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숙이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라고 쓰고 평양냉면을 먹었다고 읽는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나누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금요일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어제 먹은 평양냉면도 아주 맛있었고 또 미숙이와의 대화도 너무 좋았어서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오늘 아침을 시작했다. 그런데 트윗에서는 이 곡을 들어보라며 현빈 닮은 친구가 멘션을 보내줬다.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는데,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이어폰을 통해 추천 받은 노래를 듣노라니, 오, 너무 좋은 거다!!
https://youtu.be/nSDgHBxUbVQ
회사까지 걸으면서 한 번 더 듣고, 아, 걷는 동안 들을 수 있다니 타이밍조차 완벽하다! 하며 너무 좋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좀전에는 여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틀어둔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가 좋았다고. 그 노래는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이었다고 한다. 날씨도 꾸물거리고 해서 여동생은 수업종료 5분전에 교실 불을 끄고 이 노래를 학생들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려주다가 울컥, 신해철보고싶다, 고 중얼거렸고 이 말에 학생중 한 명이 신해철 좋아했냐고 물었다고 했다. 여동생은 그렇다고 대답하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얼른 나왔다고 했다. 이런 여동생이 무척 좋았다. 수업 종료 5분전에 교실 불을 끄고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좋았다.
https://youtu.be/HW5HU6o1eMA
여동생과 나는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당시에 학교에서는 점심시간 때마다 방송반을 통해 음악을 틀어줬다. 클래식 음악이거나 케니지의 섹소폰 연주 같은 것들이었다. 그 당시에 듣고 케니지의 테입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은 가요나 팝송을 틀어주길 원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가요나 팝송을 틀면 방송반 담당 선생님이 엄청나게 혼낸다고 하더라. 당시 여동생은 방송반이었다. 나는 여동생이 방송하는 날, '야, 팝송 좀 틀어주면 안돼? 존 세카다 if you go". 라고 말했다.
그날, 점심시간에는 존 세카다의 if you go 가 나왔다. 나는 너무 좋아서, 너무 신나서, 짜릿해져서 내 친한 친구들이 있는 반으로 뛰어가 "이거 **이가 틀었어!!" 하며 돌아다녔다. 그날, 내동생은 선생님한테 혼났을까? 묻지도 못했었네. 들뜨기만 하고..
https://youtu.be/M76unvwpxAM
그래서 그냥 오늘이 좋은 하루가 되고 있다. 다 너무 좋다. 미숙이도 좋고 현빈 닮은 친구도 좋고 여동생도 좋고. 오늘 아침 출근하려는데 신발을 신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 남동생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누나, 돌하르방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져서 출근했다. ㅋㅋㅋㅋㅋㅋㅋ돌하르방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미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