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이라 해야할까 점심 이라 해야할까)김치볶음밥을 해서는 남동생과 함께 티븨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보면서 먹었다. 일요일이면 항상 내가 뭔가 이렇게 요리(응?)를 하고 서프라이즈를 보는게 습관처럼 되어있는데, 나는 그 프로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보고싶어 하지도 않지만, 남동생은 일요일 오전에 생각없이 보기에 딱 좋다며 항상 그거 보면서 밥을 먹자고 한다. 그래서 어제 일요일에도 보게 되었는데, 이 프로에서 얼마만큼 정확하게 사실을 다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는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바네사 메이라면 나도 이름을 알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아마 내 또래라면 젊은 시절 그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동안 되게 자주 들리던 이름이었는데, 나는 바이올린 연주에 큰 관심이 없어서 바네사 메이가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다, 라는 것 정도만 아는 게 다였다. 그런데 이 바네사 메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다 못해 학대를 받았다는 거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노는 것, 텔레비젼 보는 것도 다 금기시 되었고, 연주를 하다 혹여 틀리면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했다는 것. 바네사 메이가 스키만 타게 해달라고 엄마한테 애원했는데도 엄마는 안된다며 바이올린 연주를 하라 했다는 거다. 결국 어릴 때부터의 압박감이 바네사 메이 나이 스물한 살 때 터져버려서 집을 나와버리고 그 뒤로 엄마랑 연락을 끊었다 한다.
그렇게 혼자서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는, 스키가 너무 타고 싶어서 그때부터 스키를 엄청 많이 탔는데, 그렇게 계속 스키를 타다보니 실력이 향상했고, 어느 날은 올림픽으로 스키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스키를 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올림픽에 나가보자!' 하게 된다는 것. 그 후로 그녀는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바이올린 연주를 아예 중단하고 스키 연습에만 매진한다. 그러나 영국 대표로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던 터라, 자기 아버지의 나라인 태국 대표로 나가기로 하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소치 올림픽에 태국 국가대표 스키선수로 출전하게 되는데, 그녀의 성적은 가장 하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올림픽에 출전해서 완주했다는 것에 대단히 기뻐하며 '평창 올림픽에도 나가겠다!' 다짐을 했단다. 그런데 이번엔 그 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나오지 못한다고.
나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결국 찾아내고 그것에 열중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나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고, 이걸로 올림픽에 나가보자, 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더 좋은 건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어, 라는 목표가 아니고 또 '메달권안에 들지 못했다니 속상한데' 하지도 않았으며, '우앗 내가 올림픽에 나와서 완주를 했어!' 했다는 것. 이게 진짜 너무 좋은 거다. 남동생과도 보면서 '꿈을 찾는다는 걸 찾기도 쉬운 게 아닌데'라고 얘기했다. 우리는 사실 대부분이 뭘 하고 싶은건지도 잘 모르는채로, 뭘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는채로 살지 않나. 그런 면에서 볼때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노력을 했다는 것, 또 그에 대한 목표가 생긴다는 건 진짜 대단한 것 같다. 내가 스키를 탄 것도 아니고 내가 올림픽에 나간 것도 아닌데 내가 다 뿌듯했어. 아, 이런 이야기 진짜 나는 너무나 좋다.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무척이나 충실하게 잘 살아내는 이야기. 나는 이런 이야기에 언제나 마음이 끌린다.
일요일에는 방정리 및 청소를 하는데, 어제는 영화 [노팅힐]의 대화를 배경음악 삼자, 싶어서 그 영화를 재생시켜 두었다. 물론, 청소를 하는 대신 주저앉아 또 영화를 보고 말았지만...하하. 이럴 줄 몰랐어. 정말? 정말! 어쨌든 다시 봐도 넘나 좋은 영화고 재미있고 그랬는데, 그래서 막 엄청 캡쳐도 하고 그랬다.
윌리암(휴 그랜트)는 노팅힐의 작은 여행책 서점에서 일한다. 그런 그의 가게에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 안나(쥴리아 로버츠)가 찾아와 책을 고르는데, 마침 다른 남자 손님이 책을 훔쳐 바지 속에 감추는 걸 윌리암이 보게 되는 거다. 그래서 그 손님에게 가 다 보았으니 책을 닦아 제자리에 돌려두든가 사든가 해라, 하고는 다시 프런트로 오게 되는데, 이에 자신이 살 책을 골라 프런트로 왔던 안나는, '책 훔치려고 했는데 생각을 바꿨어' 라고 하는 거다. 아, 안나 진짜 ㅋㅋㅋㅋㅋ 유머감각 넘나 좋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유머 있는 사람이 매력 있는 것 같다. 푸시업 잘하는 사람이랑!! (응?)
