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그 Vogue Korea 2015.11
보그 편집부 엮음 / 두산매거진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차례차례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지를 넘겼지만, 이 잡지 한 권 안에 내가 읽고 싶은 글은 1도 없었다. 오, 이럴 수가! 내가 얻고 싶은 정보도 여기 안에 없었고, 내가 원하는 재미라는 것도 이 안에 없었다. 한 시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긴 했는데, 한 페이지. 개미 머리보다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어서 읽고 싶지 않아 몇 줄 안읽고 관뒀다. 대신 이 책안에는 내가 입을 수 없는, 그보다는 '살 수 없는' 옷들과 내가 구매하지 못할 가방들만이 가득했다. 하다못해 아이패드 케이스도 스마이슨 제품이라고 한 귀퉁이에 나와있는 페이지. 스마이슨의 다이어리를 사고 싶었지만, 정말이지 '더럽게' 비싸서 사지 못했던 나로서는 아이패드 케이스는 헐 스럽기만 하다. 물론 누군가에게 이 많은 페이지들-옷과 옷과 옷과 가방과 가방과 보석과 보석이 가득한-은 분명 유용한 정보일 수도 있을 것이며, 최신 흐름을 파악하는 수단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지만, 나는 아닌 걸로..
오로지 로지 헌팅턴 휘틀리를 읽기 위해 샀는데, 역시나 '읽을' 수는 없었고, '볼' 수는 있었다. 히피룩이라고 옷 입은 화보만 잔뜩. 그런 것은 내게 아무런 필요도, 소용도 없다. 나는 로지처럼 히피 룩을 입을 수가 없잖아? 로지가 아니라서 못입겠다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옷을 입고 일상을 살 수가 없다고.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를 다녀... 토요일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일요일엔 널브러져... 여튼, 그 와중에 깨알같은 로지에 관한 '글'은 이만큼.

인스타에 꾸준히 올라오는 그녀의 란제리 사진은 그녀 자신이 디자인한 거였구나! 그래서 그렇게나 올리는 거였어. 이 페이지의 한 귀퉁이에 실린 로지의 사진들중 아래 오른쪽 스타일이 참 좋더라.

헤어스타일의 완성은 얼굴이라고들 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도 저렇게 앞머리 없는 긴머리가 이제 되어보는 걸로..아, 앞머리 길리느라 성가시다. 지금 막 길기 시작해서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똑딱삔으로 양쪽으로 꽂아버릴까...
이 잡지엔 실리지 않았고 이 글들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아래이다. 이 사진은 지금 내 핸펀 배경화면. 이들의 커플 사진을 보면 손을 잡고 다니기도 하고 떨어져 다니기도 하고 로지가 팔짱을 끼고 다니기도 하는데, 뭐든 다 좋다, 그냥. 난 이 커플이 왜이렇게 좋을까?

그리고 하릴없이 스마이슨 아이패드 케이스 검색해보았다. 나는 아이패드도 없으니 케이스 살 일도 없겠지만, 아이패드가 없어도 살 일이 1도 없는 케이스가 아닐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옷과 신발들과 가방들을 어딘가에서 누구는 가지고 있고 착용하고 있고, 뭐 그렇겠지? 나랑은 관계가 1도 없는 잡지라서 내 스타일대로 별을 하나만 줄까 하다가, 어차피 그럴지도 모른다고 알면서도 산 거니까 소비자 과실로 인해 별 하나를 더 찍는다.
여튼 다 훑어봤고 원상태 그대로인 이 잡지를 나의 중고샵에서는 무료배송으로 3,200원에 팔고있다. 킁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