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테이크를 너무 잘먹어가지고 어제도 엄마가 스테이크를 사왔고 그래서 어제도 나는 스테이크랑 술을 먹고 마셨더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기 넘나 피곤한 것이다. 오늘 아침부터 유부만두님과 단발머리님과 시이소오님께 뽐뿌받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 1권을 지하철에서 시작했지만,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리... 집중이 안돼. 그래서 나는 평일에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이만오천번째 다짐에 다짐을 하였다. 평일에는, 이제,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 결심하고, 사이렌 오더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텀블러를 가지고 포부도 당당하게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갔는데 울회사 남자 직원이 거기 똭- 나보다 먼저 사이렌 오더를 주문하고 와있더라. 안녕? 인사를 하고 직원은 내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뭐 시켰냐고 물어보니 늘 마시던 거, 란다. 늘 마시던게 뭔데? 했더니 화이트초콜렛모카라고. 컵을 보니 벤티사이즈다. 화이트초콜렛모카 벤티사이즈예요? 물어보니, 자기는 벤티만 마신다고. 그러면서 차장님은 뭐 주문하셨어요? 묻는다. 나는 아메리카노요,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지.


"어른은 아메리카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이 커피 받기 기다리면서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피곤하다.... 역시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아.



엘레나 페란테 1권 시작하면서, 친구한테 시리즈 선물로 사줘야지, 혼자 생각했다. 일전에 한 친구에게 [존재의 거짓말] 1권 사줬다가, 그 친구가 그거 들고 시골집에 내려갔는데, 거기에서 2,3권 읽고 싶어서 혼났다는 얘기를 알라딘에 쓴 적이 있다. 그 책이 취향을 탈 것 같아서 나는 이런 거 한 번 읽어봐, 하고 1권만 준건데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거지. 강원도 시골집에서 그 책을 구하지를 못해 결국 나중에 서울에서 구했는데 그동안 애타는 마음에 대해 알라딘에 글을 썼는데, 그당시에 알라딘에 사람들이 댓글로 나한테 뭐라고 막 그랬어.... 그걸 1권만 사주면 어떡하냐, 잔인하다... 막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제가요... 그게 ... 그게 아니라.......1권만 읽고 읽기 싫을 수도 있잖아요..........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한테 막 욕먹은 기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못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이번에 다른 친구에게 엘레나 페란테 선물해야지, 생각하다가 시리즈로 사주겠다!! 이렇게 된것이다. 움화화화핫... 그런데 이미 읽었으면 어떡하지...... 요즘 좀 책을 안읽는 것 같긴 하던데.... 흐음. 어쨌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쾌락에 대해 생각했다.


















테레즈는 결혼을 했고 임신을 했다. 결혼 생활이 별로 재미는 없다. 남편과는 딱히 대화가 잘 되지도 않는다. 이 결혼에서 유일하게 좋은 점은 남편의 여동생인 '안'이다. 안과의 관계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부터 좋았고, 이 결혼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안과는 대화도 잘 통하고 친하고 안도 테레즈를 잘 따른다.


그런 '안'이 가족들 모두가 꺼려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도피까지 생각할 정도로 그 남자에게 푹 빠져버리는데, 오빠는 물론 엄마까지 난리가 난 상황, 테레즈에게 '니가 걔랑 친하고 걔가 네 말을 잘 들으니 네가 한 번 떨어지라고 설득해보렴' 하는 거다. 안은 안대로 '언니만은 내 편이 되어줘' 라고 하는 상황. 아아, 안은 이 사랑이 얼마나 절실한지, 진심인지, 간절한지 테레즈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써 얘기한다. 그리고 테레즈는 안으로부터 온, 이런 편지를 읽게 된다.



