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여동생네 가족, 남동생네 가족이 모두 함께 울엄마아빠를 모시고 강원도 오크밸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네는 아이들이 있어 저마다 다녀온 적이 있지만 나랑 부모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갔더니, 우리처럼 삼대가 놀러온 가족들이 진짜 많더라. 대부분 그런 가족들이었다. 확실히 명절의 풍경은 바뀌고 있구나.
아이들과 같이 가서 좋았는데, 아이들과 같이 가야만 좋은 곳이기도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여행한다면 딱히 가서 할 게 없는 곳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숲뷰는 좋았지만, 그거 말고 딱히 뭐 할 게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몇해전부터 명절 혼자여행을 포기했다. 가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조카들이 모두 함께 모여 노는걸 보는게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아, 너무 좋네, 이거 계속 보고싶다, 해서 3년쯤 됐을까, 명절에는 조카들을 만난다. 조카들이 노는 모습 보는게 왜이렇게 행복하고 흐뭇한걸까.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걸까.
이번에도 고등1 중1 아이들이 6살 아이랑 같이 노는 거 보고 진짜 너무 흐뭇했다.

저녁은 다같이 소고기를 먹으러 갔다. 여동생은 단체사진에서 음식을 지우고 그림으로 만들었다. 물론, 챗지피티가 해주었다.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데, 왜냐하면 여동생이 그려준 그림을 내가 받아다가 또다시 수정했기 때문이다. 얼굴 다 다르게 다시 그려줘, 라고 ㅋㅋㅋㅋ 아무튼 3대가 함께한 여행이었고, 자식들 덕분에 호강한다며 부모님이 너무나 좋아하셨다.
식구들대로 방을 하나씩 잡았는데, 각 방에는 침실이 두 개씩이었다. 그래서 자는데 무리가 없었는데, 숙소로 돌아와 여동생네 가족이 있는 방2에 모여 다같이 놀다가 쉬러 갈 사람은 쉬러 가고, 그래서 술 마시는 사람들과 조카들만 남았는데, 나도 이제 돌아가야지, 아, 혼자 있는 시간 넘나 간절하다, 하고 내가 가져갔던 위스키랑 편의점에서 산 얼음 들고 ㅋㅋ 그리고 제부가 나 준다고 가져온 메론 썰어둔 것도 다 가지고 내 방으로 넘어갔다. 부모님은 주무신다고 들어가셨고, 고요하게 나 혼자 있어, 텔레비전 틀어놓고 또 술 홀짝이면서, 아, 너무 좋다, 그래 이렇게 쉬자, 하고 있는데 ㅋㅋㅋ 갑자기 도어락 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중학생 조카가 들어왔다. 나는 너무 웃겨서, 너 왜 안자고 왔어, 했더니 그냥, 하고 옆에 앉는게 아닌가. 그러다가 작은방 가서 혼자 놀고 ㅋㅋ 그게 너무 이쁜거다. 얘가, 지네 방 아니어도 이렇게 이모방에 온다는게 너무 예쁘고 소중해. 잠시 후에는 그런데 고1 조카까지 와서, 이모 영화보자, 막 이러다가 ㅋㅋ 할머니 코고는 소리에 깬 할아버지가 나와서 할머니 코고는 소리 탱크같다고 하니까 조카들이 빵 터져서 웃다가 할아버지 불쌍해~ 하고 늦은밤에 내 방에서 노는데, 내가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니 자식들 다 왜 여기와있냐' 하니까 ㅋㅋ 여동생은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응, 언니 다 가져"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이랑 실컷 놀다가 이제 나도 졸려서, "니네 이제 가서 자" 했는데, 애들이 또 얌전히 일어나는거다. 이모가 데려다줄게, 하고 아이들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나는 이게 너무 예쁘고 소중했다. 엄마아빠 방에 있는게 아니라 훌쩍 그냥 이모 있는 방, 할미 할비 있는 방에 건너오는게 너무 예뻐. 아이들이 이모랑 할미할비를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코끝이 찡할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이 순간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나서,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엄마랑 둘이 술마시면서도 이 얘기를 계속 했다. 아, 그 때 너무 좋았어, 너무 예뻐 아이들..
내 조카들 넘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일요일인 어제는 여동생이 아침 일찍부터 왔다. 나랑 트레일러닝 해보겠다고 ㅋㅋ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여동생은 몇 주전에 나랑 함께 가서 트레일러닝화를 샀었고, 일자산 달려보자 했던 터다. 게다가 마침 남동생도 왔다. 엄마가 포도 가져가라고 불렀던거다. 추석때마다 이모가 포도를 가져오시는데(9월 26일 작성한 리뷰 참고), 시간이 잘 맞으면 이모한테 받아서 남동생이 처갓댁도 박스로 가져다주곤 했지만, 이번엔 시간이 안맞아 따로 시간을 내 가지러 온거다. 그러다보니 우리 삼남매만 오롯하게 모였고, 우린 같이 산에 가서 여동생과 나는 좀 달리고 남동생은 감기 걸려 약 먹고 헤롱헤롱해 걸으면서 왔다. 그리고 엄빠까지 다섯이서 동네 식당에 생선구이 먹으러 가서 다양한 생선 시켜두고 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동생들과 헤어졌다. 여동생도 산에 다녀와서 우리집에서 샤워하고 ㅋㅋ 남동생도 여기서 샤워할라고 그냥 일어나자마자 왔어, 해서 울집에서 샤워하고 ㅋㅋ 나는 동생들에게
"너네는 엄마집을 너무 좋아해."
이러면서 다같이 웃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여동생으로부터 톡이 왔다. 나의 장점에 대해 얘기한거였는데, 하- 이 진지한 칭찬 뒤에 남동생도 나에게 칭찬이랍시고 한 마디 덧붙였는데, 이것은 칭찬인듯 칭찬아닌 칭찬같은... 그 무엇?

나 진짜 남동생 말 보고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닥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틀리지 않은 말이다. 코로나 걸렸을 때도 남들 식욕 없다고 다 살빠지는데... 나만 살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코로나 걸리고 살 찌는 사람 누구? 나다, 바로 나!!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각자 받는 복이 있다고 생각하고, 내게 그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운이 없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은데, 그게 바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서 또 단 하나의 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망설임 없이, 고민 없이 이 복을 선택할 것 같다. 넉넉한 집안도 아니었고 배움이 짧은 부모님이지만, 나에겐 최선의 그리고 최상의 부모님이고 내 동생들이야말로 내 부모님이 주실 수 있었던 가장 큰 선물이다. 조카들은,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랑을 알게 해주었고,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그 아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짜릿한게 없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가족복을 택할 것 같다.
오늘 아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을 시작했다.
빨리 읽고 다른 책 읽고 싶다. 간절히, 간절히, 정말 넘나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