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생활
우리는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다. 내가 언제 누구를 만나 어떤 상황이 될지 알 수 없고, 내가 당장 내일 무슨 책을 읽을 지도 알 수 없다. 나는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을 읽다가, 심리학자인 저자가 언어에 대해 연구한 책을 읽다가, 아아, 언어를 연구한다고 했던, 내가 오래전에 사랑에 빠진 남자, '레오'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 그냥 가볍게 훑어볼까, 하고 출근길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들고 나왔는데, 가만있자, 어디서 그가 언어를 연구한다는 게 나오더라? 초반이었던것 같은데, 하다가 처음부터 책을 읽게 되었고, 마침 다정한 청년과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아아, 에라이, 내친 김에 이 책을 그냥 통째로 다시 읽게된 것이었다. 도대체 몇 번을 읽는건지 모르겠지만, 아아, 책이란 너무 신기하고 좋은 게, 읽을 때마다 그 감정이 다르고, 공감하는 부분이 다르고, 빡치는 부분이 다르다!!! 빡쳤어!! 나 빡침!!!!!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어디에서였지, 우연은 필연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정말 그렇지 않을까, 싶은게, 에미와 레오를 보면서도 그렇다. 읽은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에미는 잡지 구독을 취소하는 메일에 스펠링을 잘못 써서 엉뚱한 개인인 '레오'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레오는 너 메일 잘못보냈다, 고 알려주는데, 그로부터 무려 9달 뒤, 에미는 크리스마스 단체 인사를 메일로 보내게 되고, 거기에 또 레오가 섞여있다. 그 크리스마스 즈음, 레오는 개인 사정으로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잠깐 에미랑 사소한 메일을 주고받고 끝낼 수 있었는데, 아아, 38일 뒤, 또한번 에미는 잡지 취소하는 메일을 레오에게 보낸다. 다, 그녀가 자꾸 손가락이 습관적으로 움직여 오타를 냈기 때문인데, 그렇게 그들은 시작한다. 무얼? 이메일 관계를, 이메일 사랑을!
그리고 내 기억대로, 레오는 자신이 이메일 언어를 다루고 있다고 에미에게 말한다.
'제가 요즘 직업상 이메일 언어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p.15)
'저는 커뮤니케이션 카운슬러이자 대학의 언어심리학 조교수입니다' (p.20)
아아, 그 누가 알았을까. 《단어의 사생활》같은 책을 읽다가, 엉뚱하게 새벽 세시에 꽂히게 될 줄을... 다른 누가 그 책을 읽다가 새벽 세시를 떠올릴까. 나다! 나만이 할 수 있다!! 내가 그렇다!!!!
그렇게 나는,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수백권 쌓아둔 채로, 이미 몇 번이나 읽은 책,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시 읽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쭈욱- 꼼꼼하게.
이렇게 '너 메일 잘못보냈다' 와 단체메일들 틈에서, 에미와 레오는 서로 조금씩 사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 에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이런 대화가 지속됐을까? 레오가 아니었어도 에미는 그 메일을 주고받는 삶을 살게 됐을까? 어쩌면 그건 상대가 레오이고, 에미이기 때문이고, 어쩌면 그건 그들이 그렇게 대화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런 문체로 메일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우리가 이 세상의 모두와 대화가 가능한 게 아니고, 누구나와의 대화가 모두 만족스러운 게 아니니까. 우리는 유독, 대화가 잘 통하는, 대화가 즐거운 상대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들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어서, 그래서 자꾸 메일을 왔다갔다 하게 된 게 아닐까.