……시간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기다리겠어. 어떤 반대도 두렵지 않아. 내 사랑에 두려움 따위는 없어. 가족들은 나를 생클레르에 붙잡아 두고 있지만, 장과 만나지 못할 만큼 아르즐루즈가 먼 건 아니거든. 산비둘기 사냥하던 그 산장, 기억나? 사랑하는 언니, 내가 이런 기쁨을 알게 될 장소를 골라준 사람이 바로 언니라고……. 오!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지는 마. 그는 매우 섬세하거든! 언니는 상상조차 못 할 거야. 그는 언니처럼 공부를 많이 했고, 책을 많이 읽었어. 하지만 젊은 남자가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싫지는 않아. 그를 놀릴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내가 언니만큼 똑똑해질 수 있다면 뭔들 못 할까? 언니, 단 한 번의 손길로도 이런 쾌락을 안겨 주는데, 지금 언니는 알고 나는 아직 모르는 그 행복이 무엇일까? 우리가 늘 먹을 것을 싸 가곤 했던 그 산비둘기 산장에서 그의 곁에 있을 때, 나는 내 안에서 내가 잡을 수 있는 어떤 행복감을 느껴. 하지만 이 쾌락 이상의 쾌락도 존재한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지. 장이 창백해져서 떠나갈 때면, 우리가 나눈 애무에 대한 기억과 내일 어떤 일이 새일까 하는 기대감 덕에 이를 모르는, 안 적도 없는 불쌍한 이들의 불평도 청원도 욕설도 내게는 전혀 들리지 않아. 언니, 언니는 마치 이런 행복감을 모르는 것처럼 말하는 나를 용서해 줘. 하지만 난 언니에 비하면 초보야. 나는 언니가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대항해 우리 편에 있어주리라고 확신해……. (p.67-68)




안은 테레즈보다 나이가 어리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게 처음이다. 그러니 안의 입장에서 안보다 나이가 더 많고 이미 결혼해 임신까지 한 테레즈는 자신보다 경험이더 많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쾌락 이상의 것을 아는 바로 그런 사람이 테레즈일 거라고. 테레즈 언니는 이 사랑의 감정들을 다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녀는 생각한다. 자기가 경험한 쾌락, 아, 이런 걸 언니는 수도없이 경험했겠지. 안은 자신이 경험한 쾌락이 낯설고 흥분되고 그래서 그 이상의 것에 대한 기대가 충만하지만, 그런 자신이 테레즈 앞에서 초보라고 한다. 그러나, 테레즈가 나이가 더 많고 결혼했다고 해서, 그래서 안보다 더 깊은 혹은 더 높은 쾌락을 알까? 나이와 또 남자를 더 많이 혹은 더 일찍 만나본 경험이 반드시 더높은 경지의 쾌락을 선사할까? 아니,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테레즈는 더 읽을 수 없었다. 편지를 도로 봉투에 넣으면서 그녀는 사진 한 장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창가에서 이 얼굴을 응시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때문에 너무 강렬해 보이는 얼굴의 청년이었다. 테레즈는 다윗처럼 보이는 장 아제베도가 서 있는 이 비탈길, 이 장소를 알아보았다. (그 뒤로는 양을 방목하는 황야가 있었다.) 그는 팔에 재킷을 걸치고,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놓고 있었다. 눈을 든 테레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앙다물었던 입을 벌리고 침을 삼키는 데 힘이 들었다. 그녀는 화장수로 관자놀이와 이마를 문질렀다.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p.68-69)



테레즈는 모른다. 안이 경험한 쾌락을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다. 안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했지만, 쾌락 그 이상의 쾌락이 있을 수도 있다는, 그 시작점의 쾌락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저 구절이 생각났다.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안은 이런 쾌락을 알아……. 그런데 나는? 나는? 왜 나는 모르는 거지?'



참.... 여러가지 감정이 들어서 주저리주저리 썼다가 다 지웠는데....... 참...... 복잡한 마음이다. 테레즈가 남편하고 사는 이상.......앞으로도 모르지 않을까...............뭐 모르고 살면 어때.....................세상엔 다른 즐거운 일이 많으니까, 다른 거에서 즐거움 얻고 살면 되는 것이고....................................................................................



인생........................




