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회사까지 걸으면 정확히 십 분이 걸린다. 오늘은 그 시간동안 에피톤 프로젝트의 『믿을게』를 들었다. 노래가 무척 가슴을 후벼파서 울려고 마음먹으면 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청승은 떨지 않았다. 대신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 출근길의 상상을 했다. 이 노래가 백뮤직으로 깔리는 나의 상상은 아주 먼 곳에 가서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한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성에 안차서, 그를 만나고 있는 까페 옆자리에, 그 낯선 나라에, 내가 좋아했던 또 다른 남자가 앉아있어서, 우연히 그를 마주치는, 결과적으로 말해 나는 그 먼 곳에서 바로 그 순간에 내 삶에서 결코 잊지 못할 두 남자를(응?) 동시에 만나게 되는거지. 그 우연이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그래, 어제 술을 마셨다. 아직 안깼나보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을 들었고 지금 몹시 피곤하다. 좀전에 남동생으로부터 메세지가 왔는데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메세지였다. 여동생은 남동생에게 어떻게해야 널 위로할 수 있을까, 라고 말했고, 나는 남동생에게 홀가분하지 않느냐 물었다. 헤어짐은 눈물을 주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죄책감이 들정도로 홀가분한 마음도 준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아름다운 구속보다는 홀가분한 자유쪽을 조금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남동생의 이별앞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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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6-14 10:38   좋아요 0 | URL
우앗, 고맙습니다! :)

2012-06-14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6-14 11:2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가연 2012-06-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ㅋㅋ 저는 가끔.. 이 아니라 자주 아직 안만난 어떤 완전 예쁘고 착한 애가 제 옆에서 나란히 걷는 상상을 하는데요, 쿡. 저는 매일 환상에 젖어 산답니다. 술은 안마시는 대신 멀쩡한 상태로 망상을 하니 질이 안좋지요, 푸하하. 요즘은 아반타시아의 곡을 자주 들어요. 지르는 곡인데.. 언제 노래방에서 도전하려구.. 저도 새벽녘, 다음으로 믿을께, 를 듣고 있답니다, 하하.

다락방 2012-06-14 13:04   좋아요 0 | URL
완전 예쁘고 착한 애.......라니, 현실성이 없네요, 가연님. ㅎㅎㅎㅎ 이건 말 그대로 환상! 저도 지지 않아요! 저는 지현우라든가(응?) 재이슨 스태덤과 함께 손잡고 걷는 상상을....요즘엔 박유환도 마음에 들어요. 박유환은 제가 엄청나게 좋아했던 남자를 닮아서...이상하게 남자로 느껴진단 말이죠. 하하하하하. 아, 물론 박유환은 절 모르지만요. ( ")
차세정하고 친구하고 싶어요. 매일매일 술 함께 마시는 친구. 훗. 그런데 차세정은 어쩐지 고기를 안먹게 생겨가지고....시무룩.........아, 물론 차세정도 절 몰라요. 하핫

책읽는나무 2012-06-1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유천 닮은 남동생이 이별을 했다굽쇼??
음~
조금 슬프겠다.ㅠ
이 노래가 동생을 위한 노래네요.
왠지 옥탑방 왕세자에 나오는 그박유천이 눈물을 떨구고
있을 듯한 상상이 막 되고있는~~
저녁에 맥주를 또 한 잔씩 마셔야겠네요.ㅠ

다락방 2012-06-14 17:33   좋아요 0 | URL
네, '자칭' 박유천 닮은 남동생이 이별을 했다네요. 안그래도 집에서 이별위로 음주를 하자고 했더니 '봐서' 라고 대답하네요. 도도한 놈......

이별은 이별이고, 지금은 얼른 퇴근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책나무님. 삼십 분만 더 기다리면 되요. 흑흑. orz

비로그인 2012-06-14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노래 좋아요! 저 지금 듣고있거든요! 음반 출시된 날 누군가 음원을 딱~ 저한테 보내줬는데 고마운 마음이 다시 폴폴 피어나네요~ :) 시험도 끝나고 이제 방학이에요 방학! 책과 연애금지령이 풀린 자유연애의 시대가 왔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2-06-15 08:44   좋아요 0 | URL
우오오오. 방학이라니! 부러워요 수다쟁이님 ㅠㅠ 나도 방학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래 좋죠? 오늘 출근길에도 들으면서 왔어요. [새벽녘]도 좋아요.
음반 출시된 날 누군가 딱~ 보내줬다니. 그 분은 수다쟁이님을 엄청 좋아하는게 틀림없어요!! >.<

카스피 2012-06-15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목을 읽으니 갑자기 트라우마에 본 카툰 한컷이 생각납니다.1970년대 밤 12시 호루라기를 삑삑불며 경찰이 두 남녀를 추격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가 여자한테 진지하게 물어봅니다."오빠 믿지?""네" (여관앞에서,70년대에는 모텔이 없었죠)^^

다락방 2012-06-15 15:46   좋아요 0 | URL
이건 섬에 갔다가 돌아오는 마지막 배를 놓쳤을때도 하는 말 아닌가요. ㅎㅎㅎㅎㅎ 현재까지도 아주 잘 쓰이고 있는 말인것 같은데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