, 그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내 상념들도 아팠다. 이 책의 한 줄 평을 쓰라고 하면 나는 다만 '아팠다' 라고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후텁지근한 더위를 빨아들인 토스트는 이제 바삭함을 잃었다.

"이런 거 말고 또 뭐 좋아해?"

"고기요."

"다음에는 고기 먹자." (p.39)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마흔 여섯에 찾아온 사랑, 그것을 첫사랑이라고 단숨에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래서 지켜주고 싶은 여자였다. 맛있는 걸 사주고 싶은 여자. 처음 만나고 나서 자꾸 생각이 나고, 만나게 됐더니 무얼 먹어도 잘 먹어서 또 예쁘고.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요."

영재가 내게서 떨어져 신발장에 기댔다. 영재가 말한다. 자신이 다급한 상황에 처했거나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니면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말라고. 둘이 통화하고 만날 수 있을 때 오라고. 불쑥 와서 가슴 움켜쥐는 거 불쾌하다고.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의식 너머의 간절함이 나를 막지 못했다.

"처음 온 날처럼 오늘만 받아주면 안될까?"

(중략)

"전화기에 전원이 꺼져 있으면, 켜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영재가 현관문 자동키 단추를 눌렀다. 쉬이익. 작은 모커가 돈다. 가세요. 나는 영재의 말을 무시하고 셔츠를 올려 가슴에 입을 맞췄다.

"놔."

"뭐?"

"나가." (pp.170-171)

 

그는 나가, 라는 그녀의 말을 견디지 못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래서 참지 못하고 고통을 주었다. 자신이 가하는 고통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을 말리지 못했고, 그의 안에 있던 또 다른 자신으로부터 그녀가 도망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한 건 진심이었는데,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데, 그의 몸이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가 사랑하지 않았던 그의 아내는 그의 사랑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위험할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그녀는 그의 폭력에 노출됐다. 그렇다면 그를 사랑했던 두 여자들 중 누가 더 나았던 걸까.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안전했던 여자? 그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폭력에 노출된 여자? 왜 그는, 왜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아프게 대할까. 왜 그렇게 될까. 그리고 왜 시간이 지나 그런 자신을 경멸하게 되는걸까.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끊어내지 못하는걸까.

 

가장 최근의 내 이별도 생각났다. 나는 대체 무슨짓을 한걸까. 나가 라고 하면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을, 들어오라고 하면 역시 그래, 라고 하는 사람을, 심지어는 이제 그만두자고 하는데도 그래,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나는 놓고야만건가. 내가 잃은게 대체 무언가. 나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것을 잃은게 아닌가. 이대로 괜찮은가, 내가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것인가. 이 소설속의 남자처럼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대체 무슨짓을 했단 말인가. 책의 뒷장 몇 장을 남겨놓고 끝을 읽기가 두려워졌다. 읽고 싶지 않아졌다. 그냥 이대로 멈추고 싶었다. 내 연애와 어느것 하나 닮지 않은 연애인데도 자꾸 내것이 생각났다. 내가 이별한 남자와 어느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데도 내가 이별한 남자가 생각났다. 책을 읽으면서는 나도 '이런 선배님 갖고 싶다' 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마땅히 선배라고 부를 사람이 없네, 라는 생각도 했는데, 다음엔 고기 먹으러 가자, 라고 말해주는 선배를 갖고 싶다고 동경했는데, 그 선배랑 사랑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러면 안되는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대체 뭘 어떻게 알고 멀어질 수 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도 들고. 슬프고 슬픈 마음으로 책을 끝까지 읽어내고 산으로 향하면서는 자꾸만 이 책을 생각하고 있었고, 더불어 자꾸만 지나간 연인을 떠올렸다. 그해 여름, 지방의 작은 서점에 함께 들어가 책을 구경했던 날, 어떤 책을 꺼내어 고개를 숙여 읽고 있는 내 뒤로 다가와 내 목뒤로, 목걸이의 끝과 끝이 만나 고리를 이루고 놓여있던 바로 그 지점에, 바로 거기에 입을 맞추었던 때, 그때, 당신과 내가 안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훨씬 더 다정했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말하고나면 부러 그런 일을 자주 만들까봐, 그러면 그 순간의 기억이 퇴색될까봐 그저 혼자만 간직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 걸으면서, 산을 오르면서, 더워서 자켓을 벗어 허리에 묶으면서, 그렇다면 내 이별이 후회할 만한 것인가, 라고 돌이켜보았다. 아니, 답은 아니었다. 시간을 돌려 이별 전으로 돌아간다해도, 나에게는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이 또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둘이 되는 순간부터 어서 빨리 혼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둘로 오랜 시간을 버텨내는 것을 해낼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쏟아져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 없이는 안되겠구나, 생각하는 영재를, 이렇게나 나와 다른 영재인데, 어휴, 영재도 아팠고 나도 아팠다.

