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
대체적으로 한 권을 끝내고 다른 한 권을 다시 시작한다.
두 권 이상을 읽는 멀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시도해보았자 결국은 한 권에 집중하게 되는데,
어제 이 책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혼불2》를 읽고 있었던 터다. 어제 아침에 시작한 것.
그러니 나는 혼불2를 다 읽고나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중간에 끼어들기로 책을 읽으면 전에 읽던 책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만,
밀란 쿤데라 아저씨의 작가 소개 때문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책을 펼쳤을 때, 책 날개에 있던 작가 소개는 지독하게 매력적이었던 것.
아, 이름 밑에 단순한 저 두 줄, 저게 전부다.
아, 이토록 단순한 것의 매력.
그러나, 저렇게 딸랑 두 줄이라고 해도 쿤데라 아저씨가 얼마나 근사한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는가.
멋져! >.<
그래서 어제 두 쪽쯤 읽다가 잤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혼불 대신 이 책, 《무의미의 축제》를 들고 왔다.
내게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어제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 친구는 이 책을 내게 선물하고나니 알사탕 500개와 신간적립금 1,000원을 받게 됐다며 좋아했다.
아...다른 책 사달라고 하고 이 책을 내가 살 걸.....알사탕과 적립금을 내가 받을 걸 ....................하고 나는 잠깐 후회했을까 안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신간으로 어떤 책들이 나왔을까 하고 알라딘을 들여다보다가,
오,
김이듬의 시집이 나왔다는 걸 알게됐다.
오,
김
이
듬!
당신은, 겨울휴관을 썼잖아요!
너무 궁금해서 미리 보기로 앞의 시 몇 편을 훑어보고 싶어졌는데,
아흑, 아직 미리보기가 안 된다.
나는 아직 김이듬의 새로운 시들을 볼 수가 없다.
아...궁금하다.
이 시집에는 <겨울 휴관>만큼 내가 뻑갈만한 시가 있을까??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회사 직원들과 술을 마셨고,
호기롭게 내가 계산한다며 카드를 긁었다는데,
다음날 아침 그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괴로워하는 꿈이었다.
괴로웠던 까닭은,
내가 긁은 카드 금액이 무려 71만원 이었기 때문. 하아-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겨, 내가 긁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가 마신 술과 안주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내게 신나서 낸다고 했다는거다.
71만원이라니, 너무나 거금이라,
나는 전무님과 사장님등 임원분들을 찾아가서 이걸 회식비로 좀 처리해달라 애원해봤으나,
다들 이상한 말 하지 말라며 거절했고,
나는 대체 이 71만원을 어떻게 해야하나, 왜 내가 뭘 먹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것에 대해 지불을 해야하나,
병신같이 왜 내가 긁었나, 하며 고통스러워하다 깼는데,
아직 꿈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다가,
잠깐만,
내가 어제는 집에 와서 열무김치에 밥을 비벼 먹고, 또 오믈렛을 시도해보고, 김치 만두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케이블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다가 잤다. 그러니 어제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제는,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회사에 지갑찾으러 다녀왔다. 그러므로 그제의 일도 아니다.
그러니 71만원을 직원들과의 술값으로 써서 고통스러워하는 지금은, 현실이 아니다.
라는 논리적 추론을 함으로써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시간은 새벽 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
71만원이라니...어휴......그걸 어떻게 갚어. ㅠㅠ
꿈이라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