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의 나는.

내 극단의 감정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가장 친하고 가장 사랑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온전히 나 자신을, 내가 가진 생각과 느낌들을 이해하는 일이 힘겹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물론, 나 역시 그들에게 그러한 존재이겠지만, 이 책속의 바옐이 '나의 음악을 이해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청중'을 원했듯, 요즘의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온전히 내가 되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고, 그런 상대가 존재하지 않음에 처절하게 외로웠다. 외로움이란 이런것이구나, 외롭다는 말을, 나도 하게 되는구나, 했다. 그러나,


내가 있다.

온전히 나인 내가 있다.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나는 내 생각에 동의하며, 나는 나와 같은 방향을 본다. 그것이 내가 내 다리로 걸어가고 내 손으로 키보드를 누르고 내 입으로 말을 하고 내 눈으로 보는 것들의 모든 혹은 전부 혹은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이 책속의 엘리제가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청중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듯이, 나 역시 나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으로 내가 있으니 이만 외로움을 접자고 생각했다. 나에겐 내가 있으니.



이 책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다. 전설과 환상 그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디테일을 잘라먹는 느낌이라, 이 책은 글 보다는 소리와 영상으로 만나는 쪽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나는 판타지(환상문학)에는 좀처럼 흥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절반쯤 읽으면서 이 책을 선물한 친구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이런 책은 어떻게 알았는가, 이 책에서 당신은 무얼 느낀건가, 이 책으로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언인가, 하고.


그러나 책을 읽을 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인 것 같다. 바옐이 단 한명의 청중을 원해서 외로웠듯이 나 역시 온전히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던 시점에 바옐을 만나 내 외로움과 그의 간절함이 포개어졌고, 나는 타이레놀로 이 난관을 극복하려 했지만 바옐은 먼 곳으로 가 엘리제를 만났다. 그리고 이제, 바옐이 내게 엘리제를 소개해줬으니, 나는 그에게 타이레놀을 하나 건네야 하는걸까.




'너도 너의 전부를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청중을 바라니?'
그러자 그 작은 소녀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한참 바라보았어. 그리고 되묻더군.
'왜 그런 것을 바라지요? 이미 있는데.'
난 정말로 놀랐네.
'이미 있다고?'
내 질문에 소녀는 아주 자랑스럽게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지.
'여기 있잖아요. 나. 내 모든 것을 나와 똑같이 이해하고 들어주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하면 왜 안되지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만 연주할 거라면, 나는 두 손만 가지면 되잖아요. 하지만 귀가 있다는 것은 나 또한 내 연주를 듣기 위해서예요.' (p.4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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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합니다.
나는 저 사람을 이해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오해라는거죠.
타인을 타인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건 절대로 불가능하죠.
그저 어느정도 선에서 아..이사람은 이렇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정도.

내가 내 감정이나 생각들에대해서 아무리 타인에게잘 설명한다 해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것과 정확하게 똑같이 설명할수도 없을 뿐더러
말은 원래가
하는 사람마음이 아니라 듣는 사람 마음이라니
더 그렇겠지요.

그런데....
여름도 탑니까?

외로워 하지 말고
어제 내가 알려준 책이나 봐요.
적어도 그책은 다락방님을 외롭게 하진 않을꺼 같은데요 ^^:::

다락방 2014-06-12 11:52   좋아요 0 | URL
모든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 는 말을 제가 분명히 읽었거든요 어딘가에서. 이걸 어디에서 읽었을까요? 이반 일리치인가요, 아무개님? 분명히 읽었는데. 아아. 요즘의 제 기억력이란 진짜 메롱이군요. 흑흑.

흥분하고 설득하려하고 속상해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너무 흥분해있었구나, 내가 우울하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먼스타이레놀을 먹었어요. 감정이 더 극으로 갈까봐.
지금, 조심해야 하는 마음 상태인겁니다.
아 이놈의 생리전 증후군은 어떻게해야 치료될까요.


여름 탑니다 아무개님.
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다 타요. 다 탑니다. ㅎㅎㅎㅎㅎ


그 책을 언젠가 보기는 볼건데요, 아무개님.
그런데 지금 봐봤자...-0-
어쨌든 볼겁니다. 언젠가는. ㅋ

자작나무 2014-06-1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연인들은 자기만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맹목적인 열기로하여 오해의 안개 속을 헤매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 일지도 모른다.
- 법정스님, 오해 중에서

다락방 2014-06-13 09:45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은 법정스님의 글도 읽으시는군요. 오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