 

내가 좋아한다고 초밥을 포장해 올 수 있는 선배와는 연애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라는 깨달음을 역시나 얻었다. 그런 선배와 연애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오래오래 그런 선배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이어폰을 꽂고 산을 내려오는데, 하필이면 나오는 노래가 <Merry Christmas Happy Holidays>였다. 그 노래를 들으며 또 공상을 시작해 빠져들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산에서, 내 눈앞에서 누군가 손을 내민다. 나는 이게 뭔일인가 싶어 이어폰 한쪽을 빼고 상황파악하려 고개를 들었고, 새누리 라고 써진 빨간 잠바를 입고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는 남자의 손을 마주 잡으며 그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데 마주 고개를 숙였고, 여전히 멍해있다가 '새누리당입니다 잘부탁합니다' 하는 말에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되서는 아아, 내가 뭐한거야, 하고 다시 이어폰을 꽂으려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가 명함을 내밀며 잘부탁합니다, 라고 다시 말하고, 나는 그제서야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이어폰을 꽂고 돌아섰던 것이다. 아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야, 짜증나게, 라고 생각하다가, 아, 내 상상속으로 다시 들어갈거야, 라고 결심했는데 아뿔싸, 내 상상이 어디까지 이어졌었는지, 대체 어디까지 상상했던건지, 아니 무슨 상상이었던지조차 기억나질 않는것이다. 아놔 쉬바...다 까먹었잖아. 왜 저 쉐키들이 껴들어가지고 내 상상을 방해해! 완전 화가 나서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자 뭐였지, 키워드가 뭐였지, 아, 무슨 노래를 듣다가 생각했지, 하다가 천천히 그리고 모조리 다 생각났다. 아 그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옷을 입지? 하고 생각하다가 실내에서 할거면 힐을 신으면 안되겠지, 그치만 힐을 신고 싶은데, 생각했었지. 아니 힐을 신고 사람들과 왔다갔다하며 수다를 떨면 얼마나 발이 아프겠어, 역시 집안에서 파티를 하는거야, 신발 없이 할 수 있는 파티. 옷은 뭘 입지? 원피스가 좋겠지? 음악도 있으면 더 좋을거야. 클래식을 틀어두어야 이야기에 방해가 안되겠지? 그렇지만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고 무거워질 수도 있잖아,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살리면서 조용한 곡은 뭐가 있을까? 아, 제인 모나잇으로 하자! 그래, 제인 모나잇이 적당하다, 딱이야, 누구누구 초대하지? 남자가 많으면 더 좋겠어. 아 여자도 같이 많아야 좋겠구나.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 그릇들 설거지는 다 누가하지? 내가 하나? 손님들 다 돌아가고 난 다음에 해야겠지? 아니, 대체 그릇은 몇 개나 나올까? 아 끔찍한데 그렇다면 레스토랑을 빌리는 게 나을까? 아 그러면 술 취해 집에 가기 귀찮잖아?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중에 그런게 있었잖아, 파티에 몰래 찾아왔던 옛남자, 그 남자가 그 파티에 와서 그녀가 깜짝 놀랐지. 그게 제목이 뭐였더라? 나한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가 그렇게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한 때에, 내 파티 소식을 알고 벨을 누르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여전히 키가 클까? 그치 키는 줄지 않을테니까, 세미정장을 차려 입고 나타나겠지? 문을 열고 그가 보이고 아니 대체 여기서 당신이 뭐하는거냐고 물으면, 그는 웃으면서 크리스마스 파티에 함께 하기 위해 왔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손님들 앞으니 차갑게 대하려는 연기를 하지 않는채로 문을 좀 더 활짝 열고 뒷걸음질쳐, 그에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을 텐데! 근데 그 책 제목이 뭐였지?

 

 

나는 집에 돌아와 책장 앞에 섰다. 산드라 브라운의 책들중 두 권이 헷갈려 둘 다 꺼내놓고, 맨 먼저 의심되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제대로 펼쳤다는 걸 알게됐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다지도 차분하게 들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내면에서는 온통 혼란이 들끓고 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무릎마저 젤리마냥 흐느적거렸다. 머리 속의 피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아카데미 연기 대상을 타도 될만큼 차분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스튜어트가 멀어지자, 브린은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 하러 온 거예요, 라일리?"

"그냥 들러 봤지."

그는 어깨를 문에 기대고 그 유명한 푸른 눈으로 그녀를 훑어 보았다. 머리엔 새팅롤이 주렁주렁 매달린 데다, 지퍼를 덜 채워 계속 미끄러져 내리는 드레스 차림에, 발엔 스타킹만 신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재미있어 하는 듯했다. (pp.13-14)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이 책이었어.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오늘 밤엔 이 책이나 다시 읽으며 보내볼까.

 

 

 

엊그제 출근을 하려는데 엄마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우리딸, 얼굴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네, 라고. 나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엄마, 이거 기름기 없어 보일라고 화장한거야, 라고. 그랬다. 나는 얼굴에 워낙 순식간에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타입인지라 언제나 그 기름이 고민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동료 직원이 파우더 하나를 추천해줬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비싼 돈을 들여 그 화장품을 산 것이었다. 화장의 마무리로 그 파우더를 바르고나면 점심때까지는 개기름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엄마는 그래? 라며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딸 기름기 생기게 뭘 좀 먹여야 할텐데 뭘 먹어야 되나 생각했잖아, 라고. 아 진심 빵터졌다. 엄마 나는 지금보다 더이상 잘 먹을 수 없어 라고. 실제로 전날밤 치킨을 먹고 잤고 그날 아침엔 엄마가 튀겨주신 고등어 두 토막을 먹고 출근을 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돈 많은 좋은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족발 먹으러 가자, 삼겹살 먹으러 가자, 초밥 먹으러 가자 라고 말하면서 그걸 언제나 다 사줄 수 있는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선배가 있다면 애정을 가지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사랑하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좋은 선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치킨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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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2-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이 글을 읽으며 한 열번쯤 든 생각)

다락방 2014-02-24 17:42   좋아요 0 | URL
어제 밤에 이 댓글 읽고 대체 뭘 잘했다는 걸까 계속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어요. 치킨을 먹기로 한 걸 말하는건가요, 뽀? ㅎㅎ

비연 2014-02-24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한다고 초밥을 포장해 올 수 있는 선배와는 연애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라는 깨달음을 역시나 얻었다. 그런 선배와 연애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오래오래 그런 선배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에 백퍼 동감...


