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흔적
여행을 할 때마다 그 도시의 서점을 둘러보는 일은 내게도 꼭 거쳐야하는 필수과정 같은것이지만, 나의 여행 경험이 빈약하다보니 당연히 다른 도시의 서점에 가는 일도 좀처럼 해보게 되진 않는다. 더군다나 며칠전에 들른 마카오에서는 마카오 서점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책..안 읽고 사나 싶을 정도였다. 그 작은 마카오 일대를 거의 둘러보았다고 생각하는데 서점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어쩌면 내가 미처 들르지 못한 곳에서 서점은 위풍당당하게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카오 시내 중심지,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한 그곳에서 포르투갈 서점을 찾았다.
당연히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이 서점은 대형서점이 아니고 보유하고 있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으며 권수 또한 적다.
왼쪽, 포어의 책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눈에 띄어서 무척 반가웠다. 뭐, 내가 읽을 수 없는 포르투갈 어로 쓰여진 책이긴 하지만. 눕혀진 책들중 왼쪽에서 네번째는 '돈 드릴로'의 『마오 Ⅱ』인데, 뒤쪽에 세로로 꽂혀져 있는 노랑과 빨강의 책들 모두 돈 드릴로의 책이다. 돈 드릴로의 책이 왜...많을까? 돈 드릴로의 마오 는 국내에도 번역되어져 있는데(창비), 나는 가지고는 있으나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세워져 있는 것들중 구름이 보이는 왼쪽의 책은 '헤르타 뮐러'의 책이다. 제목은 뭐라고 쓰여져있는지 몰라서 패쓰. -_-
매대는 고작 이정도의 사이즈랄까. 그 뒤로는 책장이 있고 책들이 주욱 꽂혀져 있는데 규모가 작다. 브론테님이 올리신것 같은 그런 베스트셀러 매대등은 찾아볼 수 없는 곳. 이곳은 대형서점의 이미지라기 보다는 아주 오래된, 포르투갈의 책을 파는 명소이다. 그래서일까, 보유하고 있는 책도 여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단 한 권뿐인 책들이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2-3권이 보통이다.
여기엔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브론테님의 페이퍼에 등장은 사폰의 책 두 권. 우후후후. 나는 사폰을 늘 시폰이라고 말하곤 하지만(왜일까..), 브론테님 페이퍼에 등장한 작가의 책을 보게 되다니. 우후후후. 그런데 같은 책인지는 모르겠다. 표지는 다른데..
낯선곳에서 익숙한 이름을 보는건 꽤 반가운 일이라 새삼 작가란 얼마나 위대한가 싶어졌다. 이 서점에도 역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영문판이 있었고, 쑤퉁의 책과 위화의 책이 있었다. 호텔에서 페리로 가는 셔틀버스안의 텔레비젼에서 만난 비스트와 포미닛 보다도, 나는 사폰이, 포어가, 쑤퉁이 훨씬 더 반가웠다.
서점에 들러 실컷 구경하다 조카에게 줄 책 두 권을 사고 다른 곳들을 갔다가 다시 또 서점에 들렀다. 영어를 잘 말할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를 생각했던만큼 이 서점안에서는 포르투갈어를 읽을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하는 대신 서점에 철푸덕 주저 앉아 좋아하는 책의 책장을 넘기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