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탈리안 잡》에서는 금괴를 훔치는 여러명의 도둑무리가 나온다. 그들은 자신에게 큰 돈이 생길 경우 좋은 차를 사고 싶다든가, 좋은 오디오를 갖고 싶다는 등의 각자의 소원을 얘기한다. 이때, 그 도둑무리중의 한 명인 에드워드 노튼은 자신의 소원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함께 훔친 금괴를 자기 혼자 가지고 달아난다. 이에 도둑무리는 결국 에드워드 노튼을 추적해 그의 집을 찾아갔는데, 훔친 돈으로 에드워드 노튼이 장만한 것들이 자기들 각자가 갖고싶어했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드워드 노튼은 자신만의 소원이 무엇인지는 모르는채로, 다른 이들의 바람대로 자신의 재산을 하나씩 쌓아나간 것. 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채, 남들의 소원이 자신의 소원인 듯, 그렇게 살고 있는거였다.
일전에 하이킥에 '신지'가 뮤지컬 배우로 나올때였다. 신지는 자신이 뮤지컬에서 하고 싶었던 역할을 따냈음을 친구인 서민정에게 알리고, 서민정은 이에 축하한다며 '부럽다'고 얘기한다. 그러자 신지가 서민정에게 말한다. '니가 그게 왜 부러워. 네 꿈은 뮤지컬 주연이 아닌데' 라고. 그랬다, 서민정의 꿈은 뮤지컬 배우가 아니었다. 그러니 뮤지컬 배우로 당당히 한 몫을 차지한 신지를 '부럽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아니, 그 부럽다는 것은 서민정이 주연을 따냈다는 데 있다는 게 아니라, 서민정이 자신이 원하는 걸 하게 됐다는 바로 그 지점일 것이다. 물론 서민정은 그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드워드 노튼과는 다른 경우다.
영화 《더 로맨틱》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잘 모르는 여자가 나온다. 가장 친한 룸메이트의 전(前)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사실 그가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자신의 결혼을 번복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결혼을 번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녀 앞에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가 나타나 '나는 그를 잊지 못하고, 그는 나를 사랑하고, 우리는 어젯밤 함께 보냈다'라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나를 향한 너의 질투 탓이다' 라고 돌려버리며 그 불확실한 길로 달려가려는 것이다. 룸메이트는 그녀에게 말한다. '너는 너만 생각하고 너만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날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 라고. 그러니 이 불안한 결혼을 다시 생각하라고.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듣지 않는다. 그녀가 그를 사랑했던 것조차,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남자' 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그녀들의 대화로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녀가 정말 원했던 것은 '남들이 좋다는 것 갖기' 였던걸까?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확신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녀는 귀를 닫은채 듣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오로지 그녀 자신의 생각과 그녀 자신의 행복과 그녀 자신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면, 그녀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만 생각했다면, 그녀는 그를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 저 남자 불안해, 이 결혼이 과연 내게 행복을줄까?' 라고 끊임없이 물었어야 했다. '아닐거야 그는 나를 사랑할거야 아닐거야 우리는 잘될거야' 라고 자꾸만 고개를 젓게되는 불확실함 대신, 그녀는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졌어야 했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솔직할 수가 없다. 이것은 명백한 진리다. 나는 그녀가 결혼하기 전, 마침 결혼식에서 비가 퍼부어 잠시 멈추어졌으니, 신중해지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합당하고 옳은 선택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초록색 신호를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사람이 될거라고 다짐해봤자, 사소한 사정들로 인하여 횡단보도까지 가기 전 무단횡단을 다다다닥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러니 '친구의 약혼자'인 남자와 잠시라도 함께 있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걸 안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그 약혼자를 유혹하는 여자들을 그동안 손가락질 해왔던 사람이라고 해도, 그 상황이 자신의 것이 되면 흔들흔들 그의 옆에 주저앉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 잠시만 옆에 앉아있자, 하다가 아침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일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소에 '이런 모든일들이 다 괜찮아' 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란 게 아니란 말이다. 이 영화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건 이 영화에 그런 사람들이 유독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난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야' 라고 해봤자, 어떤 상황이 눈앞에 닥쳤을 때 바로 '그런 사람'으로 돌변해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흔들흔들, 잠시동안 옆길로 새는 이 영화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했다. 만약 저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저렇게 취하지 않았다면, 옆길로 새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물론 그 행위 자체는 술이 한 게 아니다, 술을 마신 '내'가 한거지. 다만,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옆길로 새기 전에 한번더 이를 악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거다. 술을 마시면 감정이 더 격해지니까, 더 쉽게 감정적이 되어버리고 마니까. 최상과 최악의 기분으로 더 잘 이끌어버리고 마니까. 그러니 술을 마시고 더 감정의 변화가 격해지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자신이 잘 알고 있다면, 천천히, 자기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만큼만 마시기 위해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물론, 술을 마시든 말든, 옆길로 새든말든, 그 뒤에 찾아오는 번뇌와 후회 모두, 각자의 몫이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이 생기고, 누구나 손가락질 받을만한 행동을 한다. 그렇게 살진 않겠다고 다짐해봤자 생이란 다짐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점심 먹고 타부서 J 과장이 커피를 사줬다. 까페모카 마시는데 맛있다.
돈은 없는데 스테이크가 너무너무 먹고싶다. 눈 앞에 스테이크가 둥둥 떠다녀.. 그래서 좀 슬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