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데니스 퀘이드'는 중년의 대학교수로 나온다. 그의 이름이 반가워서 들어본적도 없던 이 영화를 보기로 충동적으로 결심했는데, 오, 상당히 괜찮았다.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영화 [이너스페이스]에서 그를 처음 보았었다. 그 영화에서 그는 '맥 라이언'과 연인으로 나왔고, 그 영화 때문인지 어땠는지 어쨌든 그는 실제로 맥 라이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그 뒤로도 나는 그가 출연한 영화를 몇 편 더 보았었는데, 여전히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건 이십년전에 보았던 영화 [이너스페이스]다. 국내에는, 내 기억이 맞다면 [인체탐험]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던걸로 안다.

 

그렇게 보게 된 이영화가 괜찮았던 이유는 영화속의 인물들과 줄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 때문이기도 하다. 맙소사! 꺅!! 꺄울 >.< 그러니까 이 영화에는, 무려, '누노 베텐코트'의 음악이 삽입된 것이다! 우와~ 무려 네 곡씩이나!!!!!!!! 나는 영화를 보면서 우앗, 세상에 뭐 이런 영화가 다있어, 하고 완전 기뻐 날뛰었다,

는건 뻥이고 기뻐 날 뛸뻔 했다. 세상에. 누노의 노래가 삽입된 영화라니. 내가 여태 보아왔던 영화중에 누노의 노래가 삽입된 영화가 있었던가. 흑흑. 이 영화의 감독은 아마도 나처럼 누노의 광팬인가보다. 영화의 배경도 좋았고 주인공이 문학교수란 점도 좋았는데, 흑흑, 누노야, 누노라고.

 

영화를 보다가 누노의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내가 가진 누노의 시디들에 감사했다. 나는 최근에 한동안 '버스커버스커'를 들었지만, '인피니트'에 열광했지만, 어쨌든 내가 돌아갈 곳은 누노다. 누노 이즈 갓.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가슴 벅찰정도로 행복했다. 이거봐,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이정도야, 나는 이런 가수를 좋아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런 가수라고.

 

 

 

 

 

 

 

제일 처음으로 삽입된 곡, [flow]를 반복해서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각은 새벽 01시 02분. 이 노래를 들으며 이러고 있는 지금이 무척 좋다. 행복해..흑흑.

 

 

 

 

 

 

 

하아- 포스터 대박 좋지 않은가! 신이 아니라...당신을 보러 갔었어요, 라니. 이 대사는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편지로 쓰는 말이다.

 

잠깐 딴소리를 하자면,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에 보면 한 여자가 '신을 만나기 위해' 섹스를 한다고 답한 구절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은후의 어느 날, 남동생과 산책을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신을 만나기 위해 섹스를 한대, 라고. 그러자 남동생은 내게 이렇게 물었었다.

 

누난 신을 만났었니?

 

아놔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건 뭐.................................자,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패쓰하고,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면,

 

영화속에서 남자주인공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분노를 고스란히 폭력으로 드러낸다. 보기에 불편할만큼 그에게 폭력이 일상화 되어 있어서, 저런 남자랑 알고 지낸다는 것 혹은 저런 남자랑 이웃으로 지낸다는 것은 엄청나게 마음 불편할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다스려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는 부자동네에 사는 착한 여자인데, 그녀는 이 남자와는 반대로 폭력을 당하는 것이 일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들이 만나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 '나쁜 인간'임을 자처하는 남자는, 그러나, 여자에게는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사람' 이다. 아, 인간이란 얼마나 신기하고 또 신비한 존재인가. 나는 누군가에겐 나쁜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태양처럼 빛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가. 물론, 장례식에 가기 위해 양복을 입은 남자의 수트빨도 근사했지만...

 

여자는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친척도, 친구도.. 그런 그녀가 남자를 찾아가 의지하게 됐을때 남자는 마침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다. 여자에겐 낯선이들만이 가득한 그 장례식에서 그녀는 웃고 이야기하고 춤춘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작별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혼자인게 익숙한 사람이 여러명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위로와 휴식을 찾기도 하는 이 장면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난다. 이 시간이 그녀가 남편과 보낸 시간을 통틀어도 바꿀 수 없을만큼 찬란했던 순간이 아닐까.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이 책의 헌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 문장부터가 사람을 웃게 하는데,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웃을수 밖에 없다. 책 속의 남자는 우체국에서 근무한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편지를 넣어준지 이틀 째, 한 여자가 자기의 남편은 멀리 떨어진 섬에 있고 자신은 혼자 지내고 있으며 외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자는 자신도 외롭다며 그녀의 집에 몇번 찾아가서 그녀와 잔다. 그리고는 이렇게 썼다.

