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 - 길 잃은 아이들의 길 찾기 프로젝트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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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아이에게는 카메라가 지급되고, 그는 이것을 통해 보는 연습을 한다. 돌아간 후에는 추억을 담은 사진첩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출발할 때 그에게 여행 수첩을 주고, 걷는 동안 기록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다른 몇 가지 요소들도 젊은 보행자의 정신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게 된다. 쉬는 날에는 일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다. (p.157)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감옥에 보내는대신 '걷기'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사실이 꽤 매력적으로 들린건 사실이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물론 걷는걸 좋아하고, 걷는 동안 아주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지만, 설사 그렇다한들 걷는것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좀 더 나은방향 혹은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른과 함께 걷는다고 해도 그저 무심히 자기가 갈 길만 가고 자신이 선택한 음악을 듣고, 핸드폰으로 SNS에 몰두한다면, 그건 별로 가져다주는 게 없을것 같은데? 3개월간 걸으며, 그저 몸이 건강해지는 것, 그것 뿐이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는 확실히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멀리 내다볼 줄 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걷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속한 곳과의 단절이 필수였다. 동행하는 어른의 핸드폰으로 간혹 가족들과 통화를 하는 것은 허락되지만, 그들이 핸드폰을 소유할 순 없었으며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 허락되어지는 건 하루에 3유로의 용돈과 카메라 뿐이었다. 프랑스의 아이들, 불어만 할줄 아는 아이들은 독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등 낯선 곳을 걷는다. 그저 걷는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이 걷는 동행자(어른)와 함께 요리를 하고, 함께 설거지를 하고, 함께 텐트를 쳐야하며, 혹여나 닥쳐오는 난관들 역시 함께 극복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청소년 범죄는 그들의 어릴적 좋지 않은 환경으로부터 비롯되고, 그 아이들의 대부분은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3개월간 낯선 길을 낯선 이와 함께 걸으면서 그들은 어른과 대화를 하고 함께 행동하고 이해하면서 어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도 한다. 외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마주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걸 배우고, 그들에게 환영받거나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그간 자신들이 속한곳에서 잘 해내지 못했던 사회화를 경험한다. 


물론 갑자기 낯선이와 걷기, 라고 한다면 거부반응이 올 수밖에 없을터. 쇠이유에서는 이들이 걷기에 참여하기전 일단 동행자와 함께 연수기간을 준다. 가방을 싸는 것도 함께 배우고 앞으로 가야할 여정에 대한 것도 공유한다. 낯선곳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연수과정을 갖고 걷는걸 연습한다. 걷기가 끝나고나도 마찬가지, 그것으로 끝, 이 되는게 아니라 그들은 다시 연수 과정을 거친다.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느꼈는지 걷는 중에도 주간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그들은 걷기를 마치고나서 앞으로 자신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충분한 상담을 거치고 다시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 



왜 어른 하나에 아이 하나일까, 어른도 여러명이며 아이도 여러명인 것이 재미나 협동심 면에서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대한 의문 역시 이 책은 풀어준다.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 두 명과 함께 걷는 일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초반에 이 방법을 시험해보았지만,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2인조'(네 달 동안 아이 두 명과 2,500킬로미터를 걷는 것)보다 짧고 더 효과적인 '솔로'(세 달에 1,900킬로미터를 걷는 것)를 선택했다. 같은 시기에 오이코텐도 이 방식을 채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p.66)



미성년자 사법 보호 감찰기관 또는 아동 상담소의 교육자들이 걷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첫 번째 요인은 쇠이유가 걷기 이후의 계획을 확실히 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집단적인 관리는 현 상황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쇠이유에서는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책임지며 담당 성인의 지원하에 아이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한다. (p.108)



쇠이유 프로젝트의 독창성은 성인 동행자와 함께하는 일상적인 만남과 시간을 제안한다는 데 있다. 소수가 만들어내는 긴밀한 관계는 주도권 다툼과 집단적 흥분, 그리고 정체성의 상실을 피하게 해준다. 아이는 이 긴 모험 속에서 스스로를 책임지며, 자신의 역할을 정의하고 실천한다. 예상치 못한 일과 직면했을 때는 아이도 어른도 각자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 (p.l54)