다락방 2014-02-24 17:42   좋아요 0 | URL
오, 비연님도 그리 생각하시는 군요. 그냥 오랜동안 계속 초밥 사들고 오는 좋은 선배였다면 그들이 그 비극속으로 빠져들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별은 연인에게 찾아오지 친구에게 찾아오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킁.

아무개 2014-02-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다시 읽을꺼라고 생각되지 않고
밑줄을 쳐놯서 제 값도 못받을 책들
오십권 정도를
파지 아주머니께 드렸어요.
원래 가지고 있는 책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정리 해버리고 나니 책장이 휑~해졌더라구요.
괜히 다 버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결론은 다락님 말씀처럼 '이별하길 잘했다'입니다.

다시 읽지도 않을 책들을 버리고 나서도 이렇게 허전하고 괜히 버렸나 싶은데
연인과의 이별후에 '내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닐까, 내가 그렇게 보내기 너무 아까운 사람인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것은 당연하겠지요....

2.저는 어제 치킨과 소주를 ^^:::

3.생각해보니 저도 그런 선배가 없네요. 선배라.....

다락방 2014-02-24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퇴근후에 영화를 보러 가려고 합니다. 고민할 필요없이 <폼페이>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다 때려부수는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보러가야지..

2014-02-24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4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02-2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 팔아도 팔아도 책장은 항상 과포화상태. 영원한 미스터리에요. -_-;;;;;
그나저나 문학동네 책들 너무 예쁘네요. 부럽다. ^^

다락방 2014-02-24 17:45   좋아요 0 | URL
확실히 파는 것보다 더 많이 사들이는 것 같아요. 이제 진짜, 진짜 안살겁니다. 엄마가 문동 책 보시고는 너 이제 1년간 책 안사도 되겠다? 하시는데 답을..할 수가 없었어요. -0-

그렇게혜윰 2014-02-2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작년에 나온 단 한 권의 소설을 고르라면 [너를 봤어]를 택하겠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울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막 나올 것 같아져요. 지금도 그렁그렁 ㅠㅠ

다시 한 번 100권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4-02-24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울지는 않았는데 마음이 되게 아프더라고요. 영재를 좋아하면서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그런데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치는 그 마음이 어떨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영재는 또 어떨까. 어휴...진짜 아픈 소설이었어요.

네꼬 2014-02-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요. 지나간 건 잘한 일이에요. 뽀송뽀송하게 하고 단 거 먹고 고기 먹고 잘 지내요!

다락방 2014-02-24 17:46   좋아요 0 | URL
봄이 오고 있어요, 네꼬님. 나 미쳐가는 것 같아..

자작나무 2014-02-2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고기 먹으러 가자.

다락방 2014-02-24 17: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선배님'이긴 하신지요? 제가 선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드네요. ㅎㅎㅎㅎㅎ

감은빛 2014-02-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권! 당첨 축하드립니다~ ^^
책 정리 하신 모습 보고 제 속이 다 후련하네요.
사실 저는 지금 엉망인 책장들을 애써 외면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거든요.
책을 정리하려면 하루로는 모자랄 것 같아서 이틀을 통으로 비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핑계를 대는 중입니다.
저도 다락방님을 본받아 일단 시작해야겠어요.

다락방 2014-02-24 17:48   좋아요 0 | URL
어휴, 말도 마세요, 감은빛님. 진짜 힘들었어요. ㅠㅠ
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요. 술을 잔뜩 마시고 잤더니 몸이 안아팠던 것 같아요. (읭?)
네, 이틀이 필요합니다. 하루는 뽀지게 먼지 먹어가며 정리하고 그날 밤은 삼겹살 먹고 소주 마시고 기절하고 다음날은 늦게 일어나 쉬어야 하니 네, 이틀이 필요하고 말고요. 봄이 오기전에 꼭! 실행하세요, 감은빛님!!
인증샷도 잊으시면 안됩니다.

건조기후 2014-02-2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쓴 리뷰가 결국 다락방님을 엄청난 노동으로 내몰았군요! ㅎㅎㅎ
저도 책장을 정리해야하는데.. 책도 책이지만 위치가 어정쩡해서 바꿔야하는데 볼 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ㅜ
근데 책장 칸 넓이가 400+600 조합인 건 처음 봐요.. 독특 ^^

다락방 2014-02-25 17:24   좋아요 0 | URL
저거 제가 저렇게 조립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구멍이 있고 거기에 받침대 끼우게 되어 있었는데...제가 저 구멍을 선택한것 같은...흐음.
아 힘든 노동이었어요. 몇 년간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으윽.

버벌 2014-02-2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눈엔 책장만 보여요. 아 저도 정리해야하는데 쌓아두기만 한지 이년이 다 되어가요. 다 들어내고 정리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요~~ 살러주세요.

