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문한 책을 배송받아 박스를 풀었는데, 아아, 나는 오늘 또 책을 사고 싶다. 계속 참고 있는데 '마이클 로보텀'의 신간 소식을 알게된 것이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라니, 나 그 시리즈 너무 좋아, 이건 사야되는데... 하고 장바구니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아아, 참을것인가 말것인가.... 왜때문인지 갑자기 또 《페미니스트 모먼트》도 사고 싶다. 텀블벅 후원에 참가해서 페미니즘 후드집업티도 받을 예정인데, 그러다보니 페미니즘책 또 사고 싶어졌고, 이미 준비해두고 읽지 못한 페미니즘 책도 수두룩한데 어째서 나는 왜 때문에 이 책도 사고 싶어지는가. 게다가 흑 ㅠㅠ 이승우 신간도 나왔어.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게다가 영화로 너무 재미없게 보았던 《레이디 수전》도 궁금해... 인생... 아니, 지름이여...지름, 너는 무엇인가?
난 어쩌지?
어째서 책은 사고사고 또 사도 계속 사고 싶은걸까. 어째서 읽고 싶은 책은 계속 나오는걸까? 게다가 1,2,3권 늘어놓으면 표지가 기막히게 예쁜, 그리고 야하다는! 《에로티카》도 사고 싶다! 읽고 싶어!
아주 오래전에 내가 즐겨 가던 사이트에 한 여성이 글을 올렸었다. 여행 갔다가 이탈리아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졌는데, 그래서 그를 또 만나러 간다, 지난번에도 만나서 호텔에 갔다가 안나왔는데, 이번에도 우리는 아마 그럴 것 같다, 라는 것이다. 몇 개월만에 만나게 되는 거라는데, 아아, 너무 좋지 않은가, 몇 개월만에 단단히 사랑에 빠진 남자를 만나서 호텔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시간들...그래서일까. 이탈리아가 배경인 에로틱한 소설이라니, 이건 어쩐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것보다 훨씬, 훠어어얼씬 재미있고 야할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 표지 너무 예쁘다... 궁금하다.....읽고싶다...아니, 사고 싶은건가? 아니, 읽고 싶은건가?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이제 '책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을..잊은건가? 인간은 원래 이렇게 쉽게 잊는가? 아니, 나는 이렇게 쉽게 잊는가?
어제는 퇴근길에 여덟살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아빠가 혹시 아빠나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지면 전화하라고 집에 전화기를 놔줬는데, 전화기 밑에는 이모의 전화번호도 써있는 거다. 그거 보고 스스로 전화를 하는 거다. 본인의 의지로! 본인의 마음으로!! 이모 어디냐고 물어 지하철이다 라고 답했더니, 이모네 집에 가면 자기랑도 같이 지하철을 타잔다. 응, 근데 이모랑 지하철 타면 이모 손 꼭 붙잡고 다녀야해! 했더니 응! 한다. 아 진짜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런 얘기 하다가 뜬금없이
이모, 나는 깍두기랑 김치가 매워.
한다. 아아 뜬금없이 깍두기 김치 얘기는 왜나오는걸까? 어디서 먹었냐 물으니 학교에서 먹었단다. 다른 반찬은? 물으니 안매워,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조카의 목소리가 진짜 너무 사랑스럽고 이렇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분이 좋아진 나는, 너랑 통화를 해서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 타미야, 이모가 타미랑 전화를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 응, 그럼 이모 내일 또 전화할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 아이는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들었다놨다 하는구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조카야 완전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하루가 몹시 길었다. 집에 돌아가 엄마랑 둘이 앉아 와인을 마셨다. 냉동실에 있던 수육을 데우고 오렌지와 치즈를 준비해서는 술상 앞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 포르투갈 편을 보았다. 아아, 난 역시 저기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는 저기 가서 살거야, 나중에 진짜 저기서 살거야, 라고 말하자 엄마가 '왜 나중에 가,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서 살어' 하시는 거다. 아, 엄마 그러고 싶은데 저기 가서 뭐해먹고 살어...돈 벌어서 가져가야지......
그래, 내가 포르투갈에서 살려면 먹고 살 수단이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마련할지 내가 알 수가 없으므로, 일단 돈을 모아 그 돈을 들고 가져가야겠다. 얼마나 모아야할까...나는 저기 가서 살거야. 집에 들어와있지 않은 남동생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 포르투갈 가서 살거야. 말리지마."
그러자 남동생으로 부터 답이 왔다.
"안말려."
아하하하하하 아무도 안말리는데 나는 왜 못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는 요즘 좋아하는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포르투갈에 정착하면 아주 가끔 나 보러 놀러와요."
그러자 이런 답이 왔다.
"네! 그럴게요!"
우어어어엇 어서 빨리 포르투갈에 가 정착해야겠다. 내가 살 곳은 거기여..... 그 삶은 완벽할 것 같다. 예쁜 하늘 보면서 시도때도 없이 프란세진야와 와인을 먹고 그러다 어느날엔 훌쩍 좋아하는 남자가 날 보러 오는 삶..... 아 졸 퍼펙트....♡
아니, 그나저나 이 의식의 흐름은 왜 '책사고싶다' 에서 '포르투갈에 가서 살겠다'로 끝을 맺게 되는것인가. 왜때문에...
신이여, 책 지르지 않게 도와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