중간 코스마다 보조 동행자가 참석하고 또 중간에 상담사도 동행하는 등, 걷는 중에도 계속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이 걷기 프로젝트는 실제로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해결방법은 아님은 명백하다. 쇠이유는 이 걷기 프로젝트를 마쳤음에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수감되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 걷기가 빠른 시간에 아이들을 교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말한다. 천천히 변화할 수도 있고 설사 지금 당장 다른 범죄를 재차 저지른다해도, 이 걷기에 몰두했던 시간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걷기를 함께한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걷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다. 그러나 재발 가능성 때문에 의사가 치료를 단념해야 할까? 범죄자가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들을 다시 교도소에 보내는 것보다 비용이 훨신 덜 든다는 걸, 이 사회는 언제쯤 깨달을까? 재범의 위험에 대해 우리에게 자꾸 묻는 이유는 우리의 방법을 부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p.45)




하지만 쇠이유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비록 걷기가 즉각적인 효과를 얻진 못했을지라도 아이에게 그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서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걷기 여행이 끝나고 나면, 아이는 '머릿속에서' 걷기를 이어나간다. (p.82)


이 걷기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그 효과에 대해 미심쩍어 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이 계획이 내 생각보다 훨신 더 철저하게 잘 짜여져 있음에 감탄했다. 내가 생각해내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는 생각도 들고. 제일 처음 청소년 범죄자들과 함께 걷기를 실행했던 벨기에도, 그리고 지금 이 책의 배경인 프랑스도, 경제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청소년들과 함께 3개월간을 걷고 또 그 전과 후에 연수과정을 함께하는 동행자들은 자신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곳으로 가 있는 자원봉사자들인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과 낯선 곳을 단 둘이 함께 걸어야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것이다. 그러나 분명 용기를 가지고 이 일에 임하는 어른들이 존재한다. 


나는 자원봉사자가 되어서 그들과 함께 걷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단체가 혹여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면 기부금을 낸다든가, 걷는 도중 읽을 책을 기증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작게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법부에서는 자꾸만 청소년범죄자들을 '가둬두려고'만 하며 그 아이들이 '나쁘니' '처벌해야한다'고만 할때, '그 아이들의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이지 아이들이 나쁜게 아니다' 라는 걸 믿고 함께 하며 그 아이들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런 어른들과 이런 단체라면, 기꺼이 도울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저 좋은 의도만으로 무작정 시행하는 게 아니라, 쇠이유처럼 철저한 연구와 검증으로 계획을 세웠다면, 믿을만하지 않겠는가.



걷기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다시 쇠이유로 돌아와 연수 프로그램까지 마쳐서 이제 어떤식으로 사회의 일원이 될것인가를 결정하고 나면, 그제서야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다. 그리고 그때, 이 청소년의 가족들과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함께모여, 아이들의 '귀환파티'를 해준다. 그 파티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는 '내가 무언가를 이뤘다'는 느낌에 그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전보다 더 성장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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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6-18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올린 트윗에서 이 책을 보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어요.


^^

다락방 2014-06-18 09:39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엔 정말이지 놀라운 사람들로 가득해요. 순수하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말이죠. 읽기를 잘한 책이었어요. 흐흣.
잘 보내고 있습니까, 오늘 아침?

레와 2014-06-20 10:07   좋아요 0 | URL
어제 쓰다가 지운 댓글인데,
세상엔 바보같은 사람들이 천지삐까린데, 그중에 한명이 그 바보들을 이끌고 가는듯한 느낌?
내가 그 한명이 될 생각과 행동은 못하고, 난 그냥 바보같은 인간이야. 뭍어가자..고 결론지어 버리는 변명만 늘어가는 감..

2014-06-18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4-07-1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워낙 책을 많이 올리시니 ㅋ 당선 된 것도 까먹으시겠지만 ㅋ
축하드려요! 당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