다락방 2014-02-25 17:24   좋아요 0 | URL
다 들어내고 정리해요, 버벌님. 그 고단한 노동후에는 술을 퍼마셔 주면 됩니다. 그러면 되는거에요. 보상이 됩니다. 그러니 어서 주말에 날잡고 시작하세요! ㅎㅎ

단발머리 2014-02-2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100권 너~~~무 아름다워요.
아름답고요, 밥 안 먹어도 배 부르지만, 그래도 치킨 먹을래? 하면 대답하고야 말겠다는...
민음사 세계 문학도 다락방님처럼 꽂으면 더 아름답다는 걸 느꼈네요. 저도 그렇게 꽂고 싶지만, 권수가 모자라서요.
분발합니다^^ (합니당?)

다락방 2014-02-25 17:25   좋아요 0 | URL
아름답지요. ㅎㅎ 안읽고 보기만 해도 좋은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걸 다 언제 읽나 몰라요. 하하하하하. 저거 말고도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한데...책들이 저를 압박하는 현실이네요. 어쩜 좋아 ㅠㅠ
네, 분발합시다, 분발하세요!! ㅎㅎ
 


이 영화는 뻔하고 뻔해서 뭐 아무런 할 말이 없지만, 다시 한 번 실감하긴 했다. 남자란 자신이 잘할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때 가장 멋있게 보인다는 걸. 멋진 옷을 입고 근사한 향수를 뿌리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도 물론 멋있지만, 그런 내 앞의 남자로서의 모습 말고,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맡은 역할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볼 때 진짜 반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속의 남자가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갑자기 여자들이 막 달려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늘은 이 책을 나와 함께 읽던 J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 그리웠다. 보고싶었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의 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는 그런 J 와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던 기억.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읽다가 인상 깊은 부분을 서로의 핸드폰에 문자로 보내주던 기억. 그 때가 너무 그립다. 세상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이도 있지만  소설속의 여자를 '여자'로 인식하며 그 여자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은 J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늘은 J 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 남자사람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내가 말했다. 아주 강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강하고 단단한 남자. 그러자 친구는 또 재이슨 스태덤 얘기를 하냐고 물었고 나는 웃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나는 내 자신이 강하고 나를 잘 지킬 수 있지만,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남자, 용병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그러자 친구는 내게 물었다.



- 마치 우두머리 원숭이 처럼?


 

푸하하하 우두머리 원숭이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터미네이터 2 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처럼.



그러자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런 남자는 터미네이터 2에만 존재한다고. 그런건가..





오늘은 집에 가서 와인을 좀 마셔야겠다. 아까 친구가 ㅇ 님과 통영 갈거면 자기가 데려가주겠다고 했다. 신났다. 조만간 ㅇ님에게 통영가서 화이트 와인에 굴을 실컷 먹자고 말해야지. 아 꿀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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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2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슨 스타뎀은...더 이상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지 않는다....라고 합디다...

다락방 2014-02-21 08:21   좋아요 0 | URL
제가 더이상 트랜스포머를 볼 일은 없겠군요. 흑흑
그나저나 재이슨 스태덤이 요즘 스무살 연하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데이트중이랍니다. 욕나와요 ㅠㅠ
대한민국의 이 나이든 여자도 좀 봐주지. 나름 괜찮은데 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4-02-21 12:41   좋아요 0 | URL
일단....말부터 통해야....하지 않을까요...?? (말이 별로 불필요하겠지만....^^)
아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트랜스포터군요...ㅋㅋㅋㅋㅋ

2014-02-2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2-2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폼페이를 보았어요. 여기에 검투사 남자가 그렇게 강인해요. 화산이 폭발해서 온세상이 망하고 있는 와중에 나만 보라고 말해주는 근사한 남자가 스크린에 있었어요. 얼굴은 레골라스인데 몸은 짐승인 남자가요. 아흐 동동다리...;;;;

다락방 2014-02-21 08:23   좋아요 0 | URL
아아.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겁니다, 마노아님. 짐승남인데 자신만 믿으라고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남자요!! 그런 남자들은 왜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단 말입니까. 나타나기만 해봐요, 어디. 물고 안놔줄거에요. 엉엉 ㅜㅜ

아무개 2014-02-21 08:38   좋아요 0 | URL
물고 안놔줄꺼 같아서
안나타는겁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4-02-21 08:46   좋아요 0 | URL
아 그런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4-02-21 11:59   좋아요 0 | URL
인간 남자를 찾는 건지...로렌드 고릴라를 찾는 건지.......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2-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함께 나누는 감성남과 건드리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용병남은 대척점에 서있는거 아닙니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화이트와인에 굴을 드시고 싶으면 여의도 오이스터바로 오세요.

다락방 2014-02-21 08:24   좋아요 0 | URL
ㅎㅎ 안나 카레니나를 같이 읽었던 친구는 여자사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다지 감성남을 원하지 않아요. 용병같은 짐승남을 원합니다. 쿨럭.
여의도의 오이스터바?? 오이스터 bar 인건가요? 여의도...흐음...멀다...머네요. 통영보다 가깝긴 하지만.

아무개 2014-02-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르미안의 네딸들의 에일레스, 레드문의 사다드 같은 캐릭을 선호합니다만
다락방님 이 만화들 안보셨지요? ^^
참!!! 방금 이 캐릭들의 만화제목이 헷가려서 다음에서 검색을 했는데
글쎄 '마노아'님의 서재글이 뙇! 뜨는거에요 ㅎㅎㅎ

2. 이제 '굴'은 끝물이겠군요. 그나저나 여수 기름 유출 사고와 통영은 별 상관이 없으려나요?