두 사람이 서로의 언어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보았듯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이 적응은 보통 몇 초 안에 일어난다. 이때 두 사람은 상대방의 형식성, 명확성, 감성적인 정도, 사고방식에 맞추어 즉시 적응한다. 두 사람 모두 어떤 대명사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즉 그녀, 그,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따라간다. 대화라는 공이 계속 굴러가게 하려면 둘 다 주제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사실 둘 중 한 명이나 둘 다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거나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면(거짓말 등) 상대방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단어의 사생활, 제임스W페니베이커, p.312)
대화란, 누군가와의 지속된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겠지만, 할수록 더 할 얘기가 늘어난다. 이미 대화를 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대화가 즐거운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 사람과 또 대화를 시도하게 되고, 그렇게 반복해서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의 생활에 깊이 침투하게 되며, 제임스 페니베이커가 말했듯이, 우리는 이제 일일이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옆에 누가 있는지 알게 되고, 그 사람이 하루종일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 알게 되며, 이런 뉘앙스의 말은 어떤 것을 뜻하는지 알게된다. 척, 하면 착, 이 되어버린달까. 대화를 잘 나누던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어쩌면 호감이 생겼기 때문에 대화가 잘 지속된건지도 모른다. 레오는, 이제, 에미에게 관심을 갖는다. 스스로 어떡하지, 싶을 만큼.
에미, 변명부터 할게요. 사실 당신에게 날마다 메일을 썼어요. 보내지 않았을 뿐이지요. 아니, 보내지만 않은 게 아니라 다 지워버렸어요. 말하자면 제가 우리 대화에서 힘든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제가 당신, 신발 치수 37인 에미라는 여자에게 서서히, 그저 얘기 상대라는 틀에 맞는 선을 넘어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겁니다. (p.29)
얘기가 잘 통하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가? 나는 잘 모르겠다. 내 경우엔 얘기가 잘 통하는 상대를 좋아하고 또 사랑했다. 얘기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랑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저 얘기 상대'라는 틀에 상대를 넣어두었다 하더라도, 아, 그 얘기가 겁나게 잘 통한다면, 어떻게 더 많은 애정을 쏟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애초에 이 대화를 나누지 말았어야 했어. 사랑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애초에 대화를 시작하지도 말았어야 했다고. 이미 대화를 해버린 이상,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담?
물론 에미도 마찬가지다. 에미는 남편과 아이 둘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살지만,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레오의 메일을 기다리고, 레오에게 이메일을 쓰는 기쁨으로 삶을 유지한다. 에미 역시 이메일로 레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온 신경이 거기에 쏠린다. 레오도 그랬고, 에미도 그랬다. 자, 다시 단어의 사생활이다.
아마 우리는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넘치도록 행복하게 하거나, 미친 듯이 화나게 하거나,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 사람의 이름은 뺀 채 그 사람을 가리키는 다양한 대명사를 넣어 말할 때가 많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이 한 친구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하고 있다면 3인칭 단수 대명사를 높은 비율로 사용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단어의 사생활, 제임스W 페니베이커, p.374)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나 역시 누군가로 인해 행복하거나, 화가 나거나, 슬픔에 빠졌을 때, 그 사람의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루 온종일 신경이 그 사람에게 쏠리는 거다. 행복하면 행복해서, 화가 나면 화가 나서, 슬픔에 빠지면 슬픔에 빠져서. 우리가 행복하거나, 화가 나거나, 슬픔에 빠질 때, 그게 온전히 나 혼자, 스스로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내게 이런 감정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했고, 그 다른 사람은 그러므로 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서 이런 감정들을 샘솟게 하며 나를 휘두른다. 에미와 레오가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 그들의 머릿속에는 일하는 내내, 길을 걷고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의 생각 뿐이었을 거다. 오늘은 그(그녀)가 무슨 말을 할까, 나에게 메일을 보냈을까? 우리는 상대의 한 마디에 천국을 갔다가 지옥을 갔다가 할 것이다. 동굴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구름 위를 걷기도 하고. 이렇게 온 신경을 쏟게 만드는 사람의 한마디는 얼마나 힘이 센가. 그렇게 레오와 에미는 서로에게 말을 걸고, 또 상대가 나에게 말을 걸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그들의 답장은 몇 초만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간혹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이 걸릴 때는 서로 애가 탄다. 에미와 레오가 애가 타면, 나 역시 애가 탄다.
서로 만날까 만나지말까 고민하면서 그들은 후버까페에서의 만남을 갖는다. 그러니까 같은 시간에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고, 서로에게 '혹시 니가 레오냐' 같은 거 묻지 않기로. 그리고나서는 집에 돌아가 '너 왔었니?' 라고 묻고, '너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누구였니?' 묻는다. 하하하하하. 귀여워....
