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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의 '트윗 육아'
서천석 지음 / BBbooks(서울문화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많은 부모들이 육아서적을 고를때는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혹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하는 마음. 나는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지만, 한 번쯤 육아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조카에게 좋은 이모가 되고 싶은 바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인문서나 교양서의 역할을 기대한 것이 더 크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으로 남을것인가 하는 의문을 책을 펼쳐보기 전에 가졌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다. 끝까지 읽었고, 잘 읽었으며, 나쁘지 않은 책으로 남을 것이다, 하는.
뻔하고 착한 책이면 어쩌나 했는데, 이 책은 뻔하고 착하지만 가끔 기대 이상의 생각들을 보여준다. 이 책이 내내 강조하는 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된다는 가르침 보다는, 부모 자신이 일단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아이는 그런 나의 모습을 시종일관 옆에서 지켜볼 것이고, 그런 나와 함께 살면 아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것이고, 저절로 나는 좋은 부모가 되어 있을거라는 것. '부모'로서 잘하기 이전에 하나의 괜찮은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맞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육아서에서는 어떤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이런 얘기를 해주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아이 키우기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건 인생 그 자체지요. 아이는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을 봅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고, 내 날것의 모습이 다 드러나지요. 이것이 뼈아픕니다. 숨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워 육아가 어려운 겁니다. (p.37)
사실 몇 장 넘기지도 않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절반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데서 옵니다. 걱정에 에너지를 모두 써서 아이와의 소중한 현재를 즐기지 못합니다. (p.11)
지극히 당연한 얘기고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새삼 위로가 됐다. 이런 고민이 대부분의 많은 어른들에게 찾아오는 고민이구나, 이런 불안을 다른 사람들도 갖고 있어, 하는데서 오는 위로. 그런데도 아이를 낳고 또 기른다니, 부모란 얼마나 대단한가.
아이는 자기가 왜 짜증이 나는지 모릅니다. 부모는 "왜 짜증을 내는데?"라고 묻지요. 아이는 모르는데 자꾸 물으니 더 짜증을 냅니다. 이때 한 대 때리면 밖으로 내는 짜증은 멈추죠. 대신 아이는 이제 자기 내면을 찔러 상처를 냅니다. 부드럽게 넘기세요.(p.39)
'부드럽게 넘기세요'가 좋은 대응인줄은 알겠으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걸 모두가 알고있지 않은가. 그래서 '부드럽게 넘기세요'를 보는데 좀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뭐야, 이걸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잖아, 했기 때문에. 이 책은 과연 얼마나 실용적일 수 있을것인가. 그런데 나는 이 단락을 읽으면서 갑자기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나 역시도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이유 없는 짜증을 부리곤 했는데, 그 때 나를 보는 우리 엄마는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을까, 하고. 바깥에 나갔다 들어와서는 엄마에게 틱틱거리고 짜증이나 내고 있으니, 엄마는 영문을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왜그러냐 물으면 딸이란 게 고작 하는거라곤 이유를 말해주기 보다는 더 큰 신경질이니. 짜증에 휩싸인 딸을 바라보는 우리 엄마는 그 숱한 세월들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우리 엄마는 육아서를 읽지도 않았는데. 트윗을 하지도 않았는데. 문화센터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이라든가, 아이와 잘 대화하는 법이라든가 하는등의 교육을 받은것도 아닌데, 우리 엄마는 나를 또 내 동생들을 여기까지 어떻게 키워온걸까. 엄마의 속에는 몇개의 상처가 곪아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좋은 부모가 된다거나,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널리고 널렸는데 왜 좋은 자식이 되는 방법에 대한 책은 없는걸까, 하는. 왜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책을 읽고 자식들은 부모를 위해 책을 읽지 않을까.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부모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사실에 대해 일깨워준다.
'너는 특별하단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 이 멋진 문장에 단어 하나를 추가하세요.
'너는 '나에겐' 특별하단다.'
여섯 살이면 아이에게도 가족을 벗어난 사회가 생깁니다.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선 현실을 알아야 하죠. 특별한 대우를 받기 원하는 '나 잘난' 아이는 환영받지 못하니까요. 이제 겸손도 배울 때입니다. (p.13)
이 책은 육아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철학서나 심리서적에 가까운 듯하다. 책장에 꽂아두고 간혹 꺼내어 보면 짧은 글들 만으로 조용히 생각을 해보거나 반성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니까.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말들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좋고 옳은 방법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아이에게 올바르게 적용될만한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
때로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러니까 어른들을 위해서도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참는 힘은 중요합니다. 1분을 참으면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1시간을 참으면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참으면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조절은 우리에게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이게 지혜를 줍니다. (p.224)
물론 참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는 바지만,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바로 흥분을 하고 반응하는 것과 시간을 좀 둔 다음에 반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는 것도 역시 알고 있다. 후회는 항상 '바로 흥분하고 반응했을 때' 찾아왔다. 화가 나고 가슴이 뛰고 신경질이 났을때, 그때는 내가 너무 그 문제에 깊숙하게 빠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의 나의 대응은 조금 더 현명할 수 있었다.
비교는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 부모가 비교 안 해도 아이 스스로 합니다. (p.46)
그렇다. 비교는 누가 나를 향해 하고 있지 않아도 나 스스로 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스스로 열등감을 혹은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그것을 거들어줄 필요는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너무나도 당연한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한채로 지내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건, 그래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너 또 잊고 있었지, 잊지마, 하는 뜻에서.
나는 이 책을 내 여동생에게 건넬것이다. '이 책은 니가 아이를 키우는데 좋은 지침이 될거야' 의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다가 지치고 힘들때 이 책을 꺼내어보면 때로는 도움이 될거야'라는 의미로.
별을 셋을 줄까 넷을 줄까 한참을 망설였다. 착하고 뻔해서 별 셋 이었다가, 그래도 그보다 더 나아가니까 넷이었다가, 저자의 유머감각이 영 나한테 통하지를 않고 그렇다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통할 것 같지는 않아서 다시 셋이었다가, 이 모든것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넷으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