다락방 2014-02-21 08:28   좋아요 0 | URL
1. 아르미안의 네딸들, 레드문 모두 보았습니다. ㅎㅎ 에일레스는 무려 전쟁의 신이 아닙니까.

2. 안그래도 친구가 겨울 끝나기 전에 와야한다고 하던데, 아무개님, 언제고 시간 날 때 꼭 말해주세요. 아무개님하고 같이 오라고 했어요. 우리 둘의 대화를 보고 말이지요. 시간 내봐요, 네? ㅋㅋ

2014-02-21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2-21 09:28   좋아요 0 | URL
오케이, 콜!!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2주전이었나. 영화가 상영되길 기다리는 극장안에서 '프리페민'이란 약의 광고를 보게됐다. 생리전증후군을 치료해주는 약이라는데, 평소 생리전증후군에 시달리던 나로서는 당장에 메모를 했고 바로 다음날 약국에 들러 구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약국에선 그런 약을 알지 못한다고 했고, 좀 더 큰 약국에 가봐야하나 싶어 그 다음날 들른 약국에서는 있다며 그 약을 내게 꺼내주었다. 하루에 한 알씩 먹는 약이라고 했는데 카드를 내밀고 계산을 하려던 나는 그 약의 가격이 60,000원, 육만원 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이 가격이 정말 맞는거냐고 물으니 약사는 이 약은 3개월분이고 치료제라며 그 가격이 맞다고 대답했다. 생리전증후군은 내게 꽤 심각한 증상을 종종 불러왔고, 나는 그 증상들에 기꺼이 육만원을 투자하자 싶어 계산을 하고 약국을 나왔다. 그래, 이 약을 먹고 나아진다면 그게 더 낫잖아, 라는 생각에. 그러나 몇 걸음 걷다 다시 뒤돌아 약국으로 향했다. 이 약이 들어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려해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어떤 약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가진 내가 이 약을 그냥 무조건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고 실제 이 약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서 이 약을 복용해도 늦지 않을 거였다. 이 고통을 오래도록 참아왔는데, 몇 개월 더 못참겠는가 싶어 나는 약국으로 가 환불을 요청했다. 몇 개월쯤의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그 약을 먹기로 생각을 바꿨다.



나는 가급적 약을 먹고 싶지 않고 약들이 내 몸에 들어가서 무슨 작용을 할까 사실은 좀 두려워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러니 생리전증후군을 치료하는 약 하나에도 이렇게 벌벌 떨기만 한다. 이 약을 철저한 검증을 거친 약일까?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 약을 먹기를 꺼려하면서 다른 누군가가 먼저 먹고 얘기해주기를 바랐다. 확실히 나는 다른 사람보다 내 자신을 더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인가보다. 이것은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약에 있어서는 더더욱 동물실험을 거친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나 역시도 그것이 동물에게 해서는 안될 짓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동물 실험을 반대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만약 인간보다 더 똑똑한 개체가 나타나 자신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만들고자 하고, 거기에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쓴다고 하면 아마 나는 앞장서서 그 일에 반대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고통스런 병에 걸리고 그 약을 발명하는데 있어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하면, 나는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보고서』는, '윤리'란 말이 제목에 들어간 탓인지 매 기업의 보고서를 볼 때마다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그래서 이 책은 '재미있다'. 그것이 유쾌한 재미를 뜻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할 부분들을 끊임없이 열거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나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보기 위해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노바티스 보고서를 보고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제약 회사의 또 다른 특수한 문제는 실험과 관련되어 있다. 동물 실험은 동물 보호 단체의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람에게 실험하려면 더 큰 윤리 문제가 불거진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실시하는 실험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나 현지의 느슨한 규정을 악용한다는 비난이 즉각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비판에서는 가끔 한 가지 사실이 간과된다. 현대 의학만큼 삶의 질을 개선한 분야가 없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중병에 걸린 뒤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는다. 현대 의학의 이런 유용성을 인지한 사람은 제약 회사가 받는 비난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노바티스는 무엇보다 이런 이유에서 별점 셋을 받았다. (p.78)



도덕적으로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있지만,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채로 중병을 고치는 약을 만드는 다른 방법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이럴 때 바로 멘탈에 붕괴가 오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안돼, 라고만 외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이런 면에서 제약회사는 비난을 면키 어렵지만 나는 마냥 비난만 하지는 못할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묵묵히 외면하는 쪽이 되겠지.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는 제약 회사를 다루는 게 아니어도 이 책에서 여러번 언급된다. 그러면서 밝힌다. '의학적 목적을 위한 동물 실험은 전반적으로 용인된'다는 사실을.



