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을'로써 살아간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다보니 자연스레 '을'이 되어버리는데, 내가 나를 을로 정의하는 순간, 내게는 '갑'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많은 시간, '갑질'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하루중에 많은 시간을 을로써 살아간다는 것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을로써 살아간다는 말과도 같다. 하루가 쌓여서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쌓여서 일 년이 되는거니까. 나는 지금 이 직장, 한 직장에서만 15년을 근무했고, 얼마전에는 15년 근속상으로 30만원을 받았다. 매일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한시간 이상을 대중교통에 시달리며 출근하고, 갑질에 시달리면서 15년을 견뎠더니, 30만원이 통장에 꽂히더라.


물론 나는 내가 삶의 많은 시간을 갑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돈을 지불하는 순간들이 그러할진대, 나는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지 않기 위해, 그들과 나 역시 같은 노동자임을 잊지 않으며 지내고 있지만, 어쩌면 어느 순간, 어딘가의 누군가는, 나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갑질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사실 내가 갑이 되는 순간에, 내가 뭐 월급쟁이이면서 소비하는 게 별 거 있지도 않아서, 크게 갑이 되지도 않는다. 말레이시아 갈 때는 저가 항공을 탔고, 백화점에서는 가판 할인매대를 이용하고, 식당에 가서도 고만고만한 밥을 먹는데, 이 시간들 틈틈이 어디 '갑질'이 낄 수 있을까.



다른 얘긴데, 얼마전에 무슨 광고에서 전화상담원들이 우리의 엄마이거나 딸이거나 아내이거나 하다...같은 거 나오던데....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갑질을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이유가, 상대가 누군가의 무엇이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도 나도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왜 거기에, 갑질을 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무엇'이라는 이유를 대야할까... 인권감수성.....


아, 다시. 그러니까 왜 내가 갑과 을의 이야기를 하느냐하면, 돈은 어째서 힘인걸까, 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돈은 도대체 어째서 힘인걸까. 


최근에 나는 여덟살 조카의 손을 잡고 마트에 갔다. 조카가 사고 싶다는, 장난감 들어간 초콜릿을 사줬다. 조카는 내게 '이모랑 둘이 홍콩가고 싶어'라는 말도 했는데, 조카가 더 크면 그도 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얼마전에는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친구에게 술을 사줬다. 내가 조카에게 초콜렛을 사줄 수 있어서, 친구에게 술을 사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신이 났다. 친구는 내게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말하면서, 돈이 자존감을 지키는데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동의했다. 내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나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하면서도 돈벌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주는 나의 갑에게 내가 함부로 대하지를 못하고,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진짜 내 속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행동한다고 하면, 별 해괴망측한 갑질을 볼 때마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너 인생 똑바로 살앗!!'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갑질을 그저 묵묵히 당하고 있다. 내가 왜 그러고 있을까?



돈 때문이다.



보쓰가 어디서나 갑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것, 여기서 보쓰지만 다른 어디를 가도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보쓰로 취급해주길 바라는 것. 이 모든 게 가능하며, 자신의 직원들에게 막말할 수 있는 것 모두, 그에게 돈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다고 해서 그래도 되는 게 결코 아닌데, 돈이 있으면 그 모든 것들이 그냥 넘어가진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을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정말이지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돈이 힘이 되어버리고 만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돈으로부터 나온다. 갑질에 흠뻑 몰두해있는 갑을 보면서 '저 사람에게서 돈만 쏙 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봤더니, 절대 저런 행동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이 나오더라. 그렇다면 저런 비인간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근원은 돈 .. 아닌가. 아, 돈이여...



그렇게 나는 돈이 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힘을 너무 경멸하면서, 그러나 그 돈을 벌기 위해 애쓴다. 많은 것을 참고 견딘다. 그것이 나에게 궁극적인 기쁨을 많이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셀레스틴'은 현재 '랑레르' 부부의 하녀로 일하고 있다. 이 부부는 비인간적인 사람들이라 모두가 싫어하는데, 너는 거기에서 하녀일을 하기 너무 힘들거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가 마을에서 시샘과 존경을 받고 있단다. 왜? 그들 부부에게 돈이 많아서...