테레즈는 안의 뜨거운 연인 장을 만난다. 그리고 장의 생각은 안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안은 장과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장은 '응? 내가? 왜?' 이런 반응... 안은 장의 곁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고 장에게도 자기 뿐일거라 믿었지만, 장은 ... '응?' ... 이러고. 이 부분 읽는데 진짜 너무 ... 그러니까 나에게 졸 쾌락을 줘놓고서, 그러니까 이 쾌락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쌍방이 서로에게 잘 맞아서 온 것이니께롱, 너는 내 꺼 나는 네 꺼 이렇게 되어가지고, 앞으로 사이좋게 알콩달콩 하앍하앍 핥짝핥짝 이럴 줄 알았는데, 어째서 너는 아닌거지, 그거슨...너는 이미 이 쾌락은 베이스이기 때문인가. 나에게 우앗 이런 쾌락이라닛!! 이런 것이지만 너에게는 '이건 쾌락 축에도 못끼지, 나는 이미 더 큰 쾌락의 세계를 알고 있다, 나는 그 길을 향해 갈것이다' 뭐 이런 것인가.... 어째서 나를 이렇게 뜨겁게 만들어놓고 너는 '응?' 이러는 거야? 어쨋든 그런 놈이란 걸 온 몸과 마음을 다 내던지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다. 흙흙 ㅠㅠ 그래도 안, 당신은 쾌락을 알았잖아요. 그 쾌락의 경험을 안고 살 수 있잖아요. 그 경험은 남는 겁니다.....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서 중학생 딸을 둔 엄마가 동네에서 만난 키 큰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남자가 가방 싸들고 나오라 그래서 가방 싸들고 나갔는데... 피라미드...... 커피원두 강매하는 남자....... 였던 거 떠올라서 넘나 괴로웠다.




인생........................



그나저나 이 책의 저자 '프랑수아 모리아크' 이름을 보면서 아, 나 이 작가 아는데, 뭔가 내가 분명 읽었을텐데... 머릿속을 분주히 돌아가게 한다. 사랑의 사막이었나? 하고 검색해보니, 역시 사랑의 사막 작가였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천재!!!!!!!!!!!!!!!!




그건그렇고,

동료가 준 초콜렛이나 먹자. 커피는 준비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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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은 여기..
    from 마지막 키스 2018-02-07 16:54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요즘에는 책을 읽으면서 읽는 족족 알라딘이나 회원에게 중고로 팔기로 등록해 팔고 있는데, 이 책은 팔지말까, 하고 망설이게 만든 부분."언니, 마리 소식을 물어보지 않네?""그렇네 ……. 마리 얘기를 해봐 …….."안은 다시 적대적인, 경계하는 태도가 되었다. 몇 달 전부터 안은 자기 어머니와 똑같은 어조로 되풀이해 말하곤 했다. "언니를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
 
 
책읽는나무 2018-02-0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은 아메리카노!!ㅋㅋ
근데 아메리카노 잘못 마시면 심하게 손 떠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도 있어요.ㅋㅋㅋ
아~여기서도 나폴리 시리즈!!!
철푸덕!!

다락방 2018-02-07 10:41   좋아요 0 | URL
저도 아메리카노 많이 마시는 날이면 손도 떨리고 심장도 떨려요. 적당히 마셔야 합니다. 하핫. 너무 진하게 마셔도 안될 것 같고요.
네, 책나무님. 여기서도 나폴리 시리즈입니다. 이제 오세요, 나폴리 월드...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2-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은 아메리카노!”
이렇게 간단히 빵터뜨리는 사람에게
나는, 무한매력을 느낍니다.

테레즈의 질문이 의미심장하네요.
스스로에게 물을까 말까 하고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8-02-07 11:36   좋아요 1 | URL
팝송 <color of the night>에 이런 가사 나오거든요.

God, save me.

이 가사가 생각나는 부분이에요. 안의 쾌락도 그리고 테레즈의 느끼지 못하는 쾌락도요. 그냥 신께 날 좀 구해달라고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음..어쩐지 횡설수설하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단발머리님!

유부만두 2018-02-1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웃겨요!!!!! 오늘 아침에 남편이 캡슐 커피 뽑아주면서
전 ‘룽고‘로 뽑아서 물 더 넣어 마시는데
자긴 에스프레소로 한다고, ‘어른은 에스프레소지‘ 이러는거에요.

다락방님 생각나서 푸하하 웃었더니
궁금하게 쳐다보는데 귀찮아서 안알랴줬어요.

사람이 궁금해도 건너뛰고 그러면서 사는거니까요.

다락방 2018-02-14 1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요! 사람이 궁금해도 건너뛰고 그러면서 살아야죠 ㅋㅋㅋㅋㅋㅋㅋ 어른은 아메리카노고, 에스프레소는 뭔가 성숙한 어른이 마셔야 하는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어른은 아메리카노, 성숙한 어른은 에스프레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2-14 19:46   좋아요 0 | URL
남편은 숙성된 어른이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