특히 동물 애호가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다른 괜찮은 대안이 없을 경우 의학적 목적을 위한 동물 실험은 전반적으로 용인되는 반면 화장품의 용도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피부 관리는 그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다. 사치품은 아니지만, 의료품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어스도르프, p.151)




모든 사람 개개인이 문제를 가지고 있듯이 모든 기업들 역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동물 실험, 노조 탄압, 환경 오염 등을 비롯하여 자꾸 언급되는 것이 '아동 노동'에 대한 부분이다. 이 아동 노동에 대해서도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위이지만, 그렇다고 그 아동에게서 노동을 떼어놓았을 경우, 그 가족 자체의 앞으로 살아갈 길이 차단되어버린다면, 그것을 과연 떼놓는 것 만으로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동 노동 문제도 상세히 적혀 있다. 가령 취직을 위해 생년월일을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서 실제 나이가 의심스러울 때는 의사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길거리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때로는 그 아이의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나이 많은 형제자매를 고용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H&M, p.281)



사실 아동 노동만큼 일반적인 분노를 자극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대개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의 가족에게 충분한 수입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추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벅스, p.181)



대부분의 아동 노동은 기업들의 하청업체에서 발생한다. 그 하청업체 사람들이 과연 의심되는 아이들을 의사에게 보내고,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게될까? 애초에 더 적은 임금을 들여 노동력을 사용하고자 하는데? 충고한다고 그것이 기업에게 먹힐까? 281페이지의 방법이 언급되지만, 그것이 궁극적 해결은 되지 못할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아동을 노동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 그러나 아동을 노동으로 내몰 수 밖에 없는 그들 가정의 궁핍함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한 대안 역시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기업을 보나 저 기업을 보나 고민할 것 투성이다. 어디 하나 백프로 만족할 만한 기업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로부터 별 다섯을 받은 단 하나의 기업이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그것인데, 그 별다섯 역시 그 기업 자체가 아니라 빌 게이츠 재단을 보고 주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일전에 서민 교수의 책에서 빌 게이츠가 말라리아 백신을 만드는 데 지원을 한다고 했는데, 빌 게이츠 재단은 별 다섯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라는 회사 자체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음이 명백하고.



이러한 경쟁 체제에서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고객의 습관의 힘과 그로 인한 결과다. 다시 말해 다수의 고객을 차지한 기업이 시장의 표준이 되고(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그램), 표준이 된 기업이 다수의 고객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게이츠 재단의 재산이 결국 게이츠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거둔 천문학적인 수익에서 비롯되었다는 비난은 맞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규모가 작을 뿐이다. 게다가 다른 기업은 그렇게 번 돈을 재단에 기부하지도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p.139)



이 책 자체의 모든 평가는 온전히 저자의 것이기 때문에 물론 그가 내리는 평가가 절대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기업에 대한 비난과 칭찬은 그의 자체적 평가에서 나온것 만은 아니다. 그리고 그 평가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예상하지 못했던 동물 실험과 아동 노동을 만나 묵직해졌는데, 그는 사치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치품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주는 그 묘한 거리감, 사치라는 말이 주는 위화감, 누군가로부터 사치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마치 죄를 지었다는 뜻인것 마냥 당당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들이, 사실은 가지지 않아도 좋을 느낌은 아닐까. 




사치란 비도덕적일까? 중세에는 분수를 넘는 모든 종류의 과도함을 라틴어로 ,룩수리아>라 불렀고, <인색함>이나 <질투>나 매한가지로 죄악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사치스러운 생활뿐 아니라 지나친 절약이나 남의 사치에 대한 질투도 죄악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개신교의 영향이 큰 지역이나 평등을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과도한 사치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비난받을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배경에 깔린 논리를 보자면 이렇다. 많은 사람이 힘들게 사는데 혼자만 너무 티 나게 잘사는 것은 옳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전의 한 면으로서, 사치품을 제공하는 기업보다 그것을 사는 소비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 보자. 사치품을 생산하는 사업 모델은 윤리적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결과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사치품은 비교적 환경에 대한 부담은 적은 반면에 가치는 높기 때문이다. 시계를 예로 들어 보자. 비싼 시계는 값싼 시계보다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10배에서 심지어 100배가 넘는 가치를 창출해 낸다. 그만큼 더 좋은 일자리와 경제 성장을 일구어 낼 수 있다. 또 다른 비교를 해보자. 최고급 시계 수집이 취미인 사람은 그 돈으로 큰 차를 몰거나 장거리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환경에 훨씬 부담을 적게 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치품은 사회적 관점에서도 이익에 따르는 비용이 결코 과도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중략) 또한 비싼 시계나 보석만큼 수명이 긴 것이 있을까? 이런 제품은 원칙적으로 영구적이고, 지속 가능성 그 자체이다. 따라서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사치품은 결코 윤리적 문제가 아니다. (리슈몽, pp.133-134)




원칙적으로 사치라는 주제에 윤리를 들이대기는 어렵다. 금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사람이 남에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할 근거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사치는 기껏해야 그런 불평등의 욎거 현상이지 원인은 아니다. (LVMH, p.284)



물론, 저자 역시 사치품중에서 다이아몬드는 문제가 되는 영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어떤 다이아몬드가 안정된 정국으로부터 나오는지도. 토요타와 BMW 같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 책에 등장하는데, 자동차는 환경오염에 정말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차는 그렇지 않지만 심지어 전기로 가는 차까지도 많은 오염을 불러온다고. 문득,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쪽으로 환경 오염의 부분을 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다. 이 직장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사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기업이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도 들질 않는다. 나 개인으로도 마찬가지. 내가 남들처럼 면생리대를 쓰는 것도 아니고, 육식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고작 내가 하는거라곤 가급적 일회용품 안쓰기가 전부라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고. 그렇지만 지금은, 이만큼의 나 자신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잠깐 '지속 가능성'이란 용어가 언급됐는데, 레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지속 가능성을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개념은 원칙적으로 미래의 희생 없이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으로, 단기적 번영이 아닌 장기적 성공을 강조한다. (p.27)




레고는 별 다섯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실상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별은 넷이지만 그것이 기업에 대한 것이라고 볼 때, 이 책을 통틀어 아마 가장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다.



