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잊지 마십시오. 사람 마음엔 온전히 나를 위해 가꾸고 몰두하며 조심스레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돈이나 명예 따위로 채워지지 않는 아주 정직하고 거룩한 영역이죠. 나를 위한 기본적인 욕망을 채우지 못한 채 '열심히'만 살다가는 분명 큰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마음의 평정을 잃습니다. (p.124)
















책 속의 강사가 왜 이런 강연을 하게 됐는지는 일단 뒤로하고, 이 부분을 읽는데, 아, 내가 그래서 며칠전에 53,700원이나 내 점심 한 끼에 투자했구나, 싶었다. '나를 위한 기본적인 욕망을 채우는 일', 나는 그것을 한 것이로구나. 나는 내 안의 아주 정직하고 거룩한 영역을 잘 보살피며 말을 들어주었구나, 싶었다. 잘했어. 


사실 강사는 '열정'과 '열심'에 대해 강연중이었다. 그 중에 열정에 관한 부분은 나로서도 동의했는데, 때로는 자기의 열심을 열정으로 착각하고, 그 열정을 꼭 남에게 전파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그것이 폭력적이란 생각을 하는 대신, 그들은 그것으로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 혹은 내가 사는 이유로 너도 살아봐, 라고 하는 것이니 으윽,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재차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 열정에는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하고 내보일 수 있는 샘플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삶이 모두 소중한 샘플이며 모두 고유하고 특별한 경우의 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열정'에 가득 차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아직 많이 있습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 속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내가 시시한 일을 하는 너를 지배해도 된다는 권력욕이 숨어 있지요.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 말하겠지만 결국엔 다른 이들이 하는 이은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전문적이지도 않고 하찮을 뿐이라는 거예요. 쓸데없는 인간들이라는 거죠. 이런 생각은 삶의 모든 요소에 대한 폭력으로 작용합니다. 즉 열정이 권력으로 확장되고 맙니다. (p.126)



일전에 이승우의 책에서 읽었던 구절도 떠오른다.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으윽, 적극적이지마, 오지랖이 넓지마!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숨기만 하면 안 됩니다."

"사람들에겐 각자가 살고 싶은 방식이 있습니다. 그걸 존중해주십시오."



"마기 씨가 살고 싶은 방식은 어떤 겁니까? 말씀해주십시오."

"잘 아실 텐데요. 저는 제국과 상관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삶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은 결국 제국에게 유익을 주는 삶을 살라는 거지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까닭이 무엇입니까?"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사람을 죽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p.238-239)




최근에는 아주 많이 내 미래에 대해 궁금해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게될 것인가?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내 삶의 형태는 내가 바라던 형태였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내 생각대로만 움직였던 것은 아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또 예기치 못한 사람들의 출현으로 지금의 삶의 형태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마기'의 동생 '욘데'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고, 제국은 그런 욘데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일꾼으로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욘데는 그것을 거부한다. 욘데의 오빠인 '마기'는 제국의 유익을 위해 살고 싶지 않고,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음을 얘기한다. 나 역시 '제국'의 유익을 위해서 사는 삶에 대해서는 참견하고 싶지 않지만, 그러나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에, 내가 욘데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나 역시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최선의 또 최고의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제국에 붙들려가 제국의 사람이 되기보다는, 이 옳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이들에게 똑바로 가르쳐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욘데가 선택한 삶의 방식은 제국의 유익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유익이었을 것이다.



일전에 수키시리즈 중에 그런 얘기가 나왔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텔레파시로 얘기할 수 있고 그런 능력자들이 나오다보니, 경찰에서는 그들이 경찰의 업무에 협조해주기를 바라는 것. 그러나 수키와 다른 등장인물은 그것을 거부한다. 범죄자를 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삶도 중요하므로. 이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탐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까지 생각나게 하네... 



오래전에, 프로그램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데, 아동이었을 때 성폭행을 당했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 자살한 경우를 보여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고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내게 말했었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그당시에는 이것이 왜 교육과 연결될 수 있는지 잘 몰랐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서야 아, 교육의 힘이 정말 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페미니즘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 어릴때부터 양성평등에 대해 말하여준다면, 몸소 보여준다면, 그것은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광고며 개그프로그램, 시사채널, 잡지표지까지, 도처에 여성비하가 넘쳐나니 자연스럽게 그런것들을 흡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욘데가 자신의 능력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쓰는 게 나는 무척이나 흡족했다. 궁극적으로는 자라나는 아이들, 뭐든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정당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최선이 아닐까.  



