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음식 사진 보는 걸 즐긴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내가 원하는 식단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즐겁다. 그렇다보니 여러가지 일로 지쳐있던 지난주를 보내고 맞이한 토요일, 이 책을 꺼내드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안하고 이 책을 꺼내서 아무데나 펼쳐 보았다. 이건 뭐, 음식을 이용한 점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사진을 처음 만났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영어로 쓰여졌다는 것인데, 그래서 나는 정확히 저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진짜 이 사진을 보자마자 완전 너무 좋아서 울뻔했어...마치 몇해전 아주 힘들때 친구가 보내준 케빈스파이의 치즈파이를 한입 깨문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치즈파이 맛이 고마워 왈칵, 눈물이 차올랐는데. 아, 저 크림 좀 보라지! 나는 커다란 포크로 크게 한 입 베어물고 싶어졌다. 뜨거운 커피나 와인과 함께여도 좋을 것이다. 한 입 베어물다가 그 맛에 놀라 연신 입에 넣고 결국은 저거 하나를 나 혼자 다 비워내고 싶어졌다. 그래, 커피보다는 와인이 낫겠다. 저걸 다 먹을 동안 와인을 마신다면 나는 아마 크게 취하겠지. 취해서, 기절해버리리라.


열여덟시간 정도를 기절해 있다 일어나면 내 모든 혈관들 틈틈이 눅진눅진 칼로리가 쌓였겠지. 자, 그럼 그 칼로리를 빼러 가자. 싸우나로 가자. 다섯시간 동안 싸우나를 들락날락 거리며 몸 안의 땀을 배출해내자. 등산 두시간으로 빼낼 수 있는 칼로리가 아닐테니.


아, 영혼이 치유되는 기분일거야.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거야, 저 넘쳐나는 크림은. 



아, 좋다 좋아. 너무 좋아서 나는 또 아무데나 펼쳐봤다. 그리고 이런 사진들을 보게 된다.










아..아름답다. 사람은 심신이 지칠수록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해...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채워지는 것 같다.. 좋아..♡



















영화 《밀크》를 보면 마지막, 하비 밀크가 자신의 연인과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연인은 그에게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밀크는 크게 감동한다. 그 장면에서 나도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든는건, 결국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어서였다.


얼마전에 트윗에서 주진우 기자의 글을 보았다. 이승환의 세월호 동조단식에 대한 기사였다. 그 기사를 보다가 당연히, 이승환을 좋아한다는 M님 생각이 났는데, 그런 이승환의 행보를 보는 M님은 그 순간, 이승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옳다고 믿는 행동을, 나보다 먼저 더 깊이 실천해주고 있다는 데서 오는 믿음과 신뢰. 그리고 자랑스러움.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이승환을 좋아하길 잘했어,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걸 최근에 신해철에게서 느꼈다. 나는 그를 아주 많이 좋아했고 존경했지만 사실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크게 아는 바가 없다. 그의 음악만을 들었고, 어릴적에 라디오를 들은 게 거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인데, 그의 사망후에 들려오는 그에 대한 소식은 내가 아는 것, 이상이었다. 그가 생전에 했던 말과 행동들이 자꾸만 크게 훅훅- 나를 후려 갈겨서 더 미칠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나는 매시간,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내가 이 사람을 괜히 좋아한 게 아니야, 라는 마음. 아, 이 사람을 좋아하길 잘했어.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달라, 부터 시작해서 내 안에 그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차고 넘쳤다. 그의 장례식에 내 중학교 동창도 갔고,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도 갔다.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람들이 그의 장례식에 가서 국화를 한 송이 놓고자 찾아드는 걸 보면, 그는, 아주 잘 살아냈던 게 틀림없다. 나는 그가 자랑스럽다. 나는 그가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듣는 삶을 살겠다고, 삶의 방향을 정해놓는다.



















'이광호'의 《사랑의 미래》는 계속 가방에 넣어두고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한꼭지씩 읽고 있다.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하게 되는건,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는 것이다.