레고는 어떤 것이든 서로 딱 맞을 수 있는 원칙을 지켜 왔다. 그래서 더 큰 듀플로 조각도 레고와 조합할 수 있고, 기계 부품에도 거의 비슷한 원칙이 적용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레고 블록으로 주로 건물을 지었다면 요즘은 상상으로 가능한 온갖 세계를 만드는 제품이 나와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해리 포터처럼 유명한 테마와 관련된 상품이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레고의 세게는 컴퓨터 게임에까지 등장한다.

이 모든 게 지속 가능성과 아주 관련이 많다. 오래된 레고 블록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많은 가정에서 레고 장난감은 조각이 거의 파손되지 않은 채 세대를 거쳐 전해진다. 때로는 이베이를 통해 부품을 따로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런 생산 방식은 새 제품과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구제품은 최대한 빨리 <낡은 것>으로 인식되게 하려는 전자오락의 발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바람직한 대척점을 보여 준다. (레고, p.111)



위 부분을 읽다가 지속 가능성과 가장 머리가 먼 제품은 핸드폰이겠구나 싶어졌다. 요즘은 누구나 2년을 채 채우기도 전에 핸드폰을 새로 사니까. 물론 중고폰은 어딘가에 가서 쓰여질 예정이지만, 소비자 한 개인이 하나의 상품을 그토록 쉽게 낡은 것으로 취급해버리는 건 핸드폰만한 게 없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개인이 없는것처럼 완벽한 기업도 없다. 어떤 기업이든 어딘가에서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 문제는 숨기고 싶다고 해도 숨겨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그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사지 않을 권리, 사지 않겠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 또한 그 기업에게 그 부분을 시정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 기업들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을 먹고 입고 착용하는 모든 것들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 책의 많은 기업들 역시, 대부분 외부에서 말해주는 문제점들을 시인했다. 빠르게 고쳐가는 기업도 있고 미적지근 흉내만 내는 기업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말했으며, 고치겠다 약속하며 시.인.했.다. 그러나, 별 셋을 받은 삼성은 별 하나나 둘을 받은 둘 보다-다시 말하지만 이 별은 절대 평가가 아니다- 구렸다. 삼성은 시인하지 않았다. 백혈병에 걸린 직원을 나몰라라 하고, 그것이 삼성의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이 사실을, 전 세계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쪽팔린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해야 고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반복될 뿐이다.




삼성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가가 그룹을 운영하는 재벌 기업의 전형이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속의 국가처럼 돌아간다. 1987년부터 삼성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힘은 막강해서 1996년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곧 특별 사면을 받았다. 

그와 함께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이런 성공의 그늘은 과연 무엇일까? 종종 <요새>로 표현되기도 하는 이 기업의 경우에는 그것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삼성은 모든 영역에서 국제적인 기준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는 인상을 준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비난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별점 셋이라는 중간 정도의 평가는 여러모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무튼 『차이트』지는 ,노동조합과 다른 민간 기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을 권위적이고 무자비한 기업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썼다. 2012년 초에는 그린피스와 베른 성명이 거센 비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삼성이 노동자들에게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주거나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생산 과정에 유독 물질을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로 인해 적어도 140명이 암에 걸렸고 그중 5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삼성은 독일 IT 잡지 『하이제 온라인』을 상대로 이런 비난을 반박했다. 여러 학술 연구 결과 그런 질병이 작업장의 유해 환경에서 발병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p.167)






기존에 고민했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기도 했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새삼 생각해보게 된 몇몇 부분들을 마지막으로 인용해보겠다.



독일 환경청에 따르면 1년에 한 번만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시민 한 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달리 말해,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평소에 아무리 채식을 생활화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해도, 스테이크와 자동차를 즐기지만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보다 생태발자국이 훨씬 더 크다. 이 대목에서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심한 갈등에 빠진다. 대개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낯선 나라와 문화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TUI-독일국제관광유니온, p,290)



보험 상품 판매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왜곡을 낳는다. 정상적인 시장의 경우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이 가장 인기가 많은 법인데, 보험에서는 정반대로 돌아갈 위험이 상존한다. 판매원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많은 수수료를 남겨 줄 수 있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는데, 그런 상품이 대개 가장 비싸다. (알리안츠, p.200)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유익한 책읽기였다. 사실 기업의 윤리보고서로 들어가기 전의 저자의 말들은 잘 읽히질 않아 애를 먹었는데, 보고서들을 읽는건 의미있는 일이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업들이 가진 브랜드들은 죄다 유명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례로 LVMH 는 겐조, 겔랑, 지방시, 루이 비통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었다. 이 모든것들이 내게는 모두 다른 것들이었는데, 하나의 기업에서 파생된 것들이었다니. 우리는 기업과 기업과 기업과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기업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이유가 될 터이다. 어떻게해야 기업과 기업과 기업과 기업들 틈에서 내 목소리를,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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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2-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부터 무언가에 소속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진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지금 다니는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고 단체는 존속 혹은 확장을 위해 알게모르게 비리를 저지를 수 밖에 없고...암튼
프리페민은 왠지 좋을 것 같은데 효과만 놓고보면 기존약에 비해 그닥 크지 못해요. 생리전증후군치료를 위해 약을 먹는게 효과가없는건 아니지만 식사 수면 운동의 3박자 관리를 함께 하지않으면 약만으로 기대하는 정도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요. 일단 술을 끊으시고 고기도 좀 줄이세요. 점심식사 하시고 30분 정도 걸으시구요. 원래 만삼천원 내야 이런말 해주는데....

