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So calm. She even sighed. "Tell me, please." she said.
She could hear in the darkness of the car how his breathing was quicker now; and her own was, too. She wanted to say their hearts were too old for this now; you can't keep doing this to a heart, can't keep on expecting your heart to pull through. (winter concert, p.136)
책을 읽고나면 그 책의 모든 내용을 언제나 잘 기억하게 되진 않는다. 대체적으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머릿속 저 한 구석에 그 내용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오늘,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불쑥- 상황에 맞게 툭, 튀어나오는 지도 모르겠다고.
별 거 아닌 말을 자꾸 곱씹고 아파하고 숨막혀 하면서,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떠올렸다. 내 심장한테 이런 일을 시키지마, 라고 했던 한 늙은 여자의 말이 떠올랐다. 나 역시 내 마음한테 이러지마, 라고 대상이 불분명한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에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내 마음에게 이러지 마, 이런 일을 시키지마, 라고 말을 하는 순간 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났다. 이런 일들은 예고가 없고 언제나 불현듯 찾아온다. 그럴때 떠올릴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나는 집에 돌아와 올리브 키터리지를 책장에서 꺼냈다. 정확히 저 말이 나온 부분을, 다시 읽어본다. 단편이므로 길지 않은 시간에 읽어낼 수 있었다.
일흔 둘의 제인과 일흔 다섯의 밥은 이제 사이좋은 부부이다. 그들은 콘서트에 참석했다 그 음악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빠져나온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였다.
가게 유리창은 크리스마스 전구들로 반짝였고 공기에도 눈의 냄새가 묻어났다. (p.229)
그들은 대화중에 둘 사이의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게 되고 그렇게 과거, 밥의 내연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사년전, 밥은 내연녀를 만나러 갔고 그 일이 그 둘 사이에 끼어든다. 그 분위기를 느끼는 제인. 제인이 심장에 대해 말한다.
"말해요." 몹시 침착했다. 그녀는 한숨마저 내쉬었다. "제발, 얘기해줘요." 제인이 말했다.
어두운 차 안에서 가빠진 그의 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녀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제인은 말하고 싶었다. 이런 일을 겪기엔 우리 심장이 너무 늙었다고. 이런 일을 계속 우리 심장한테 시키면 안 돼. 당신 심장이 이런 일을 견뎌낼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 (p.246)
가빠진 숨소리 전, 제인이 느끼는 감정.
그가 대답하지 않자, 장이 뒤틀리는 듯하더니 속에서 해묵은 한 자락 고통이 진저리를 쳤다. 그것은, 그 특정하고 친숙한 고통은 제인을 얼마나 피로하게 했던가. 찐득한, 더러워진 은빛 액체가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더니, 이내 퍼져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크리스마스 전구들도, 가로등도, 갓 내린 눈도. 모든 것의 사랑스러움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p.245)
어제. 마음속에 쑤욱- 하고 고통이 찾아들었다. 곧 바스라질 것 같은 마음을, 나는 느꼈다. 나는, 내 마음에게 그러지말라고, 다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내 마음에게 시키지 마. 그렇게 말하는 건, 내 멘탈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동료와 매운족발을 먹으면서 얘기했다. 나는 누구보다 멘탈이 강하고, 멘탈이 강한걸로 진짜 짱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데 아주 사소한,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말들에 왜이렇게 무너지는가 생각해봤더니, 그건 멘탈과 별개로 마음이 얇은 유리창 같기 때문인 것 같다고. 내 마음은 누구보다 약해서, 사소한, 너무나 작고 사소한 일로 행복에 겨웠다가 또 꼭 그만한 크기의 일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한다고. 그런데 완전 강한 슈퍼멘탈이 그런 마음을 잘 끌고 가주고 있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다고, 그래서 내가 일상을 지탱한다고. 그렇게 나는 나를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원샷》에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 저격수가 있는 집의 유리창이 깨져서 유리가 바닥에 조각조각 흩어졌는데, 저격수가 창에 다가가 총을 쏘기 위해 그 유리 조각들을 발로 쓱쓱 밀어 옆으로 치우는 그런 장면. 그 장면에 대입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쑤욱- 찾아드는 마음이 고통으로 인해 마치 유리처럼 산산조각나 깨져버리면, 멘탈이 옆으로 다 치워주는 거다. 크-
물론 사소한 일로 마음이 붕- 뜨는 것,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마음이 왈랑거리는 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지난번 '리 차일드'의 책 《탈주자》에서 잭 리처가 악당의 손을 보고 몽키바나나 같다고 해서 완전 빵터졌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잭 리처의 유머감각은 완전 내스타일이다. 읽다가 좋아서 막 웃었네. 아, 유머감각 내 스타일이야 ㅠㅠ
"200미터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나" 캐시가 물었다.
"나 말이오?" 리처가 말했다. "나한테 쏠 소총을 택배로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오." (p.4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잭 리처, 진짜 완전 너무 좋다!!
오늘 조조로 다다다닥 뛰어가서 드디어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보고 왔다. 영화의 처음, 줄리엣 비노쉬가 기차 안에 앉아 있는 장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서, 와, 줄리엣 비노쉬가 너무 아름다워서, 저 아름다움은 저 연륜에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다'와는 좀 다른, '아름다움'. 저렇게 곱게, 아름답게 늙어간다면, 늙어가는 게 정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저 얼굴의 아름다움은 저 나이가 되어야만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거다. 나이 들어서도 예뻐야지, 계속. 쭉.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와- 진짜 예쁘다. 머리도 안 빗은 것 같고 그냥 막 안경을 머리 위로 올려도 예뻐서... 흑 ㅠㅠ
그렇지만 극중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하던 일, 그 일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이 맡은 배우를 사랑해야만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자신의 배우와 함께하고 그 배우의 스케쥴을 잡아주고 조정해주고 연락처가 되어주고 대본의 리딩을 도와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일.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형제자매보다, 연인보다 더 가까운 일을 그녀가 하고 있었다.
실스 마리아가 스위스의 지명이란 걸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았는데, 실스 마리아의 구름은, 와- 정말이지 너무 환상적이어서,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반드시 스위스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꼭 저 실스 마리아에 가서 꼭 저 구름을 나도 보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내가 스위스에 찾아가 구름을 볼 정도의 여유가 생기게 될까?
아버지 생신이어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집에 돌아와 놋북을 켜고 페이퍼를 쓰려는데 남동생이 국화차를 마신단다. 나도 한 잔줘, 하니 알겠다고 뜨거운 물을 끓여 티백을 넣고는 '이리 와서 나랑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서 국화차나 마시자꾸나' 한다. 나는 '나는 내 방에서 글 쓰면서 마실게' 라고 했고 남동생은 '그럼 안타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타 줬지만. 내게 국화차가 든 잔을 내밀고 자신은 거실로 가 티븨를 보면서 우리의 대화.
누나. 국화차 맛이 어떠니?
국화맛이 나. 너는 국화차 맛이 어떠니?
국화맛이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라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젠 쉬러 가겠다. 침대 위에는 이제부터 읽을 책이 한 권 놓여 있다. 오늘은 한 마디 말을 하루 종일 생각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 말을 잊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적지 않아도 되겠네, 했다.
내일은 회식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