그런데 잡화점 여주인이 거침없이 비난을 퍼붓는 가운데 이 입에서 저 입으로,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지고 드러나는 이 비열하고 천박하고 불명예스러운 소문을 들으며 내가 신기해하고 우울해한 점은 이 도시 사람들이 랑레르 부부를 경멸하기보다는 시샘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해도 될 만큼 무익하고, 사회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그들이 가진 흉측한 100만 프랑의 무게로 모든 걸 짓누르는데도 불구하고 그 100만 프랑이 그들을 영광과 존경의 후광으로 둘러싸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숙이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렬하게 그들을 맞아들인다. 이 사람들은 랑레르 부부가 자신들의 영혼의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는 그 더럽고 초라한 집을 '성'이라고 부르면서 얼마나 노예처럼 그들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지! 확신컨대, 이 지역의 명소가 어디냐고 묻는 이방인들에게 잡화점 여주인조차 속으로는 랑레르 부부를 혐오하면서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교회와 아름다운 샘이 있고… 특히 아주 아름다운 것이 있는데 …그게 뭔가 하면 랑레르 부부랍니다. 100만 프랑이나 소유하고 있는 이 부부는 성에서 살고 있지요.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들을 무척 사랑스러워한답니다." (p.53-54)



왜.... 랑레르 부부의 돈을, 그 돈의 일부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노동자가 자랑스러워 하는가...왜? 또한, 어째서, 100만 프랑을 가진 게 자랑이 되는가.... 그러니까 어쩌면 나라도, 내가 무언가 큰 걸 가졌다면 기꺼이 자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지금은 딱히 자랑할 만한 어떤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아, 나 명품 지갑 친구들에게 자랑했었군....아, 내 돈 주고 산 명품 가방도 자랑자랑했지... 그러니까 이런 거 자랑은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다고 자랑하는가. 결국 돈자랑 아닌가...... 왜 돈은, 자랑할만한 것이 되었을까? 그리고 왜 그 돈이 이렇게, 존경할 만한 것이 되는가. 대체 왜?



내가 저 부분 읽다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동시에 너무나 잘 알 수 있어서.... 을로써 사는 나의 삶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사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내가 을임을 매순간 느끼고 있지만....




이 책은 그래서 재미있을 수 있었는데, 지금 절반쯤 읽은 가운데, 자꾸 빻은 부분이 툭 튀어나온다. 처음엔 사소하게 튀어나와서, 흐음..그러니까 이 때의 시대적 배경상 이런 생각이 너무나 당연했을테니, 그걸 말하기 위함인가, 하고 넘어갔더랬다. 그런데 어제 자기 전에 읽은 부분에서는, 설사 아무리 그렇다해도 너무 짜증나는 부분이라서,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을에서 다른 하인의 자녀인 십대 소녀가 성폭행으로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일이 수다떨고 있던 하녀들에게도 들리고, 그래서 그들은 도대체 이 잔인한 범죄의 범인은 누굴까, 저마다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려보는 가운데, 우리의 주인공 셀레스틴은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나는 거기 모여 잇는 여자들 대부분이 성폭행이 상기시키는 외설적인 이미지 때문에 이 살인 사건에 대해 생각보다 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폭행이란 어떻게 보면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p.229)




네???????????????????뭐라고요???????????????????????????????

나는 내가 문맥 파악을 못하는가 싶어서 저 부분을 여러차례 읽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작가는 이 당시의 하녀의 삶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독자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려는건가???????????????????????? 하고, 어떻게든 여기에 합리화를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고, 급기야 더 분노하게 되는 지점에 이르게 되는데, 아니 이런 .... 쌍욕이 이천 번 나오는데,




셀레스틴은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 '조제프'의 어떤 반응을 보고, 그가 소녀의 성폭행범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의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강하게 자리잡게 되는데, 그런데, 그런 그에게 욕망을 느끼는 거다.




네????????????????????????????????????????????????