다락방 2014-02-20 12:2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생리전증후군 혹은 생리통 증상에 대해 검색해보니 스트레스도 원인이지만 알코올과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원인이더라고요. 아이쿠야, 이걸 어쩌나 싶어지고.. 술을 끊을 수 없다면 계속 데리고 가야 하는걸까요, 이 고통을? ㅠㅠ 슬프다.. 걷는건 퇴근후에 하고 있어요..
하하하하 만삼천원 내야 해주시는 말씀을 거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작나무님. ㅋㅋㅋㅋㅋ 점심은 드신겁니까? 시간이 애매하네요. 전 오늘 한 시에 먹으러 가거든요. 식사 아직 안하신거라면 맛있게 드세요!!

자작나무 2014-02-20 12:32   좋아요 0 | URL
전 원래 점심 안먹어요 바빠서...

다락방 2014-02-20 12:37   좋아요 0 | URL
어므낫.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바쁘시단말입니까!!!!!

자작나무 2014-02-21 08:21   좋아요 0 | URL
밥 안먹고 일하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지요.

다락방 2014-02-21 08:32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당사자였다면 마찬가지로 도망을 선택했겠지만, 도망도 방법들 중 하나이지만, 역시 제삼자의 눈으로 보게되니 왜 싫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지 좀 답답하다. 수짱의 동료도, 아카네의 애인도 다 짜증나는 캐릭터. 아카네도 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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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02-1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군요. -_-; 이 책 아직 못 봤는데, 저도 대놓고 말 잘 못 하는 성격이라... ㅠ_ㅠ; 공감이 가면서도 엄청 답답할 듯. ㅠ_ㅠ;;;;;;

다락방 2014-02-18 15:18   좋아요 0 | URL
네, 실상 당사자면 사실 저도 수짱이랑 아카네랑 별다를 바 없을것 같은데, 그래서 좀 답답해 보이는것 같아요. 하여간 직장마다 저런 짜증나는 캐릭터 한 명씩은 꼭 있는듯요. -0-

다락방 2014-02-1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용~ 샤라라랑~~

2014-02-18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8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고 2014-02-18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그렇죠 ㅎㅎ
제 친구 역시 이거 보더니 수짱도 짜증난다고 ㅋㅋㅋ "우리 과는 아닌 거 같아~" 뭐 이런 말을;;;

다락방 2014-02-19 08:06   좋아요 0 | URL
수짱도 별로라고 처음에 썼다가 음, 내 평가가 너무 쎈가 싶어 뺐네요. ㅋㅋㅋㅋㅋ

마노아 2014-02-1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이미 보셨군요!

다락방 2014-02-19 08:07   좋아요 0 | URL
어제 동료가 샀다며 보여주더라고요. ㅎㅎㅎㅎㅎ 조만간 그 뭣이냐 결혼 어쩌고 하는 제목..의 책도 빌려준대요. 헤헷.

아무개 2014-02-1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하는데
그 이유가
나 자신도 변변치 못하면서 남한테 뭐라고 할처지가 아니다 라는 생각때문이에요.
뭐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심 그런 긍적적인 이유라면 좀 나을텐데 ^^::::::::

다락방 2014-02-19 09:03   좋아요 0 | URL
배려가 뭔지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배려는 상대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에 대한 자뻑에서 나온 경우가 많은것 같거든요. 이 책에서 수짱이 상대방에게 말하지 못한건 상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해코지 당할까봐 였던것 같아요. 이를테면 쉽게 이런거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라고. 그런데 싫은 소리는 사실 하기 쉽지 않죠. 상대의 기분을 건드리면 그 상대도 똑같이 나에게 맞설테니까요.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대부분 참는거겠죠. 싸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그걸 피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책의 싸가지는 아마도 계속 그렇게 사람들 기분 건드리는 말을 해대는 것 같고요. 나쁜년...흥! (얘기하다 흥분함)

가넷 2014-02-1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구입했어요!...

만화적 재미는 별로 없는 편이기도 하고, '여자공감만화'라지만, 남자인 저에게도 공감되는 측면이 커서 재미있게 보고있어요.ㅎㅎ 보니까 수짱 시리즈가 나오면서 수짱도 한권에 1년씩 나이를 먹더라구요. 나온지 20년이나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다섯살이라거나, 초등학생 1학년이라거나 하는 것보다는 공감하기에는 좋은 설정인 것 같아요.ㅋ

다락방 2014-02-19 12:5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아직 두 권밖에 못읽어봤거든요. 그런데 한 권에 일 년씩 나이를 먹는군요! ㅎㅎ

네,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들을 보면 공감이 되지요. 여자공감만화 라기 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만화인것 같아요. 누구나 가슴속에 싫은 사람 한두명 쯤은 있는거니까요. -0-
싫은 사람은 참 그래요, 하는 짓이 다 밉죠.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매일 직장에서 마주쳐야 한다면 정말 끔찍해요. 뭐, 저도 그러고 있긴 합니다만...Orz
전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어요. 참고 있다능...

레와 2014-02-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싫은 사람에게서 내 모습이 보일때는 끔찍..ㅡ.ㅜ

다락방 2014-02-20 16:42   좋아요 0 | URL
그래서 더 싫은걸지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