이메일로 이들은 언제까지 교류할 수 있을까. 이것이 오래,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수 있을까? 나는 아마 그러기는 어렵다고 본다. 언젠가 누군가는 먼저 만나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책에서도 레오가 혹은 에미가 만나자고 했다가, 그러지 말자고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반복한다. 그 마음 내가 충분히 잘 알겠다.
책속에서 레오는 에미의 실체 없음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렇다.
사랑을 나누는 데 대화가 중요하지만, 실체도 중요하다. 이 실체 없는 사랑을 대체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현실에서 다른 연인, 실체를 가진 사람과 사랑하면서, 그 사람과 만나 서로 고개를 돌릴 때 일어나는 바람을 느끼면서, 그러면서 살 수 있지만,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이메일에 열중하는 삶이라면, 이게 어느 하나 계속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메일에 빠져 있다면 실체에게 소홀할 테고, 실체 앞에서 자꾸만 '빨리 가서 이메일 확인하고 싶다' 같은 거 생각할텐데, 이 실체와의 사랑이 가능해질까. 또한 이 실체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시간과 신경을 쏟을텐데, 메일을 열어보는 횟수라든가 답장하는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화와 실체가 한 사람에게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그 둘을 쪼개야 한다면, 그건 길게 유지되지 못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상대를 만나서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이 부분에서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영화 《HER》가 생각나고, 또 내게는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도 생각난다.
《HER》에서 남자는 소프트웨어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실체 있는 사랑을 나눌 수 없다.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남자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은 시작되는 단계에서 힘차게 스타트 하지 못하고, 그렇게 남자는 여자의 주변만 맴돌게 되는데, 어느 하루는, 술 한잔도 안마시고, 그리고 그녀에게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은채로, 섹스를 하는 거다. 그 장면에서 얼마나 에미와 레오 생각이 나던지!
에미는 자신이 레오를 만나지는 않은 채로, 자신의 친한 친구 '미아'를 레오에게 소개시켜주려 한다. 레오는 처음에 기분나빠했지만 곧 미아를 소개받게 되는데, 아아, 너무 싫어...나는 대체 에미가 왜그랬는지, 이 바보 멍청아!! 하면서 한껏 욕해주고 싶지만, 그렇지만 그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어차피 내꺼가 될 수 없는 남자를 어떻게든 가깝게 옆에 두고자 하는 마음 같은 거, 자신의 친한 친구와 연결시켜서, 어떻게든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도 싶었을거고, 가장 큰 거는, 자신의 친구에게 레오가 자신을 어떻게 말하는지, 자신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해도 이건 진짜 미련한 방법인 거다. 아마 한 번 해봤으니 에미도 다시는 안하겠지.
아주 오래전의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그때 내가 혼자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내 친구를 소개시켜준거다. 어차피 내 남자도 아니니까..하면서. 그당시 나는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내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그들이 내가 모르는 만남을 가졌다는 걸 알게되면서, 아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 이 사람을 많이 좋아했구나..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내가 왜 이런 미친짓을 했을까 엄청 후회했다. 아아, 싫어..그때의 나여, 미워 ㅠㅠ 바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고나서 시간이 흘러 내가 다른 남자에 대해 호감이 생겼을 때, 그러나 나랑 사귀지 않는 사이가 됐을 때, 내 친한 여자친구가 '그렇다면 그남자 나 소개시켜줘'라고 했는데, 나는 단번에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다시는, 내가 호감가는 남자를 내 친구에게 소개시키는 일 따위를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더랬다. 이게 나랑 사귀는 게 아니어도, 나로 인해 이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게 하지는 말자. 우연이 작동해서 이들이 서로 어떻게든 만나 사랑하게 됐다면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그 다리를 놓고 또 후회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불킥 같은 거 하는 삶을 선택하지는 말자, 그런 식의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
아마 에미도 다시는, 다시는 그런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레오가 ㅠㅠ 미아랑 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 사실을 '짐작만' 하고 있을 때와, 레오의 입을 통해 그걸 알게 됐을 때의 에미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에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에미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가슴이 다 찢어진다. 그렇다고 뭐라고 잔소리도 못해. 왜냐면 내가 그러라고 소개시켰으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굴 원망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과거의 나자신을 원망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에서 제일 바보는 누구? 나! 바로 나!!!!! 아아, 에미는 얼마나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을까, 얼마나 자신을 때리고 싶었을까, 얼마나 자신을 원망했을까,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렇지만 그 화를 어떻게든 표출할 수가 없어 얼마나 속이 뒤집혔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일상이 지옥이었을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가 지옥으로 보냈다? 내가! 바로 내가!! 나!!!!! 내가 나를 지옥으로 보냈어!!!!!!!
