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읽고 싶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장바구니 이벤트]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11011_moon) 참여 페이퍼입니다.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하인리히 뵐
나는 유독 독일 작품에 끌리곤 한다. 내가 휴가를 보낸다면 그곳은 뉴욕이었으면 좋겠고, 신혼 여행을 간다면 그곳은 LA 였으면 좋겠고, 장기간 체류한다면 그곳은 마찬가지로 미국의 어느 도시이기를 원하지만, 참 이상도 하지,
영화의 제목을 보고 별 흥미가 없다가도 독일 영화라고 하면 다시 한번 흘깃하게 되고, 책 제목을 보고 무심히 넘기려다가도 그것이 독일 작품이라고 하면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이 작품은 독일 작품. 알라딘 책소개를 보니 '소설가 장 파울에게 "독일 작가 중 유일하게 유머가 있다"는 평을 받은 작가 뵐은 이 소설에서도 도발적이고 풍자적인 유머를 선보이며 작가로서 독창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라고 써있다. 독일 작가인데 '유일하게 유머'를 가지고 있다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날을 위한 우산, 빌헬름 게나치노
역시나 독일작품. 위의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는 무심히 지나칠 제목이었다가 독일 작품이라 다시 한번 돌아봤다면, 이 작품 『이날을 위한 우산』은 어느 나라의 작품이었다 한들 망설이지 않고 집어 들게 될 제목을 가지고 있다. 알라딘 책소개를 보면 '수제화의 착화감을 시험하는 구두 테스터 일을 하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틀에 박힌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삶의 소소함과 기이함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소설' 이라고 하는데, '삶의 소소함과 기이함'에 나는 늘 관심이 많았다. 그가 어떤 일상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하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터 한트케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작품은 모두 독일작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알라딘 책소개에는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 싶지는 않으니까"라는 '짧은 편지' 한 통과 함께 시작된다.' 고 쓰여있는데, 내가 다른 남자와 여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엿보는 것은 오로지 소설에서만 가능하다. 그녀는 왜 뉴욕으로 떠났는지, 저 짧은 편지가 타인에게 보이는 의미와 받는 당사자가 되는 남자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아주 크게 다를터인데, 다를 수 밖에 없는 그와 그녀의 사정은 무엇인지 몹시도 궁금하다.
남자와 여자, 그 둘 사이에 벌어진 일은 감히 타인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그 둘 사이에 오고 간 눈빛과 이야기와 행동을 타인들은 결코 짐작도 할 수 없다. 그것의 분위기는 오로지 당사자 그 둘 만의 것이다.
달려라, 토끼, 존 업다이크
나는 직장생활 1년차에 가출을 한적이 있었다. 이 책속의 래빗처럼 따분한 일상때문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건 그저 나만의 소소한 이유로..부산에 거주하던 해군 청년이 내가 가출해 있는 동안 나를 돌보아 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중간에 잠시 머무르던 천안에서 아빠한테 잡혀서 다시 집으로 끌려갔........... 학창 시절에도 안했던 가출을 스물넷에 하다니, 나는 생각해보면 모든게 다 늦된것 같다. 가출도 심지어 연애도 남들보다 훌쩍 늦게 시작한 것 같다.
각설하고,
알라딘 책소개를 보자면 '고등학교 시절 유명한 농구선수였지만 졸업 후 평범한 세일즈맨이 된 해리 앵스트롬(래빗)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하는 과정을 그린다' 고 하는데, 나 역시 화려한 초등학교 학창시절을 겪었던 바(응?) 점차로 진학하며 내가 평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몹시도 힘겨웠다.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단숨에 읽어내려갔었다. 그 마음이 내 마음과 같아서. 내가 먼저 좋아했지만 먼저 고백한 다른 사람 앞에서 차마 말하지 못하고 그러나 그들이 잘 되지 않기를 바랐었던 그때의 부끄럽던, 감추고만 싶었던 내 마음을 나쓰메 소세키가 대신 말해준 것 같아서. 그 둘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는 그녀에게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랬다고해서 내가 행복해지지는 않았었다.
알라딘 책소개에는 '<한눈팔기>에는 주인공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갈등이 드러나 있다. 고독한 지식인인 겐조의 추상적인 지적 논리는 현실 속에서 철저히 무력할 뿐이다.' 라고 쓰여져 있는데 나는 '고독하지'도 않고 '지식인'도 아니지만, 현실 속에서 철저히 무력한 기분은 자주 느끼는 바, 그가 느끼는 일상에 대해 한줄 한줄 공감하고 싶다. 이번엔 또 어떻게 나를 움직일 것인가. 나에게 어떤 일을 떠오르게 할 것인가.
이렇게 다섯권, 모두 양장(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반양장은 너무 껍질이 덜렁덜렁 거려서 갖고 싶지 않아요), 가격은 모두 합해 52,650원.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버스를 타려고 집 밖을 나섰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끙. 나는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책을 한권 들고 있었는데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뒤로 돌아 아파트로 돌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 우산을 꺼내왔다. 우산을 들고 책을 들고 핸드백을 매고 버스를 탔는데 사람은 많고..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지쳤다. 그리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강남역에 내려서는 사무실에 들르기전 까페에 들러 커피를 샀다. 커피만 사려고 했는데, 이 까페에 글쎄 핫도그라는 메뉴가 추가됐고...나는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겠어서 핫도그도 포장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커피와 핫도그 포장을 받아들고 나니 그것을 들 손이 없는거다. 언니, 이거 어떻게 들고가죠? 까페 언니는 웃으면서 비닐봉투 한장 드릴게요, 라고 말하고 꺼내주신다. 여기에 책과 핫도그를 넣으세요. 다행이다. 책과 핫도그가 거기에 들어가니 우산과, 커피와, 핸드백과, 비닐봉투 를 혼자 다 들고갈 수가 있다. 휴...
비가 오는데 가을이니까, 지금 내리는 비는 가을비. 가을인데 비가 오니까 지금 내리는 비는 가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