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친구에게 CD  하나를 선물했다.  

 영화는 보았으나 음악은 기억나지 않는다던 친구. 세상에, 이 영화는 영화보다 영화 음악이 보석인데! 내가 십년도 훨씬 전에 이 앨범을 구입했던 건 It must have been love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런 노래가 있다니! 그것은 사랑이었지요. 다 끝나버렸지만. 그러다가 이 앨범을 반복해 들으면서 King of wishful thinking  이 좋아졌다. 이어폰으로 두 귀를 막고 들으면 Wild women do 도 끝내준다. 그러나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세상에, Fallen  만한 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유열의 음악앨범'에 이 노래를 신청해서 모두에게 들려주기도 했으며, 당시의 남자친구에게 이 노래 같은 노래는 세상에 없다며 들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호라 No Explanation  만한 노래가 없다. My mouth is still wet from our last kiss 이 보석 같은 앨범이, 찬란하게 빛나는 곡이 여러개 담겨 있는 이 앨범이, 믿을 수 없게도 9,600원 이다.  

 

 이 영화는 어떻고!  

"나랑 섹스한 모든 남자들의 공통점은 아침이 되고나면 그들이 없다는 거야." 

"난 아침에 여기 있을거야. 여기 살잖아." 

씻지도 않은 배꼽에 혀를 넣을 망정, 아침이 되면 달아나기 바쁜 빌어먹을 남자들, 그런 남자들이 수두룩한 이 세상에 '여기 있을거야, 여기 살잖아'라고 말하는 남자라니! 그동안 살았던 모든 헛된 삶이 보상 받는 기분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녀는 보통 사람들보다 열등한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나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언제나 어색하고 어설프지 않은가! 그러면서 좀 특이하다고 남들을 무시할 자격 같은건 누구에게도 없다. 난 아침에 여기 있을거야. 여기 살잖아. 아침에도 눈을 떠서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 이 DVD 는 9,300원.  

 

 와인 맛을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데 정말 그들이 맛을 알기는 아는걸까? 얼마전에 신문에서 와인맛을 구별할 수 있다고 자신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편견에 휩싸여 있음을 드러내준다는 기사를 읽었다. 비싼와인이라고 미리 말해주면 그 와인이 좋다고 말하고,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염색약을 써서(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바꿔주면 그마저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던 것. 그러니 맛을 구별할 수 있는 절대미각이 아닌 바에야 싸구려 와인을 마신들 어떠한가. 싸구려 와인을 마시고 기분이 좋다면, 그게 나에겐 천국의 술 아닐까.   

"수집한 것중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 뭐예요?"
"61년산 슈발 블랑이요."
"와우. 그걸 어떻게 마시지 않고 두고만 있을 수 있죠?"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시고 싶어서요."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인거예요." 

마일스에게 그 와인을 마시는 그 특별한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가슴이 벅찼는 걸. 이 DVD는 오오, 8,200원. 

 

 영화든 책이든 그게 무엇이든 누구에게나 주관적이겠지만, 이 영화는 평가가 갈릴 수 있음을 안다. 어떤이들에게 이 영화는 '뻔하디 뻔한 골드미스의 사랑찾기'쯤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영화는 진심으로 온 마음을 공감하게 하는 미칠 듯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프랑스 남자들이 모두 저렇게  키스할줄 안다면, 제기랄, 내가 이 땅에 머무를 이유가 없지, 라고 생각했었고,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와인을 계속계속 마셨다. 비싼 와인이 쉽게 없어지는것에 좌절해 한 잔쯤에는 와인에다가 얼음을 잔뜩 넣기도 했다(아, 난 너무 촌스러!) 

그런데 슬프게도 이 DVD는 14,800원. 만원을 넘잖아. 그러니 통과!  

 

 

 단돈 8,900원.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주연이다. 그런데 뭐 굳이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덧붙이자면, 

"5년쯤 후에, 그때 와."
"5년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울건가요?"
"그러길 바라."
"당신은 그럴거예요."

 

이걸로 부족한가?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네 아빠와 새엄마의 성관계도 훔쳐봤니?"
"네"
"그걸 보고 흥분했어?"
"그러려고 훔쳐본 게 아니예요."

 

 

22,500원이다. 그러니 통과. 

라고 일단 쓴다. 그런데도 꼭 들려주고 싶은 대사들이 있다. 주인공 여장남자 '키튼'이 이별을 경험하며 남자에게 하는 말. 

"당신이 장미에 대해 농담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사랑에 대해서도요. 그게 지속되는 동안은 좋았죠."

 

키튼은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는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만난 남자가 키튼에게 묻는다. 사랑을 해본적이 있냐고.

"네. 한번 해봤어요."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만난 남자가 키튼에게 사랑노래를 들려주며 묻는다. 사랑을 해본적이 있냐고.

"네. 한번. 그랬던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은 해봤던 것이었다가 해봤던 것 같아요, 가 되버린다. 다, 그런거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섹시월드 라는 가게에서 손으로 남자의 자위를 돕는 일을 한다.  

어머니가 섹시월드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아들은 분개한다. 더러운돈 돌려줄테니, 그 일을 다시는 하지말라고. 창녀할머니가 되지 말아달라고. 그는 악을쓰고, 화를낸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말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하신일이야. 사실은 내가 했어야 할 일인데 어머니가 대신해주신거지. 난 어머니가 너무 고마워." 
 

섹시월드에 가서 돈을 내고 그녀에게 성기를 맡기는 것도 남자고,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진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남자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통쾌한건, 그 숱한 남자들이 성기를 맡기고 만족을 느꼈던 상대가 결코 '쭉쭉빵빵한 젊은 여자'가 아니었다는 것. 이 근사한 영화는 9,900원. 

이 모든게 만원으로 가능하다.