그래, 에미가 잘못했는데, 굳이 소개시킨 거 잘못한건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레오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왜 미아랑 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그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왜 미아랑 자는거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레오 미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레오 빵꾸똥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엎드려서 펑펑 울고싶다.
토요일에 총 여섯명의 돌아가며 강의하는 페미니즘 강연을 듣고 왔는데, 누군가는 처음부터 몰입시키는 반면, 누군가의 강연은 전혀 집중이 되질 않았다. 나는 이것이 왜그럴까, 생각해보다가 '목소리'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는데,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와는 맞지 않는 목소리였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그 말이 내게 와 닿지 못했던 건 아닐까.
레오와 에미는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서로의 자동응답기에 목소리를 남기게 되는데, 레오는 에미의 목소리를 듣고 진짜 뻑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르노방송 진행자 같은 목소리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목소리 뭐지? 목소리까지 듣고나니 이들의 감정은 더 커지고야 만다. 아흙-
2분 뒤
Aw:
에미, 말문이 막혀버렸어요. 내가 몹시 놀랐다는 소리예요. 당신 목소리와 말투를 전혀 다르게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당신, 정말로 늘 그렇게 말해요? 아니면 목소리를 일부러 꾸민 건가요?
45초 뒤
Re:
제 목소리가 어떤데요?
1분 뒤
Aw:
끝내주게 에로틱해요! 포르노방송 진행자처럼.
7분 뒤
Re:
그거 칭찬이죠? 한시름 놓았어요! 당신도 나쁘지 않은걸요. 당신은 글보다 말이 훨씬 대담해요. 목소리가 아주 허스키하게요. "내가 줄곧 이런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이 대목이 마음에 들어요. 뭐랄까, 무척 방탕하고 섹시한 느낌이 나요. 그런 목소리라면 비아그라 같은 정력제 광고에 써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p.304)
목소리, 라고 하면 나도 진짜 할말 많은 사람인데...(뭔들 할 말이 없겠냐마는 ㅋㅋㅋㅋㅋ)
나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아주 좋아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두 명의 남자쯤에게 그저 목소리만으로도 자지러질만큼 사랑을 느꼈던 것 같다. 아, 생각하니까 또 갑자기 막 가슴이 뛰는데, 한명은 특히, 웃음소리가 좋았다.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상투어로 '낮은 웃음소리'같은 거로 묘사할 수 있는, 그런 웃음소리였는데. 언제나 차분하게 말하고 웃는 것도 차분해서, 가끔 그가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 정말이지 심장이 쏘옥 하고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더랬다. 내가 그사람에게 목소리 좋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그건 모르겠네. 그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좋은 목소리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오래 좋아했었고, 좋아해서 그의 목소리가 특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목소리도 내가 무척 좋아했더랬다. 그 차분한 말투는 진짜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내가 만났던 남자중에 가장 레오에 근접했는데, 내게는 여전히 레오=그사람 으로 자동연상된다. 아아, 이제는 오래전의 일이구나. 이미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어...
그에게 목소리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지, 말한 적이 없다면 언제라도 다시 만났을 때 꼭 말해주고 싶다. 이젠 모두 지난 일이 된걸까...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군. 아! 그런데! 그로부터는 내 목소리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로부터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더랬다. 그가 내 목소리를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를 몇해간 알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아, 그만 생각하자, 혼란하다....내 심장에게 이제 이런 일을 시키지 말자. 가만 잠자고 있는 심장에 불을 지르지 말자... 심장아, 미안해!
