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문구점에 들르게 되면 이 펜이며 저 펜을 써보고 사곤 했다. 그렇게 펜을 사도 또 문구점에 들르면 이 펜 써보고 저 펜 써보고... 아, 나는 펜욕심이 있는 사람이구먼...이라고 생각하며 아주 오래 지냈다. 그러다 3년전 생일에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 받았는데, 만년필을 선물받고 나자 내가 그 뒤로 문구점에 가도 펜을 거들떠도 안보는 거다. 앗?! 펜욕심 있는 내가 왜 이제 펜을 거들떠도 안보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아, 그거슨 몽블랑 만년필 때문이구나! 했다. 궁극의 펜이 있으니 다른 펜은 필요가 없어지는 거다!!


지갑도 그랬다. 지갑은 1-2년 쓰면 꼭 다른 지갑이 갖고 싶어지는 거다. 이건 이래서 불편하고 저건 저래서 불편하고 해서, 백화점에 가 이 지갑이 좋네 저 지갑이 좋네 하며 1,2년마다 바꿨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지만 차마 내돈 주고 사기는 손 떨렸던 지갑을 선물 받고 나자, 백화점 1층에서 이리저리 지갑을 둘러보는 일이 없어졌다. 게다가 그 뒤로 지갑을 바꿀 생각이 1도 안들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거다. 지금 지갑이 많이 낡았는데, 만약 이게 더 낡고 그래서 쓰기 곤란해지면 똑같은 지갑을 살 예정이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지갑인 것이다. 아, 역시 궁극의 지갑이 있으면 다른 지갑은 쳐다보지 않게 되는 거였어!!!



그리고 또 하나 궁극의 것을 찾았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 하면, 알라딘 앱에 접속하고 알게된 것인데, 아니, 3월의 선물이 에코백이라는 게 아닌가! 그런데 나는 전혀, 1도 관심이 가지 않는 거다. 그전의 나는 에코백이라면 계속 받아서 번갈아 쓰고 또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랬었는데, 에코백이 알라딘 선물로 나오면 또 받고 싶을만큼 자꾸 에코백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걸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작년에 나의 오빠로부터 궁극의 에코백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었어!!!!!




안에 속주머니도 단단하고 손잡이도 단단하고 겉과 속이 그냥 다 단단해서 가지고 다니기도 좋지만 양질의 가방인 것이 화악- 느껴지는 것이다. 이걸 받고나서는 '아아 다른 에코백은 이제 필요가 없다!!' 하게 되어버리고 만것이다. 궁극의 에코백이 있는데 곁다리 에코백들이 대체 무슨 필요란 말인가. 나는 어차피 물욕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아닌가? 맞나? 모르겠네?), 그것이 무엇이든 '궁극의' 것만 있다면, 두 개 세 개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궁극의 것만 있다면 한 눈을 파는 사람이 아니야!!! 궁극의 에코백이 있으니 나는 이제 더이상 알라딘에서 에코백을 준다고 아무리아무리 유혹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도 어떤 에코백이 있는지 들여다보지도 않았어. 왜냐하면 나는 궁극의 에코백이 있어서, 다른 에코백에 대해 관심이 안생겨. 역시 궁극의 것은 중요하다.



다른 것들을 자꾸 기웃대는 건 궁극의 것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궁극의 가방을 못찾았어. 그거슨 내가 비싼 돈을 들여 가방을 사긴 했지만, 그보다 조금 더 돈을 주고 더 비싼 걸 사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가방을 샀는데도 그 가방 생각이 자꾸 나...이게 진짜 중요한 게, 어차피 돈을 쓸거였다면, 벌벌 떨지말고 과감히 질러버려야 하는 것이다. 괜히 손 떨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만족감도 못갖게 돼. 내게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게 다이어리다. 영국까지 가서 스미슨 다이어리를 샀는데, 이게 너무 비싼거라...야 왔으니 하나 사고싶긴 하고, 정말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으니까 사긴 살건데...아, 너무나 비싸네....하고 친구와 나는 매장에서 가장 저려미 다이어리를 산 거다. 그래도 우리돈으로 5만원이 넘었어 ㅠㅠ 야, 진짜 한 번이니까, 왔으니까 사는 거지, 다이어리가 우라지게 비싸네, 하고는 그래도 어쨌든 샀는데, 해가 바뀌고 다이어리를 쓰는데 진짜 씅에 안차는 거다. 너무 사이즈가 작아. 나는 폭발하듯 글을 쓰는 사람인데, 다이어리에도 폭발하듯 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일기를 쓰는 사람인데, 이 다이어리는 진짜 내 글을 다 담아낼 수가 없는 것이야. 지금은 막 며칠에 걸친 칸에 쓰고 그러는데, 어차피 매일 쓰는 게 아니니까 쓰고 있긴 하지만, 이게 사이즈가 작아서 다른 다이어리를 사서 쓰자니, 이것이 딱 2018년만 쓸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다른 것과 같이 쓰자니, 내가 대체 돈 주고 뭐한 건가 싶고.... 아...왜 손을 떨었어....조금 더 주고 그냥 더 사이즈 큰 걸 샀으면, 궁극의 다이어리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돈은 돈대로 쓰고 곁다리를 사버리고야 말았다..... 슬픔... 슬픔의 새드니스....... 궁극의 것을 찾는 것은 이렇게나 어렵다.



