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예상과는 다른 일이 아주 많이 일어나는데, 최근에 내가 겪은 그 '예상과는 다른 일'은 바로 이 책이 좋지 않았다는 거다.
제목만 보고도 오래전부터 내가 좋아할거라고 확신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얇고 작은 책의 책장을 넘기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집중을 빡- 해야했다. 중간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얇으니 끝까지 가보자, 했는데, 다 읽고났더니 내게 남은건 후련함이었다. 이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의 여운이 대단하다는 찬사가 있지만, 여운이 아니라 정말이지 후련함만이.. 내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인생이란 그녀가 그때까지 감히 그렇다고 믿은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다. (p.81)
뽐므가 생각한대로 그러게, 인생이란 흥미롭다. 좋을 줄 알았는데 안 좋은 책을 만나서 당황하기도 하는걸 보니.
스무살의 그녀가 우연히 youtube 에서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듣고 모짜르트에게 푹 빠지게 된다. 그녀에겐 바깥에서의 지친 일상을 풀어주는 유일한 위로가 모짜르트다. 그녀가 바깥으로 나가 세상을 볼 때도, 집 안으로 들어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속으로 푹 빠져들게 될 때도 그녀의 귀에서는 모짜르트가 흐르고 있다. 가난하고 정신질환을 가진 엄마와 이제는 갈 곳 없어진 자신의 처지에서 끝까지 모짜르트를 놓지 않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콘서트홀에서의 일자리는 구원과 같고, 그 곳에서 만난 지휘자와의 만남은 인생의 한 줄기 빛이다. 동거하던 남자친구는 싸구려 음악을 듣고 시끄러운 파티를 즐기지만, 이 대단한 지휘자는 자신에게 음악에 대해 말하고 읽으면 좋을 책을 선물한다. 키에르케고르를 선물하는 이 어른 남자에게 그녀는 푹 빠져든다.
그에게 빠져드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얼마나 많이 원망했을까. 왜 나는 클래식을 연주할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할까, 왜 나는 가나한 엄마랑 살까, 왜 내 엄마는 나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대신 정신병원에 갇힌 것일까, 왜 내 남자친구는 클래식을 듣지 않고 시끄럽고 음악같지도 않은 노래들을 듣는걸까. 내가 보기에도 지휘자는 그녀에게 빛이었다. 그녀가 알고 싶은 세계에 대해 발을 들여놓게 해주고, 그 세계에 대해 설명해주며 인도해주려는 근사한 어른. 그 어른이 심지어 나를 여자로 대하기까지 하니, 나는 근사한 연인과 더불어 인생의 스승을 얻게 된 게 아닌가. 그러나 그는 그녀와 달콤한 밤을 보내고 난 뒤, 그녀를 그저 인생의 활력소로 여긴거라며 그녀를 피한다. 게다가 그녀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게 짜증난다고 콘서트홀의 일자리마저 잃게 만든다.
그녀에게는 조금 더 많은 가르침이 필요하다. 조금 더 성장해야 한다.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소중하고 우아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듣는 음악을 깡그리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는 앞으로 좀 더 배워나가야 하고, 높은 위치에서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떤식으로 휘두르는지, 그들을 왜 조심해야 하는지도 그녀는 배워야 한다. 앞으로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라든과 타인에 대한 배려등도 모두 그녀가 갖춰야할 덕목인데, 그녀가 제대로 성장하기 까지는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녀 스스로 깨우쳐야 할 것 같다.
모짜르트의 음악들이 영화 내내 흐르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모짜르트의 음악들이 궁금해졌다. 그녀가 헤드폰을 통해 모짜르트의 음악을 듣고, 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과 세상과 사람들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정확히 그렇게, 나도 모짜르트를 들으면서 세상을 한 번 바라보고 싶어졌다. OST 를 사고 싶은데 검색이 되질 않는걸 보니 아직 발매 되지 않았는가보다.
그녀가 음악을 감상하는 표정들은 정말 좋다. 그녀는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제는 꿈을 꿨는데, 모짜르트 앨범을 사는 꿈이었다. 그런데 ... 클래식에 전혀 무지한 나로서는 어떤 음반을 선택해서 들어봐야 할 지 모르겠다. (모짜르트 음반 추천 받습니다.) 그것보다 집에 미니컴퍼넌트가 고장나서....쩝.. 몇 년전에 이십만원 주고 산 건데...으휴..한 번 고쳐서 돈 들었는데 또 고쳐야 하나, 이제 새로 사야 하나, 이십만원을 훅 살 수도 없고, 노트북 할부도 안 끝났는데, 으휴..
또 나왔구나, 하고 잊고 있었는데, 지식e 시리즈 나올 때마다 사주겠다고 했던 e 는 역시나 이 책을 내게 지난주에 선물해주었다. 아마, e 도 몰랐을거야. 이렇게 시리즈가 계속계속 나올줄은........하하하하하
금요일에는 연차를 내고 조카를 보러 갔다. 여동생과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조카가 어린이집에서 올 시간이 다 되어 여동생과 함께 마중을 나갔다. 차 안에서 조카는 나를 발견하고 자꾸만 이모라고 소리쳤단다. 내리자마자 이모, 하는데. 으윽. 그리고는 여동생과 조카와 함께 우리집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여동생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택시를 탔는데, 택시를 탄 조카는 대뜸 기사님께 '할머니집이요' 란다. 하하하하. 기사님도 웃고 나도 웃었다.
토요일에는 친구가 복숭아를 사줬다. 올 여름에 처음 먹는 복숭아였는데, 손으로 벗겨도 껍질이 부드럽게 촤르르 벗겨지는데, 아우, 한 입 베어물 때마다 물이 뚝뚝 떨어지고, 하아- 너무 맛있어. 나는 가만히 앉아있고 친구는 하나 더 씻어주었다. 역시나 접시에 대고 또 하나를 까먹는데 어휴, 완전 쏘 스윗해. ㅠㅠ
일요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데, 어제는 어쩌다보니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그냥 소주만 마셔도 되는데 왜 나는 소주를 마시고 나면 입가심으로 꼭 맥주를 마시게 되는걸까? 어쨌든 밤 열한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고 술 취해 기절했는데, 덕분에 오늘 아침 육체가 천 톤은 되는것 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 일찍 가서 기절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점심 시간은 언제 오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점심 시간이 와야 되는데 왜 비만 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