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들 -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김민형 외 지음, 권지현 옮김 / 궁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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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누군가가(그는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사진들을 훑어보더니 "각자 짧은 글을 쓴다면" 책으로 엮을 수 있으리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게임에 동참해주었다. 짧고, 위대하고, 격렬하고, 미묘하며, 암시적이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한 글들이 가을 낙엽 떨어지듯 속속들이 도착했다. 잠시 거쳐 가거나 더 오래 머물고 있는 수학자, 이론물리학자, 생물학자, 박사 논문 준비자, 명망 있는 연구자들로 이뤄진, 본질적으로는 허물어지기 쉬운 이 인간 집단은 망망대해에 수많은 작은 병들을 던졌다. 그 병들은 이 해안가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없었던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과 우리 같은 육지 사람들을 향한 것이었다. - 프롤로그 中 (장 프랑수아 다르스, 아닉 렌, 안 파피요)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프랑스의 '고등과학연구소'에 적을 둔 적이 있었던 수학자들의 것이다. 그들은 그 하나의 공통 분모로(수학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도 있지만) 각자 글을 쓰기로 하고, 그렇게 이 책은 태어났다. 나는 이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것이 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되어졌으며, 이걸 다른 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 아니 유일하게 생각난 것이 바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글' 이었다. 이를테면,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그 책이 좋았던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것이다. 그 책은 아직 '새벽 세시'를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고, 이미 '새벽 세시'를 읽은 사람들을 위한 의견 교환의 매개가 되지 않을까. 혼자 이런 생각으로 신났다가,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매니아'스러운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팔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 아닌가, 싶어졌다. 아마..많이 안팔릴거야. 1쇄나 고작 다 나가는 정도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글자들을 다 읽어내긴 했지만 사실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90프로 정도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정신 빡 집중해서 미간에 힘 빡 주고 읽어보았지만, 그건 내가 힘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뭐, 그렇다는 거다.

 

내가 이해한 10프로에서 수학자들은, 수학이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시켜주리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대여섯 살 때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한 아이는 지력에서 시감각이 차지하는 부분의 균형을 조금이나마 더 잘 맞출 수 있다. 시감각은 보이는 것에만 의존해서 얻는 놀라운 감각으로 아주 어렸을 때 익히는 것이며 기하학과 관련이 깊다. 음악은 대수학을 통해 시감각의 균형을 맞춘다. 음악이 대수학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학에는 뇌의 시각 영역에 해당하며 즉각적인 직감을 따르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나누는 이분법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알랭 콘, p.22)

지난 20년간 나는 유럽, 미국, 그리고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면서 북반구의 동료들이 누리는 수준으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늘 간직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발도상국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아 두뇌유출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중 일부는 의욕이 고취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연구는 저지되고 만다. 능력이 있으니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가르친 학생 중 최우수 인재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한다.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을 수 없다.
빈곤과 보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개발도상국 정부는 연구를 할 여유도 없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또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리 샴세딘, p.115)

고등과학연구소는 방문학자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강의도 행정업무도 맡기는 법이 없고, 심지어 연구 실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적어도 단기간에는). 방문학자나 박사후연구원 선발 때문에 `가끔` 보고서를 주문하는 것이 고작이다. 단독으로 그리고(혹은) 다른 방문학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자유로운 연구와 사고가 전적으로 보장되는 지구상의 외딴섬과 같은 곳이다. 시끌벅적한 외부세계와 단절된 평화의 항구인 셈이다. 연구소내 연구평의회(Conseil scientifique)의 지지 덕분에 5년 동안 로랑 라포르그(Laurent Lafforgue)와 나는 이곳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될 열다섯 명 이상의 연구자들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파리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공동 세미나를 기획할 수 있었다. 국립과학연구원의 연구자라는 신분 덕북에 `랭글란즈 p진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독자들을 위해 `랭글란즈 p진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생략하겠다. (크리스토프 브뢰유, p.117-118)

이제 알레고리는 필요 없다. 따뜻한 차와 건강한 음식이 있다면, 새로운 방문객이 길을 잃지 않고 연구실을 찾을 수 있다면, 대강당의 마이크가 잘 작동된다면, 인터넷 접속이 완벽하게 작동된다면, 글들이 TeX로 잘 바뀐다면, 잔디가 아름답다면, 공원에 꽃이 피었다면, 수학은 더 잘될 것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또 다른 차원 앞에 모습을 감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매력이다. (p.163)

우리의 추상적 개념을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무지개와 쓰나미에서 발견하는 그래디언트의 특수성.
동양의 요술거울에서 발견하는 라플라스 연산자.
파란 하늘의 편광 현상에서 발견하는 타원적분.
양자학의 식별 불가능성에서 발견하는 비틀림과 곡선의 기하학.
필름의 후방 투영에서 발견하는 행렬의 퇴화.
작은 회절격자에서 나오는 빛에서 발견하는 가우스합. (마이클 베리,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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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4-11-2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댓글에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써도 될지, 쓰게 될 줄이야.ㅎㅎ 근데 뭔가 달라졌네요? 알라딘이? 이제 `공감`하지 않고 `좋아`해야합니까?;;

다락방 2014-11-25 08:45   좋아요 0 | URL
아마도 북플이 생기면서 바뀐 것 같네요. SNS화 되는 느낌...이게 좋은건지 싫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여전히 SNS 알라딘 보다는 이렇게 우리가 피씨 앞에 앉아 찾아 들어와야 하는, 긴 글이 적힌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여튼, 저 이 책 읽는 거 정말 수고했어요. (응?) ㅎㅎ

서니데이 2014-11-2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좋아요가 되었네요.
두번 누르니까 처리중이라는데요. ^^

다락방 2014-11-25 08:45   좋아요 0 | URL
한 번만 누르세요, 서니데이님. ㅎㅎㅎㅎㅎ

2014-11-26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