궁극의 사물이 이러할진데 궁극의 연인은 어떻겠는가.

어차피 이 사람 만나봤자 이게 별로고 저 사람 만나봤자 저게 부족하다면, 죄다 곁다리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역시 연인도 궁극의 연인을 찾는 게 답이다. 그래야 우리가 착- 하고 안착할 수 있는 것이야. 부드럽게 그리고 쏙 들어맞게 착- 

궁극의 연인과 함께해야 최상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늘 학교에 같이 가던 동네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네 집은 정원이 딸린 집이었는데, 항상 준비가 늦었던 터라 내가 "~야, 학교가자" 하고 가면 늘 그 친구네 집 거실에서 그 친구의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친구의 엄마는 항상 친구에게 '너는 왜 그렇게 맨날 늦냐'고 퉁을 놓곤 했었는데, 내가 일찍 준비해 가는 게 그때 당시에 친구에게 민폐였겠구나, 하는 생각은 아주 나중에야 들었다. 결국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그냥 혼자 등교하곤 했다. 그게 세상 편한 것이야....아, 근데 얘기하려던 게 그건 아니고,


친구네 집에서 친구를 기다리면 항상 너무 좋은 냄새가 났다. 늘 그 냄새가 났는데 나는 그 때 당시에 그 냄새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매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는 나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던 거다. 그걸 친구에게 '니네 아침에 뭐 먹는거야?' 묻지는 못한 채로 항상 '아 좋은 냄새...' 했었는데, 오늘 늦은 아침을 먹고 간식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하면서 알았다. 아, 버터와 계란의 냄새였구나!! 하고.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고 그 위에 계란물 입힌 식빵을 올려두는데, 냄새가, 바로 그 때 그 냄새였던 거다. 친구네 집은 버터 바른 빵을 먹는 거였어!! 프렌치 토스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버터와 빵과 계란이 그 아침에 있었던거야!! 그거였어!! 라고, 벌써 이십오년도 더 전의 그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오며 기억을 소환해낸 거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우리 집에서 아침은 밥으로 먹는데, 계란과 버터와 빵이라니... 내가 알아챌 수 없었던 것이다...우리에게 버터는 낯선 것이었고, 버터를 집에 사두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니까. 그것도 내가 사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거지, 다른 가족은 버터를 안산다.... 


오늘,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면서, 

아아, 오래전에 알지 못했던 냄새를 뭔지 알게되었는데, 이제 나는 그 때 그 음식을 해먹는 사람이 되었네..... 했다.




이 글을 쓰면서 프렌치 토스트를 먹고 있는데, 남동생이 말을 건다.


- 누나, 다이어트 언제부터 할거야?

- 지금도 하고 있는데?

- 누나에게 다이어트는 소화를 말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계속 프렌치토스트를 먹는다. 가만있자, 더 포스트 시간이나 알아보고 보러 가야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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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3-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이어트가 소화라니... 육성으로 빵 터졌어요! 아침에 토스트와 커피를 먹었는데 프렌치 토스트 보니 또 배가 고프고.. 이 배... 고픔의 배 ㅠㅠ

다락방 2018-03-05 07:41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저거 먹고나서 짜파게티 먹고... 떡볶이 만들어 먹고... 비빔국수 만들어 먹었어요. 제가 만들었는데...맛이 없었어요. 언제나 그랬듯이... (시무룩)

스윗듀 2018-03-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것들을 자꾸 기웃대는 건 궁극의 것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거슨 진리다.....

다락방 2018-03-05 07:41   좋아요 0 | URL
궁극의 것을 찾는 것은 그러나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쉽게 찾아지질 않아요. 흙 ㅜㅡ

공쟝쟝 2018-03-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극의 토스트 ..❤️

다락방 2018-03-05 07:42   좋아요 0 | URL
맛있게 먹었어요. ㅋㅋ
저녁에 비빔국수 먹고 싶어서 만들어 먹었는데 엄청 맛없었어요... 아하하핫

비로그인 2018-03-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프프프 다이어트가 소화ㅋㅋㅋㅋㅋ 아 정말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네요ㅋ
궁극의 지갑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살 건 아니지만 그냥... ㅎㅎ

다락방 2018-03-05 07:40   좋아요 0 | URL
https://www.mulberry.com/kr/shop/women/small-leather-goods/purses/8-card-zip-around-wallet-dark-frozen-small-classic-grain

제가 샀던 같은 디자인은 지금 없는 것 같고요, 이 제품과 가장 비슷해 보입니다. 링크건 제품은 좀 딱딱한 가죽 같아요. 저는 소프트한 가죽입니다. 하핫. 가죽의 부드러움 차이를 제외하면 다른 건 비슷한 것 같아요!

charalee 2018-03-0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극의 다이어트에 한표!

다락방 2018-03-05 08:02   좋아요 0 | URL
궁극의 다이어트는 궁극의 소화일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