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친구에게 나폴리 시리즈를 선물로 보냈다. 마침 내게는 돈이 조금 있었고, '돈이 있을 때 선물하자, 없을 때는 하고 싶어도 못할테니' 라고 생각했던 거다. 금태섭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냈고, 어제는 탁수정 씨에게 연대하며 송금을 했다. 어제 송금하면서도 '지금은 돈이 있으니까 써야 할 곳에 쓰자' 라고 생각했다. 없으면,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니까.
통장에 잔고가 있는 일은 흔치 않다. 지금 잔고가 '조금' 있는 이유는 연말정산 환급을 받았기 때문인데, 이런 일이 흔치도 않으니, 있을 때 써야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만났다.
"능력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을, 없을 때는 스스로를 도와라." (p.208)
월급이 인상되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유니세프에 기부금을 조금 올린 일이었다. 이걸 미리 올려놓지 않고 다음으로 미루면, 다음에는 돈이 없어서 올리지 못할것이었다. 내가 잔고 있는 날이 흔치 않으니, 있을 때 다 처리해야 해. 그리고 위의 책에 저 구절을 읽으면서, 이런 삶의 패턴을 유지하자고 생각했다. 능력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을, 없을 때는 스스로를 돕자!
스스로를 돕는 것도 무척 중요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능력이 있어야하고, 그러려면 계속 일을 해야 해...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구나.
여행기에는 사진이 실려야 제맛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여행기는 대체적으로 감상적이다. 그리고 나는 그 특유의 감상적인 여행글이 싫어. 게다가 여행기라면 여행이 얼마나 좋은지 계속 얘기하는데,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미친듯이 좋다 좋다 얘기하는 건 때로는 자기합리화처럼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져 읽기 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난 아닌데?' 라고 반박하게 되지.
그런데 지금 이 책, 《돌아온 여행자에게》는, 우리가 뭔가 새로이 시작하기 위해서, 내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 꼭 여행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여행을 즐기고 또 많이 다녔던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건 일과 여행의 균형을 맞추는 거라고 얘기하는 거다. 남들이 다 가기 때문에, 좋다고 하니까, 그래서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는 것. 자신이 그렇게 여행을 좋아했으면서도 '여행 가, 꼭 가' 라고 말하지 않는 건 참 좋은 시선이었다고 본다.
또한, 자신이 공부하기 싫었고 그래서 여행을 갔는데 막상 여행을 가보니, 내가 공부를 많이 해서 뭔가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면 여행이 더 풍부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면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공부를 한 것도 좋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가서 부딪혀 알게 되는 것들도 있지만, 분명 알기 때문에 더 깊게 보고 멀리 보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나 역시 저자처럼, 내가 외국어륻 잘할줄 알았다면 더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뭐 먹고 마시는 데 지장 없으니까....하고는 현실에 안주해버리곤 하지...흐음.....
그래도 역시나 특유의 감성적인 부분들, 그러니까 삶에서 뭐뭐해야 할 몇가지...이런 것들은 손발이 오글거려 ㅋㅋ 난 그런 게 진짜 .. 성격에 안맞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 아침에는 스팸을 구워 반찬으로 먹고 싶어서, 바쁜 출근시간에 언제 스팸을 따고 썰고 하나.. 하는 마음에 어제 자기 전에 미리 스팸을 따서 썰어서 접시에 두고는 그 위를 다른 그릇으로 덮어두었다. '내일 아침에 씻고 나와 화장할 때 프라이팬 데우면서 스팸 구워야지' 생각했던 것. 그런데 아침에 씻고 나오니, 아빠가 눈치 빠르게 내가 썰어둔 스팸을 프라이팬에 굽고 계셨다. "앗 아빠 어떻게 알고 그 스팸 굽고 있네?" 했더니 아빠가, '이 정도 센스는 있지~ 계란 프라이도 해줄게' 하신다. 덕분에 아침 반찬에는 스팸과 계란프라이가 있었는데, 아니, 엄마는 내가 아침에 밥을 어느 정도 먹는지 알고 그만큼 퍼주시고, 내가 내 그릇에 밥을 담을 때도 적당한 양이 있는데, 아빠가 밥을... 무슨...머슴밥을 퍼놓으셨어. 아침부터...
나는 아빠, 이거 너무 많아, 했더니 아빠가 아빠 그릇에 덜라 하시는 거다. 그래서 좀 아빠 그릇에 덜어놨는데,
아침에 스팸과 계란프라이와 깍두기랑 밥을 먹는데 세상 맛있는거야...아 너무 맛있어..멈출 수가 없다. 맛있다고 이천 번 말하면서, 다시 젓가락으로 아빠 밥그릇에 내가 덜었던 만큼의 밥을 다시 가져왔다.
- 아빠 다시 가져가야겠어.
- 아깝냐?
- 괜히 덜었네. 맛있는데.
그러자 아빠가 빵터지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밥 덜었다가 다시 가져가는 거 보고 완전 빵터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임원1이 점심을 사준다 하셨는데 메뉴가 생태탕이었다. 나는 사실 생태탕 집에는 잘 안가는 편인데 임원1은 거기가 단골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직원1과 임원1 셋이 생태탕 집을 갔는데, 생태탕 3인분을 주문하고 직원1이 좋아한다는 곤이를 추가했다. 나는 평소에 곤이도 잘 먹지 않는데, 직원1이 곤이 너무 맛있다고 하길래 먹었더니 어라? 맛있어? 그리고 뭣보다 생태탕이 너무 맛있는 거다! 국물도 짜지 않고, 무 건져 먹으니 세상 시원하고...아 너무 맛있어서..... 임원분께 잘 먹었다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드렸다. 그리고 그곳은 나의 인생 생태탕 집이 되었어...너무 맛있어서 어제 사무실에 돌아와 그 감동을 그대로 참지 못해 친구1과 친구2에게, 회사 근처에 인생 생태탕 집을 찾았으니 조만간 소주 마시러 가자, 고 말해두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는 젊은 남자 생각이 났다. 당신도 여기 데려오면 좋을텐데, 여기 생태탕, 인생 생태탕.. 여기서 나 퇴근하고나면 같이 소주 한 잔에 생태탕 먹으면 정말 좋을텐데...하고 조금, 서러웠다. 서운했고. 그러니까 누나한테 계속 잘했으면 응? 생태탕도 누나가 막 사주고 응? 소주도 같이 한 잔 하고 응? 좀 좋아?
맛있는 거 보면서 생각나는 거, 그거 사랑인데... 그치?
점심엔 갈비탕을 먹기로 했다. 우하하하.
그리고 엊그제 출근길! 날이 따뜻해서 기모 스타킹은 벗어버리고! 슬쩍 드러나는 타투! 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