 

그럭저럭 괜찮은 여자, 같이 자기 좋은 여자였지만 그런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서너 밤 자고 나자 재미도 시들해져 다시 가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세상에, 집배원들은 편지를 넣고 다니면서 여자들하고 같이 눕기도 하는구나. 이거 나한테 딱 맞는 일인데. 오, 이거야, 이거. 이거라고. (p.12)

 

하하하하. 처음 시작부터 재미있게 읽고있다. 그런데 책날개에서 작가 소개를 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우편배달부로 일하면서 여러 권의 시집을 발표하고 신문에 칼럼을 발표하다가 '죽을 때까지 매달 백 달러의 월급'을 보장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마흔아홉의 나이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알라딘 작가소개中)

 

오. 책날개에 보면, 출판사는 그에게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했다는데, 와, 엄청 멋지지 않은가! 물론 전업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누군가가 능력을 알아봐주고 니 능력을 펼쳐보이면 돈을 지급하겠다, 라고 제안했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부럽다. 아직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돈을 먼저 걸어주다니. 우와- 짱멋져. 대단히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는 마흔이 넘어서야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데, 이 책날개를 읽다가 부러움에 쩔어서 나도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때려치고 알라딘에 페이퍼 쓰는것을 전업으로 한다면 매달 천만원씩을 줄게.....라고 누군가 내게 제안하는 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참...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구나. 아직 끝까지 읽지는 않아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현재 재미있고 좋다. 물론 엄청나게 사랑스럽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서 나는 그의 다른 작품들중 한권쯤을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목상으로는 [여자들]이 가장 끌린다.

 

 

 

 

 

 

 

 

 

짜파게티를 끓여먹고 싶은데 집에 사다 둔 짜파게티가 없다. 이 새벽에 먹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일까, 먹고 싶은걸 먹지 못하니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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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4-1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잘 들었어요~ 아, 이런 뮤지션도 있었군요..

다락방 2012-04-15 15:38   좋아요 0 | URL
[익스트림]이란 밴드의 멤버였어요, 드림아웃님. 그들의 노래중 more than words 가 국내에선 가장 많이 알려졌죠.
잘 쉬고 계십니까?
:)

moonnight 2012-04-1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예전에 누노씨 좋아했었어요*_*; 나이 들면서-_- 잊고있었는데 다락님 덕분에 다시 떠올리네요^^

그나저나 다락님과 동생분의 다정함은 정말 부럽습니다. 신을 만났는지 물을 수 있다니! ^^;

스마트 피플도 디어 한나도 챙겨봐야겠어요. 주말 즐겁게 보내셨나요? 전 조카 데리고 (처음) 야구장에 갔는데 6회를 못보고 나왔어요 역시 꼬마에겐 너무 가혹한;; 그래도, 조카랑 야구장 가는게 꿈이었던지라 기분좋은 하루였어요. 조카 집에 데려다주고 지금은 백화점커피숍에 앉아있어요. 이제 스노우맨 읽습니다. 다락님 넘 재밌다 하셔서 기대가 커요!

남은 휴일 좋은 시간 보내셔요^^

다락방 2012-04-15 23:58   좋아요 0 | URL
우앙. 문나잇님도 누노씨를 좋아했었군요! 히히히히. 아우..저는 누노씨 정말 좋아합니다. 완전 좋아합니다. 목소리도 좋고 막 ㅠㅠ

남동생과 저는 저것보다 더 심한(?)대화도 하는걸요. 하하하핫. 남들에겐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다가.. ( '')

문나잇님, 문나잇님도 분명 [스마트 피플]과 [디어 한나] 좋아하실거에요. 둘다 전 참 좋았어요. [스노우맨]은 많이 읽으셨어요?

으악 일요일밤. 이제 3분만 지나면 월요일이 되요. 끔찍...하지만 끔찍하지 않은 월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해봅시다. 흑흑. 굿나잇, 문나잇님!

이진 2012-04-1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노를 보고는 바로 검색해보았어요.
노래 참 조으다 :)

다락방 2012-04-15 23:58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안녕? 노래 좋아요? 히히.
누노의 노래를 참 좋다고 말해주는 소이진님 참 조으다 :)

2012-04-16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6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