남자가 아름답다고 여자가 느끼는 것은 조화로운 용모 때문도 아니고 완벽한 몸매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눈에 덜 띄고 덜 명확한 무엇, 일종의 친화력, 감히 말하자면, 일부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강박처럼 체험하게 되는, 일종의 섹시하고 자극적이고 무시무시하고 도취시키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제프가 바로 이런 분위기를 자기 주변에 퍼뜨렸다. 어느 날 나는 그가 포도주 통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는 꼭 어린아이가 공을 갖고 놀듯 그렇게 포도주 통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았다. 그의 놀라운 힘, 그의 유연함과 능숙함, 어마어마한 지렛대 역할을 해내는 그의 허리, 운동선수 같은 그의 어깨, 이 모든 것이 나를 꿈꾸게 만들었다. 그의 수상쩍은 행동과 꼭 다문 입, 인상적인 눈길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기묘하고 병적인 호기심은 두려움만큼이나 매혹으로도 이루어져 있었고, 그가 가진 근육의 힘과 황소 같은 그의 어깨로 인해 더욱더 강해졌다. 더 이상은 설명할 길이 없지만, 나는 조제프와 나 사이에 뭔가 비밀스러운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 신체적, 정신적 관계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긴밀해진다. (p.243)



셀레스틴은 어떠한 증거나 단서도 없이 조제프르 성폭행범으로 의심했고, 그 의심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자신에게 증거나 단서도 없이 그저 느낌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두에게 신뢰 받고 있고 충실한 일꾼인데, 엉망진창인 주인 마저도 조제프에 대해서라면 보석 같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는데, 그런 보석 같은 사람이 성폭행과 살해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 고 스스로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까 셀레스틴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범인이다!'와 '그럴 리가 없다'가 싸우고 있는 건데, 그런 상황에서의 내적 갈등이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되면서도,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성폭행인데, 성폭행범이라고 의심되는데......그런데 욕망이 느껴져?????????? 내 사고로서는 도무지............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행범에 대해서라면 죽여버려야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살인보다 더 나쁜게 성폭행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것이 미성년자에 대한 것이라면, 정말이지 그 놈을 세상에 살려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형제도 반대와 그런 놈은 사형이다 사이에서 나도 내가 왜이러나 싶은데, 얼마전에 다른 분의 서재에서 이런 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그 알라디너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사형제도에 반대하면서 성폭행범은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놀라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이라면 내가 나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이 책이 나오고나서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나 역시 고맙다고 말하는 한 명의 독자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런데 이 책은 원서고... 읽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읽어지지가 않는 것.... 그러나 읽고 싶다...... 해서, 


나는 한 출판사의 직원에게 이 책에 대해 알려주며, 그 출판사에서 이 책 좀 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검토 부탁드려요, 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그 출판사에서 답장이 오기를, 알아보니 이 책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진행에 들어갔다는 거다. 오!! 그러니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야! 나이쓰!



그렇지만, 이 책은, 원서로 읽고 싶은 의욕과 마음이 앞선다...




자 다시, 원래의 《어느 하녀의 일기》로 돌아가서,

아직 이 책의 절반 밖에 읽지 못했고, 그래서 이 책이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겠다. 결국 조제프는 범인이 아니고 셀레스틴과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조제프가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욕망이 생기는 셀레스틴이 나는 공감이 안되고, 무엇보다, 성폭행은 사랑과 관계되어 있다고 말한 데에서 이미 내 공감은 저기, 저 멀리 우주 밖으로 튕겨져나가 버렸다. 갑과 을에 대해서 같이 분노하려다가, 성폭행범과 사랑을 같이 놓다니, 내가 너무 멘붕이 왔네... 나머지 부분을 읽으면 여기에서 온 멘붕이 좀 다스려질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로 채워질까? 잘 모르겠다.


성폭행과 사랑을 같이 놓다니.. 아 나 진짜 어이없네.......




'조디 래피얼'의 《강간은 강간이다》에 보면, 강간 피해자가 이런 얘길 한다.