제국에 끌려가서도 할 말을 조곤조곤 하는 '마기'는 뭐랄까, '그래 이런 말을 다 해!'라고 응원하게 되는 한편, 이상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너무 이상적인 게 아닐까, 하고. 차분하게 울분을 담고 있는 그런 소설이어서, 다소 신기한 마음으로 읽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나보다 코가 먼저 알았다. 혹독한 비염에 시달리느라 모든 일에 의욕상실. 앉아있는 것조차 귀찮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비염 약을 지어먹고는 꾸벅꾸벅 병든 닭마냥 졸다가, 어느 한 순간에는 또 어떤 일들을 떠올리며, 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참 행운이야, 싶기도 하고 또 꾸벅꾸벅 졸다가, 어느 한 순간에는 여섯 살 조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나에게 어떤 삶을 살거냐 물어보면, 아마도 지금같은 삶을 다시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요란하지 않은, 내가 간절히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자주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그런 삶.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어쩌면, 제국에 붙들려갈만큼의 뛰어난 천재성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아빠가 내게 '너무 예쁘게 낳으면 팔자가 세지'기 때문에 나를 '보통 예쁘게' 낳으셨다 했는데(응?), 아마도 그런 아빠 덕에 내가 지금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샌드위치 먹고싶다.

이렇게 소박한 소망이라니.




"사실, 말과 글은 그 이상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무기입니다. 권력을 쥔 자가 언어도 쟁취합니다. 언어를 쟁취해야 상대방의 감정과 사고, 문화와 역사까지 지배하니까요. 언어를 점령해야만 상대방을 완벽히 배제한 채 자신의 탐욕에 맞게 새 판을 짤 수가 있으니까요. 제국이 원한 게 이거 아닌가요? 그러니 저라고 이 무기를 쉽게 내드릴 순 없죠."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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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8-26 20:06   좋아요 0 | URL
네네, 얼마든지요~~

다다 2015-08-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다락방님 보며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뭔지 아세요?
크크-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한다는 대목이예요.
많은 사람들이 하고싶은 일을 유예하거나 지연하며 핑계를 만드는데 익숙한 것 같아요.
다락방님은 그냥 하자나요.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예요.)
나중에 반성을 하든 잘했어라고 스스로 독려를 하든..
그 모습이 너무 근사해요.
해서, 언제가부터 제가 이렇게 살게 되었거든요.다락방님을 거울삼아.
남에게 피해안주는 범위내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마음이 가면 그냥 한다. 이렇게요.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들이 펼쳐지더군요.
생각만 하던 두려움과 말로만 하던 두려움을 무릎쓰는 용기, 성장...
이런 것들이 무엇이며 자기 삶을 주인되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확확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요즘 참 좋아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5-08-27 10:58   좋아요 0 | URL
요즘 좋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비로그인 2015-08-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부쩍 차가워졌어요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걸 보니..샌드위치는 드셨나요??^^ 갓구운 크루아상처럼 따뜻하고 겹겹이 부드러운 빵에 푸짐한 속재료... 소스가 뚝뚝 떨어지는 샌드위치를 드셨으면~ *.*

다락방 2015-08-27 10:59   좋아요 0 | URL
샌드위치를 아직 못먹었어요. 대체 언제쯤 먹어야 하나 계획을 좀 세워야겠어요. ㅎㅎㅎ
오늘 점심은 순댓국 먹을 거에요. 친구의 인스타에서 순대국 사진 보고 확- 삘이 꽂혀가지고 ㅋㅋㅋ

아, 샌드위치는.. 먹으면 인증샷 올릴게요. 너무 먹고싶어요, 아른님! >.<

레와 2015-08-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듬지 못한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걱정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침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지금 나는 좀 그러네. ^^;;
혹시나 언니 혹은 선배플레인도 계속 생각하고 조심하고 있는데, 그러다 또 침묵.

침묵하는것 보단 더욱 잘 다듬을려고 노력하는게 좋겠죠. 그래야지! ㅎㅎ

다락방 2015-08-27 11:01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남동생이 나한테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해서 ㅋㅋㅋㅋㅋ 그걸 뼈에 새기려고 노력 중이에요.

˝요즘 일단 말하고 사과하는 버릇이 들었냐?˝ 라고 하더군요. 제가 뭔가 기분 나쁜 말을 해서 사과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저렇게 말하고서는 ˝앞으로 생각하고 말하도록 해라.˝ 라더니, ˝그리고 사과 안해도 된다˝ 했어요. ㅋㅋㅋㅋ 이새끼 열나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