진짜 모든 장면이 사랑스럽지만 이 유머 장면도 넘나 좋은 것... 넘나 좋다..............좋아.................
안나가 사려는 책에 저자 사인이 되어있는데, 윌리암은 애초에 그 책을 사지 말라 조언했던 터다. 그 책이 진짜 엉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 책을 계산해주면서 '사인이 안되어있다면 더 고가에 팔릴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니까 안나가 산 책은...저자가 사인을 했는데..........사인하는 걸 말릴 수가 없었고............서명이 없는 걸 찾기도 힘든 것이여......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이해가 되면서 눈물이 났는데, 일단 나는 독자로서 책을 사는데 저자 사인이 되어있는 책은 싫다. 안되어 있었으면 좋겠어. 저자 사인이라는 건, 내게는, '내가 원할 때'만 좋은 거지,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그냥 책에 사인되어 있고 이런 게 주문했는데 딱- 오면 넘나 싫은 것이야. 물론, 내가 좋아하는 저자에게 책을 들고 가서 사인해 달라는 것과는 얘기가 다르다. 지금이야 시디를 잘 사지 않지만 시디 사면 가끔 시디에 가수 사인 되어서 올 때가 있었는데, 그것도 넘나 싫었다. 그러면 비닐 벗겨진 채로 오거든... 아무튼 그래서 나도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저자 사인 되어 있는게 싫어... 그런데,
나는 또 사인을 해서 책을 선물해보기도 한 사람이야... 어딘가의 중고 책방에서 누군가 내 책을 골라 계산을 하려다가 내 사인을 보고는 '아아 제기랄 저자 사인이 되어 있다니, 누가 말릴 수 없었나' 이런 생각할 걸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앞을 가려버리는 것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군가는 내 책의 저자 사인이 싫겠지...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아아 인생이여...다양한 삶이여...............
어제 노팅힐 보고 또 넘나 좋아서 대본집을 펼쳐 들었다. 내가 대본집 오만년전에 심지어 분철로 신청해서 사뒀는데 본 적은 없었지. 그런데 어제는 좀 보고 싶었어. 그래서 앞에 좀 보면서 한글 해석도 보고, 으응, 이런 장면이었지, 하고 좀 읽다가 덮어두고 다음부분 부터는 나중에 읽자 했는데, 오늘 출근하면서, 으응, 대화 들으면서 갈까, 하고 처음부터 재생시키고 화면은 보지 않은 채로 이어폰 꽂고 걸으면서 이 영화의 처음, 윌리암의 독백 부분을 듣는데, 아아, 어제 대본집에서 읽은 부분이다, 단어가 몇 개가 들려!! 아 이거 넘나 신나는데? 나 이걸로 영어 공부 하겠는데? 구몬 너무 밀려서 그만뒀지만...(사람 안변한다, 중고등학교 때도 학습지 밀려서 책상 밑에 숨겨뒀었지..엄마한테 들킬까봐.......우리집 돈도 없는데 학습지 시켜준건데 ㅠㅠ), 영어 대화를 듣는 건 너무 재미있으니까. 단어 몇 개 알아들으면서 걷는데 넘나 신나서, 아 대본집 다시 보고 열심히 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면 들리는 단어가 더 많겠지? 이렇게 몇 번 하다보면.... 영어 천재가 되지 않을까? 우하하하하. 이번 한 해는 노팅힐 대본집, 이 영화 한 편을 외우는데 내 시간과 노력을 양껏 투자하겠어! 화이팅!!!
오늘 아침에는 이거 너무 좋다고 들으면서 오다가, 나는 이 영화를 왜이렇게 좋아하는가, 생각해봤는데, 진짜 아주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를테면,
어딘가 부족한 친구들이지만 항상 친구를 위해 마음을 다해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 응원해준다는 것,
너에게 사귀자고 하다니 그 사람은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어, 라고 한다는 것
행사가 있으면 다같이 모여서 먹고 마신다는 것,
적자가 나는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이 나온다는 것,
별 거 아닌 대화를 나누는 남녀가 나온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라는 게 나온다는 것,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
사랑을 잃고 그리움에 허덕이는 남녀가 나온다는 것
등등이 있지만,
이게 어느 부분에서는 내 얘기가 아닌가..싶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칠봉이는 외국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나는 명저를 쓴 셀럽이고.........그러니 당신도 나를 감당하기 벅차겠지............라고 쓰면 다른 사람들도 물론이려니와 칠봉이가 쌍욕하겠지. 이런 미친... 이러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안합니다...(--)(__)
월요일 아침부터 죄송합니다....(--)(__)
저는 샤갈 그림의 진품이 없어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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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