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맥피'의 노래 「over it」에서 나는 그녀가 'pick up the phone' 발음할 때 아주 매혹됐었다. 몇 번이고 따라해보았지만 캐서린 맥피같은 발음을 낼 수는 없었다. 요즘에는 '제이슨 므라즈'의 「Mudhouse/Gypsy MC」에서, 그가 'equal opportunity' 를 발음할때마다 끙, 하는 신음을 내뱉고 싶어진다. 엄청나게 좋아서. 역시 따라해보지만 나는 제이슨 므라즈처럼 발음할 수가 없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미카의 노래를 나는 전부 다 좋아하지만, 그의 어떤 발음에 매혹되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 도대체 누군가의 어떤 발음은-그 단어자체가 특별한 단어도 아닌데!-왜 나를 매혹시키는 걸까. 어느 밤, 불면이 찾아온다면, 양을 헤아리기에도 지쳤는데 여전히 눈이 말똥말똥하다면, 제이슨 므라즈를 내 옆에 눕게 해서 내 귓가에 자꾸만 자꾸만 equal opportunity 를 속삭이게 하고 싶다. 내가 잠들 때 까지. 너무 좋아서 잠들기 아깝겠지만, 너무 좋아서 쉬이 잠들 수 있지 않을까.
『브레이킹 던』은 전작인 『뉴 문』이나 『이클립스』보다는 확실히 낫다. 이 영화는 몇번이고 울컥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두가 다 '그것' 이라고 말할 때 로잘리는 '그것이 아니라 베이비' 라고 말한다. 그래서 살려야 한다고. 나는 그때 울컥,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는것만 같았다. 그것이 아니다, 아기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울컥거리게 만들었던 장면은 이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이 음악은 그러니까 『트와일라잇』의 마지막, 에드워드와 벨라가 함께 춤을 출 때 나왔던 그 음악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4편에 이르러 그 둘이 결혼식 장면에서 이 노래가 다시 울려퍼진다. 진짜 음악 센스가 짱. 트와일라잇을 보고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반복해 들으며 방 안에 불을 끄고 혼자서 춤을 추던(응?) 기억이 새롭다. 이제 막 연인이 되어 춤을 추던 너희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그때와 지금, 흐르는 노래가 같구나. 한동안 나는 에드워드에게 얼마나 푹 빠져있었던가. 잠을 자다가 새벽에 잠을 깨면 내 눈앞에 에드워드가 있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런 환상에 젖어 살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
가 아니라 에드워드의 일상 사진들이-화보조차도- 그동안 좀 찌질했다. 더이상 환상을 품지 못하도록 그는 일부러 그런 사진들을 찍은걸까. 그러나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싫어할 수가 없다. 브레이킹 던에서는 벨라가 미웠지만, 여러장면들이 오글거렸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또 틀어주니까, 어쩔 수 없다. 굴복할 수 밖에.
강남에서 맥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한시간 동안 나는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떡볶이를 먹고 갈까, 말까. 조금 허전한데, 떡볶이를 먹으면 입안은 자극적이 될 테고 가슴속은 따뜻해질테고 뱃속은 차오를테고, 나는 그 만족감에 신음소리를 내뱉을지도 모르는데. 먹을까? 아니야, 떡볶이를 먹는 시간만큼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어, 나는 잠을 자고 싶어, 들어가서 자자. 아니야, 지금 떡볶이를 먹는다면 만족감이 최대치를 찍을거야, 먹자. 아니야, 잠을 자. 그러다가 너무 고민이 깊어져서 더이상 생각하기가 싫어져서 결국은 떡볶이를 먹지 않고 집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나는 잠을 자야 마땅할텐데,
페이퍼 쓰고 있다. -_-
그러니까 이것은, 떡볶이를 먹지 못한, 한 겨울밤의 페이퍼.
이제 자러가야지. 에브리바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