˝그 사람들은 전부 섹스와 문란함 얘기만 하네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강간은 섹스와 전혀 관계가 없어요.˝

강간은 나쁜 섹스가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죠? 강간은 아예 섹스가 아니에요. 섹스는 합의하에 이루어지고 강간은 그렇지 않죠. 그건 섹스가 아니에요. 강간범에게는 섹스일까요? 강간범은 섹스를 섹스로 이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강간은 섹스를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죠. 누가 뭐래도 섹스는 무기가 될 수 있어요. (p.120)



내가 셀레스틴의 저 생각을, 시대적 배경이 그랬다고 이해해야 하는걸까? 






뭔가 재미있는 책 읽고 싶어서 선택한건데, 후훗, 성공하지 못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는 《분노의 포도》를 읽을건데, 분노의 포도는 제발 나를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아 근데 《나나》도 읽어야 되는데? 아니, 내가 남동생에게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읽으라고 줬는데, 재미있게 다 읽고는, 아니 남자들 왜그렇게 여자들을 팼냐, 이러면서 막 분노하고.. 내가 그거 시리즈라고, 나나도 있고 제르미날도 있다고 했더니, 다 읽어봐야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씐난다! 그런데 제르미날은 아직 내가 사지도 않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나는 사놓고 안읽어서. 내가 이 책을 남동생보다 나중에 읽을 순 없다!! 하는 요상한 자존심이 발동해가지고, 나나를 내가 먼저 읽어야 되는데!! 그런데 분노의 포도가 두껍고 두 권짜리인데, 지금 남동생은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시작했는데, 아아, 어떡하지.... 남동생이 더 빨리 읽겠네. 아 그러면 분노의 포도 시작하기 전에 나나 살짝 가줄까, 싶은데, 그렇지만, 나나가... 살짝 가주기엔 좀 두꺼워? 아아 이런 내적갈등...어쩌면 좋지. 힘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에밀 졸라 읽는 남동생 너무 좋고, 아주 간단하고 속되지만, 다 읽고 감상 말해주는 거 너무 좋다. 아, 얼마전에는 남동생한테 먼저 읽어보라고 《원 포 더 머니》줬었는데, 다섯장 정도 읽었나, 못읽겠다고 나한테 주는 거다. 그래서 내가 흥!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열 장 정도 읽고 못읽겠다고 놔버렸다. 아... 절판된 거 중고로 사고 득템했다고 좋아했는데, 씨양........ 너무.. 아오, 내 스타일 아니야 진짜. 



지난주에 만난 친구가 독일과 일본에서 사온 엽서를 내게 줬다. 내가 외국에서 엽서 사오는 거 좋아하는 거 알고(내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니까), 내 생각나서 샀다고 가지고 있다가 이번 참에 준 것.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선물할 수 있다니, 정말 너무 좋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예쁜 엽서가 지금 많고, 이미 미국으로 몇 장 보내기도 했다. 헤헷. 씐남.


생일에는 스벅카드 선물을 많이 받아서 스벅카드 재벌이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씐나서 막 커피 사마시고 있다. 매일 아침 텀블러 들고 스벅에 가서 아메리카노 주문하는 나의 마음이 흡족한데, 흙흙.. 이제 스벅카드의 잔고가 절반으로 줄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매일 줄어가는 카드 잔고를 보는 것은 슬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에는 자꾸만 쿠알라룸푸르 아니면 어디 다른 동남아에 정착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갑으로부터 떨어져 을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삶에 대하여.... 그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한 날이 올까? 동남아의 익숙한 공기가 그립다. 다녀온 지 한 달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그리워서, 오늘 출근길에 만난 직장동료 e 에게, 


"나랑 공항 스테이크 먹으러 말레이시아 갈래?"


말했다. 동료는 빵터져서 웃었어....... 나 진지한데...........(진지)



다른 길을 계속해서 찾아보아야겠다. 언제까지고 여기에서 이렇게 살 순 없을테니, 뭔가 다른 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좋은 생각이 났다면 그대로 실행에 옮겨서, 그것이 나의 삶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삶은, 동남아였으면 좋겠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이어도 상관은 없겠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몇 년간 살아보는 삶이, 내게는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만약,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살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구몬 영어 밀린 걸 지난 일요일에 폭풍처럼 다다다닥 해가지고, 이제 초큼 남았다. 어휴... 지금 나는 will 과 be going to 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아아, 그렇다면 원서를 읽는 건 언제쯤 가능해질까? 갈 길이 멀다. 