사랑에 미래는 없지, 라고 생각하다 보니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다. 중학교시절 주말의 명화인가 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영화인데 제목이 기억안나.. 여자 세명이 주인공인 영화였는데, 소녀와 소녀의 엄마, 소녀의 이모가 각자 자신만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소녀의 엄마가 어떤 사랑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고, 소녀는 외국인 여행객인 소년과 사랑에 빠졌더랬다. 그들은 서로에게 반했고,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아 누군가의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소년소녀의 사랑 마지막 장면에 둘이 같이 보트를 타던가 했는데, 그때 노를 젓는 사람이 통역을 해주다가 소년과 소녀가 키스를 하자 '이제는 통역이 필요없겠군' 하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사실 그보다 더 기억에 남은 건 소녀의 이모의 사랑이었다. 이모는 한 락가수를 좋아하고 있었다. 엄청 좋아해서 락가수의 공연에 찾아가는데, 가수의 가까이에서 환호하고 같이 뛰던중, 락가수의 눈에 띈다. 락가수는 그녀를 무대 위로 들어올려 같이 노래하고 같이 춤을 추고, 이모가 믿을 수 없을만큼, 그 뒤로도 얼마간 다정한 행동으로 이모의 연인이 되어준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짧았던 것이, 그 다음 공연에서 그 락가수는 다른 여자팬이 던져준 팬티를 자기 바지주머니에 접어 넣고, 그녀를 무대위로 들어올려 이모에게 했던 그대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걸 보고 이모는 깨닫는다. 이 사랑이 끝났음을.


소녀의 소년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고, 락가수는 다른 팬과 사랑에 빠졌다. 소녀는 자신의 사랑을 잃었고 이모 역시 자신의 사랑을 잃었다. 사랑에 빠지는 현재는 존재하지만,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저 영화의 제목이 기억난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보고싶은데...저걸 처음 볼 때 내가 너무 어렸어가지고...ㅠㅠ



어제 자기전에 읽은 《사랑의 미래》는 이런 말을 내게 하고 있었다.



사랑은 무거운 생을 송두리째 들어 올리는 축제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시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에너지 같은 것. 세상의 모든 축제는 일시적이고, 얼마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축제는 그 안에 방탕과 폭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죽음과 맞먹는 삶의 폭발적인 낭비를 의미한다. (p.107)





오늘 출근길에는 날씨가 많이 춥더라. 어디다 처박아 두었는지 모르는 장갑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머플러도 하나 사러 가야겠다. 예쁜 머플러로 사야지. 따뜻하게 목에 둘러야지.

점심에는 짜장면을 먹고 싶은데, 어쩌지. 그냥 짜장면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으면 밥을 못먹고, 밥을 못먹으면 이내 허전해지는데...에라이. 짜장곱배기나 먹을까. 


삶은 어차피 짜장면이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밥이냐를 선택하면서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젯밤에 메세지로 내게 도착한 음악. 

사실 누군가 보내주는 음악을 잘 듣지는 않는다. 음악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취향의 것이라 생각하므로. 그런데 어제는 the park 란 제목에 이끌려 들어보게 되었고, 그렇게 듣게 된 음악이 좋았다.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노래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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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11-0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어차피 짜장면이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밥이냐를 선택하면서 흘러가는 것이다... 이 말이 마음에 닿네요...

다락방 2014-11-03 17:19   좋아요 0 | URL
네, 매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니까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선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거죠..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비연님.

단발머리 2014-11-0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 첫번째 크림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너무 아름답고도 아름다워요. 찐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카하~~~
처음은 크림이요, 마지막은 짜장곱배기네요. 아름다운 시작, 푸근한 끝입니다.

다락방 2014-11-05 11:40   좋아요 0 | URL
완전 황홀하죠! 저거 진짜 같이 먹으면 소울 메이트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
아 또 짜장 먹고 싶다... ㅠㅠ

Mephistopheles 2014-11-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다락방님이 자랑스러워요.

다락방 2014-11-05 11:40   좋아요 0 | URL
고..고...고맙습니다???

버벌 2014-11-0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다이어트중이에요.... 저는 지금 다이어트중이에요.. 저는 지금.. .ㅠㅠ

다락방 2014-11-06 09:19   좋아요 0 | URL
저도 다이어트 중이에요. 어제처럼, 작년처럼, 십년전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