또 한명의 목소리 좋은 남자는...얘기하는 순간 내 심장이 폭발해버릴지도 모르므로 패쓰하겠다. 다만, 그가 성대 찢어져라 신해철의 노래를 불러주던 것이 내내 떠오른다. 참 신기하지, 목소리는 기가 막히게 좋은데 이상하게 음치였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남자가 너무 좋은 건, 음치인데도 노래를 수시로 잘 불러줬다는 거다. 아 쓰면서 절로 웃음이 나는군. 불러달라는 노래도 잘불러주고(심규선!), 그냥 자기 흥에 겨워서도 잘 불러줬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목소리가 좋아도 음치일 수 있다!!! 세상은 살아볼만한 것이여..... 이 남자도 내 목소리와 말투를 좋아했는데, 역시 목소리에는 합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역시 모두 지난 일이 되어버렸지. 시간은 앞을 향해 흐르고 내 남자의 목소리는 과거로 남아버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목소리 실컷 들을 수 있었을 때 녹음이라도 해둘걸. 그리울 때마다 틀어두게...음..이건 변태같나? 그렇지만 누구나 가슴속에 저마다의 변태기질은 있는 거잖아요? (글썽)
책을 읽는 내내 막 이생각 저생각 내 과거가 수시로 떠올라서 너무나 괴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결말까지 접하고나서, 아아, 이 책의 결말은, 세상 그 어떤 소설의 결말보다 완벽하지만, 그렇지만 이대로 끝낼수는 없다! 하는 마음이 되어서는, 이미 읽었고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이 책의 후속편, 《일곱 번째 파도》가 읽고 싶어졌다. 새벽 세시는 여러차례 읽어도 일곱 번째 파도를 그렇게 읽진 않았었는데, 아아, 이번에는 꼭 그 책이 필요해, 꼭 그 책을 읽어야겠어!! 하는 마음이 되어, 내 소중한 책장 앞으로 갔지만, 그 책이 보이질 않는다...아니 대체..왜...어디간거야 ㅠㅠ 난 내 책들을 대체 어디로 보내고 있는거야 ㅠㅠ 내가 그걸 팔 리가 없는데 ㅠㅠㅠㅠㅠ 그러면 어딜 갔어 ㅠㅠㅠ 별수없이 나는 오늘 아침에 또 사고 말았다. 아아- 인생은 뭐지....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는 '윤종신'의 노래 <너에게 간다>가 나왔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였는데, 구절구절이 다 속속 박히면서 새삼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같지 않은 기적
너와 헤어짐에 자신했던 세월이란 믿음은
나에게만은 거꾸로 흘러
너를 가장 사랑했던 그 때로 나를 데려가서
멈춰있는 추억속을 맴돌게 했지
단 한번 그냥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아
수화기 너의 목소리 그 하나 만으로도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흐르는 땀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같지 않은 기적
너의 갑작스런 전화속에 침착할 수 없었던
내 어설펐던 태연함 속엔
하고픈 말 뒤섞인 채 보고싶단 말도 못하고
반가운 맘 누르던 나 너를 향한다
단 한번 그냥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아
수화기 너의 목소리 그 하나 만으로도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어휴... 이건 진짜 노래가 너무 좋은데, 구구절절 왜 좋은지 설명하자면, 너무 나의 찌질함이 드러나는 것 같으므로, 내 상황을 대신해 영화 《만추》를 대입해보고자 한다. 영화 만추에서,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마지막 장면, 탕웨이는 현빈이 만나자고 했던 그 장소에서 현빈을 기다린다. 문이 열릴때마다 쳐다보고 쳐다보고...영화는 그렇게 끝나는데, 위의 윤종신 노래는, 영화속에 나오지 않았던 현빈의 마음인 것 같은 거다. '너에게 간다' 도 그렇고,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라니... 그러면서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보는, 그 마음... 아아.......거기에 너는 있을까 없을까........
노래는 윤종신의 10집 앨범이라는데, 나는 그래서 그 앨범을 엠피삼으로 사려고 한다.
너에게 간다, 니. 정말 좋지 않은가.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너에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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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와라. 나에게 와라. 내가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을게. 아,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노라니, 져니의 <open arms>가 또 생각나???
자, 나는 두 팔 벌려 기다린다.
나에게 오라.
컴온, 베이비!!
컴온 베이비, 라고 하니까 미스터 빅의 <to be with you>가 생각나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오늘 안에 페이퍼를 끝맺지 못할 것 같으므로 여기에서 줄이기로 한다.
컴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