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나쓰메 소세키'였다. 더 정확하게는 '아,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제대로 읽지 못했구나' 하는 것. 나는 소세키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그 나름대로 좋았지만 강상중이 이 책에서 언급했던것처럼 그게 대단하다거나 선견지명이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직 읽지 않은 소세키의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겠는데, 아마 그 전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강상중의 덕이다. 특히 소세키의 작품들 중 『히간 지날때 까지』, 『행인』을.
얼마전에 『피로사회』를 읽다가 뭔말인지 모르겠어서 읽기를 그만뒀다. 이 책도 내게 술술 읽히지는 않았는데, 나라는 인간은 아무래도 이런 책 보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더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고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나는 그 사람이 되서 간접경험을 상상하는 쪽이 더 잘 맞는달까. 모두가 좋다고 말한다해서 나한테까지 좋은건 아니라는건 만고불변의 진리로구나. 어쨌든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겨오자면 다음과 같다.
프랑클은 설령 그것이 환자가 그냥 믿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게 했습니다. 즉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처럼 미리 해석의 기준을 준비하고 그것을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이야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 안에 있는 것을 통째로 표출시키고 그 의식의 변화를 그대로 기술해 나갔던 것입니다. 그때 그들이 말하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상관없었습니다. 그런 방법을 취한 것은, 고민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의 변화' 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57)
최근에 누군가 대화를 하다가 '옳은' 생각과 '나의' 생각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위의 문장은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세상에 '옳은'게 있다면 그건 누가 정한걸까. 옳은게 있는게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있는게 아닐까.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라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 상태입니다. 미래는 어디까지나 아직 없는 것이고 무無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는 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 이란 '내 과거' 이니, '나는 과거로소이다'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과거를 중요시하는 것은 인생을 중요시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역으로 '가능성'이라든가 '꿈'이라는 말만 연발하며 미래만 보려고 하는 것은 인생에 무책임한, 또는 그저 불안을 뒤로 미루기만 할 뿐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p.168-169)
위 문장을 읽으면서는 막 고마워졌다. 나 역시 미래보다 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래란 올지 안올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과거는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을 잊고싶다고 한들, 설령 잊었다한들, 지금의 나는 그 과거로부터 형성된 인간이니까. 과거란 언제나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엘리자베스 게이지' 소설속의 말도 떠오르고, '데이빈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도 생각난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것도 결과적으로는 나의 과거이다. 그리고 미래에 이르러 과거가 될 지금 현재이고.
조카가 어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른 자라서 같이 책을 읽고 싶다. 내가 권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조카가 내게 책을 권해주기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조카가 자라면 나쓰메 소세키를 같이 읽자고 해야겠다. 물론 그 전에 권해줄 책이 엄청나게 많지만. 조카가 코맥 매카시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줌파 라히리를, 다니엘 글라타우어를 좋아하게될까? 만약 그렇게된다면, 그건 과연 언제쯤일까?
7월 중순이면 36개월이 되는 조카가 충치 치료를 앞두고 있다. 앞니가 썩었다는데, 신경치료까지 하게 될지 어떨지는 치료를 해 봐야 안다고 했나보다. 고작 36개월을 살고 있는 아이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을걸 생각하니 내가 다 끔찍하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엄마가 아이를 붙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 중에 하나를 여동생에게 선택하라고 했는가보다. 여동생은 수면마취를 선택하려다가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해보더니 절대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어쩌면 엉엉 울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앞으로 치과를 무서워할지도 모르지만 수면 마취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단다. 나는 치과에 가기전에 조카에게 니가 얘기를 많이 해주라고 했지만 막상 내가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더라. 마침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온다고 하니 잘됐다, 나는 조카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기 전,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앴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준비했다.
충치와 치과로 검색하니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나는 '치과에 가는 두려움'을 좀 없애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이 책들은 내일 배송되니 내가 먼저 한번씩 읽어보고 조카가 오면 하나씩 읽어주거나 보여줘야겠다. 아, 고 작은것이 치과 치료라니. ㅠㅠ 그나저나 이 책들은 과연 적절한 책들인걸까.
조카야, 무서워하지마. 흑흑.
꺅 >.<
정미경의 『프랑스식 세탁소』가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회식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