아, 술마신 김에 아끼는 영화를 너무 내보인 것 같아 몇개를 감추고 싶어지기까지 하는 밤이다. 

 

덧붙이기 1. DVD 혹은 CD 하나만 주문하면 배송료가 나와요. 평소에 찜해두었던 책과 함께 주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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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2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알라딘 DVD MD로 취직하셨어요? 저 덧붙이기 대사가 예사롭지 않아, 흠. 전에 말하던 그 투잡이 혹시? (의심의 눈초리 찌리릿~~~ 저도 붙여주세요, ㅎㅎ)

제가 보고 싶은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왜 22500원인가요, 다락방 MD님? 그런데 왜 끼워넣은거죠, 네?


다락방 2009-08-22 00:5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투잡은 무슨. 하나의 직업으로도 허구헌날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돌아와요. 오늘도 너덜너덜한 육체를 이끌고 소주와 와인을 들입다 붓고 왔는걸요. ㅎㅎ

플루토에서 아침을, 은 만원으로 될줄 알고 넣었는데 22,500원이라 놀라서 '통과'라고 썼잖아요. 하하하핫. 통과라니깐요 글쎄, 통과. ㅎㅎ

순오기 2009-08-22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난 접니다~~~ 심야의 추천이라니!ㅋㅋ
우리 군산에서 만나나요? 꿈속의 D님이 온다면 너무 좋잖아요!^^

다락방 2009-08-23 11:15   좋아요 0 | URL
추천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군산에서는 즐거운 시간 보내셨어요?
:)

순오기 2009-08-23 15:47   좋아요 0 | URL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어요. 후기 올리려는데 국장 보느라고요~~
조선인님과 저는 먼저 오고 남은 분들의 그 이후가 더 재미있을 듯...^^

hnine 2009-08-2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티 워먼> 은 저도 음악을 더 오래 좋아했던 영화인데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영화가 시작될 때 경쾌한 리듬과 함께 시작되는 주제 음악도 좋고, It must have been love 는 말할 것도 없고요, fallen 은 신나는 음악이 아님에도 듣고 있다보면 저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더라구요 ^^
<플루토에서 아침을> DVD는 생각보다 정말 비싼걸요? 포스터 색감부터 눈에 확 들어오지요. 저도 올해 몇달 전에 봤어요.
<할람포> 라고 제목이 붙여 진 것을 봤는데 '포'가 바로 저 foe였군요. 몇번 씩 볼 기회를 놓친 영화인데 이제 안볼수가 없겠어요.

와, 페이퍼 재미있게 잘 쓰셨네요 ^^

다락방 2009-08-23 19:11   좋아요 0 | URL
fallen은 너무너무 좋아서 말이죠, 스무살때부터 쭉 제 이메일 주소로도 쓰이고 있답니다. 헤헷.
네, 플루토에서 아침을 포스터는 포스터만으로도 보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죠. 정말 예뻐요.

재미있게 썼다는 칭찬, 고맙습니다. hnine님.
:)

마늘빵 2009-08-2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오호 진짜 DVD 엠티같잖아요. 거의 처음 보는 것들인데 다락방님 추천해준 건 다 좋았으니.

다락방 2009-08-23 19:42   좋아요 0 | URL
[브로큰 잉글리쉬]만 빼면 전부 다 아프락사스님이 보셔도 좋아할 그런 영화에요.
어제 늦게까지 일하느라 고생했는데 오늘은 잘 쉬었나요? 전 숙취에 시달리는 중이에요. 흑 ㅜㅡ

머큐리 2009-08-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영화를 본다고 생각했는데...세상엔 내가 못본 영화들이 넘쳐나는구나...다락방님이 아끼는 영화라니...으흐

다락방 2009-08-23 19:43   좋아요 0 | URL
그쵸. 세상엔 우리가 보지 못한 영화들이 넘쳐나죠.그래서 또 살만한게 아니겠습니까! 군산에서는 재미있으셨어요, 머큐리님? :)

무스탕 2009-08-2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티우먼, 무조건 좋아요!! 몇 번을 봐도 좋아요!! >_<
플루토에서아침을, 요건 참 기억에 남게 본 영화에요. 어우.. 표현이 어려워요.. 근데 좋아요!! >_<

다락방 2009-08-23 19:44   좋아요 0 | URL
킬리언 머피가 근사한 배우라는 걸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 보고 알게됐죠. 그러고보면 킬리언 머피는 꽤 괜찮은 영화에만 출연하는 것 같아요. 배트맨 비긴즈도 그랬고(저는 배트맨을 좋아해요!) 28일후도 그랬죠. 아, 28일후 정말 외롭고 고독한 영화였어요!!

마노아 2009-08-2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별찜과 추천을 부르는 페이퍼예요. 품절은 왜 이리 많은 건가요! 다락방님은 진정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이에요!!

다락방 2009-08-23 19:45   좋아요 0 | URL
오옷, 별찜까지! 마노아님께 행복을 드렸다니 좋아요. 저는 앞으로도 마노아님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습니다. 불끈!!

레와 2009-08-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런 영화는 대체 어디서 소개 받는거예요, 다락방!
다락방 같은 친구가 있어 정말 다행이예요. ^^

다락방 2009-08-24 10:15   좋아요 0 | URL
소개라고 한다면 가끔 좋은 친구의 리뷰같은 것인데, 대체적으로는 그저 포스터 보고 마음을 결정하곤 해요. 이거 봐야지, 하고 말이죠. 게다가 저는 사실 극장을 클릭하고 거기서 하는 영화가 뭐가 있나, 살펴본 뒤에 영화를 결정하곤 한답니다. 극장을 신뢰한달까요 ;;
그렇지만 씨네큐브의 재단이 바뀌어서 이제 어째야하나..막막해요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