오랜만에 페이퍼를 썼더니 멈춰야 할 때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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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05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가 과연 다락방님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ㅎㅎㅎㅎ 분노 하면 다락방님인데, 심지어 분노의 사과 한 알도 아니고 분노의 무려 포도를 마주하고??

다락방 2017-09-05 10:35   좋아요 1 | URL
분노의 석류나 분노의 무화과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7-09-0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 과연 ㅋㅋㅋㅋㅋ 미리 ㅌㄷㅌㄷ 합니다

다락방 2017-09-05 16:29   좋아요 0 | URL
뭐죠, 헬라스님. 알고 계십니까? 읽으셨습니까? 아아 저 분노에 떨게 됩니까?????

hellas 2017-09-05 16:31   좋아요 0 | URL
이제 저는 과거의 소중한 책들을 다시는 들춰보지 못할 것만 같고. 세계 고전도 역시나. 존나 성녀프레임이라고 살짝 흘려드립니다. ;ㅂ; 하. 하. 하.

다락방 2017-09-05 16:35   좋아요 0 | URL
아 쌍욕나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뜨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진짜 젠더감수성 장착 안되어있으면 너무 못읽겠더라고요. 지금 페이퍼 쓴 이 책도 성폭행과 사랑을 한 줄에 놔서 맥이 풀려버리고,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썼을까, 하고 찾아보니 작가가 남자네요?? 그래서 더 쌍욕 나오고.
제가 얼마전에는 필립 로스 읽다가 마음을 너무 다쳐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책 shirll 에 나오는 것처럼, 페미니즘은, 내가 사랑한다는 것이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란 말 진리인 것 같고요 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았어. 존나 성녀프레임이라면. 읽으면서 맹렬하게 까주겠어!! (불끈!)

hellas 2017-09-05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기왕 마음을 먹으셨다면 읽고 맹렬하게 까보자를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9-05 16:38   좋아요 0 | URL
좋았어! 기다려라, 스타인벡!!

hellas 2017-09-05 16:38   좋아요 0 | URL
애정작가 필립로스 그나마 좀 덜하긴 한데 뭐 읽고 다치셨어요;ㅅ; 저도 예방접종좀....

다락방 2017-09-05 16:39   좋아요 0 | URL
휴먼스테인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헬라스님, 읽어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 슬픔을 같이 공유해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외로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hellas 2017-09-05 16:43   좋아요 0 | URL
악. 읽으려고 책장에서 빼놓았은데!!! ㅋㅋㅋㅋㅋ 지금 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 읽는데 다음에 인간오점! 읽겠습니다 ;0

다락방 2017-09-05 16:44   좋아요 0 | URL
그 책에서 페미니스트들 엄청 까놨는데, 글을 너무 잘써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잘 쓰는 글로 페미니스트를 까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hellas 2017-09-05 17:00   좋아요 0 | URL
그 지점이 인간의 오점이라면 좋겠다...라고 헛된 희망 ㅋㅋㅋㅋ

비연 2017-09-06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의 페이퍼 넘 반가와요!^^
어느 하녀의 일기... 이상하네요 ㅠ 잠깐 봐도 이해불가구요.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은 저도 넘 좋았어서 제르미날 읽고 싶은데 아직.. 꼼지락꼼지락. 아 비가 오네요...

다락방 2017-09-06 07:58   좋아요 0 | URL
사랑과 성폭행을 한 줄에 쓸 수 있다는 게,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봐도 이해가 안됐거든요. 그런데 작가가 남자더라고요. 작가가 남자임을 확인한 순간 아... 그러니까 성폭행이 사랑에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먼........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휴.. 갈 길이 멀어요 진짜 ㅠㅠ

저도 얼른 이 책 끝내고 나나 읽고 싶어요. 나나 읽고 제르미날도 사야하고 ㅋㅋㅋ 아니, 뭐 이렇게 살 책도 읽을 책도 많은 겁니까. 꺅 >.<

여기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비연님.
시간은 흘러 어느덧 수요일입니다.
우리 남은 한 주도 잘 지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