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는 에릭과 존을 만나 와인을 마셨다. 그들은 나에게 페이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며 끊임없이 와인과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그러더니, 아까 먹은 와인이 더 좋아 지금 와인이 더 좋아? 막 물어보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서 그냥 둘 다 좋아! 했다. ㅋㅋㅋ 그랬는데 또 다른 와인 사가지고 옴 ㅋㅋ 여긴 마트에서 와인 골라서 bar 에서 계산하고 마시는 시스템이다. 약간의 차지가 붙는다. 소고기도 마찬가지. 정육코너에서 사오면 여기에서 구워준다.

저 소고기는 호주산이었는데 좀 질겼다. 에릭은 한우가 더 맛있지? 하는데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기는 한우가 없고 일단 이게 있잖아.. 그래서 내가 .. 이것도 좋아 하고 먹었는데 좀 질기긴 했다. 그런데 지금 저거 다시 보는데 왜이렇게 먹고싶지. 이따 집에 가다가 사갈까..ㅋㅋ
되게 먹고싶네 지금? ㅋㅋ
토요일에는 몽골인 엥크리 를 만나 클락키에서 1차로 소주랑 맥주를 마시고 2차로 맥줏집을 갔다. 19세의 엥크리는 몽골에 있는 자기 차가 그립다고 했다. 너 차가 있어? 했더니 아빠가 생일선물로 차를 사줬다고.. 하아- 부잣집 아이였구나. 생일선물로 차라니.. 너 rich 하구나! 했더니 막 웃었다. 그러더니 나 핸드폰 두 개 쓰는거 보고 너 핸드폰 두개야? 해서 그렇다고, 하나는 싱가폴 용이고 하나는 한국용이라고 했더니 '너 rich 하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엥크리는 여기에서 카레이싱 경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운전하는게 너무 좋다고 했다. 운전하면서 노래 부르는게 너무 좋다고. 2차로 간 집에서 노래 나오는데 이 노래 아냐고, 이 노래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고, 두바이 갔을 때 많이 나오던 노래고, 자기 운전할 때 이 노래 들으면서 따라 부른다고 했다. 두바이에서 원나잇 하는 노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뮤비 보는데 저 남자.. 별로 원나잇 안하고 싶게 생겻네요..)
엥크리가 여기 너무 좋다고, 여기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래서 즐겁게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집에 가려고 식당을 나서는데, 하아, 식당 남자직원이 엥크리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니네 엄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너무 치욕스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엥크리가 아니라고, 내 친구라고 했다. 우리 둘다 아시아인인데다가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있다보니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듣는 싱글중년여성 기분이 상합니다. 직원님하, 막 함부로 관계 추측하고 그러지마. 이제 니네집 안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얘기도 브런치에 썼다. https://brunch.co.kr/@elbeso77/124
아 공부하려고 스타벅스 왔는데 공부는 안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월요일 파이널 이그잼이다. 휴우-
내가 얘기했나? 목요일에 수업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리딩 선생님이 나에게 그랬다. 너 잘하고 있고, 너는 시험 걱정 안해도 된다고. 나는 네가 잘 할거라고 원헌드레드퍼센트 믿는다고 말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선생님 감사해요. 그 얘기 듣고 교실을 나서면서 선생님 따라가서 이거 선물이라고, 책을 내밀었다. 이번 학기에 나를 가르쳐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하면서, 이거 펭귄 이네, 펭귄도 좋아해! 라고 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고 이 책도 매우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금요일 스피킹 선생님에게도 책을 줬다. 수업 시간에 작가를 예문에 넣는 문제가 있었는데 누구 넣을까, 선생님이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 안해서 나는 누구나 다 알만한 이름을 대자 싶어 스티븐 킹 을 댔다. 그런데 아무도 몰랐... 그래서 이 작가가 뭘 썼냐고 선생님이 물어보셔서 미져리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게 생각이 나서 스피킹 선생님의 선물은 미져리로 준비햇다.
나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알라딘에 이렇게 오래 머물고 알라디너들도 다 나같은 사람들이라서, 작가나 책 얘기하는게 참 익숙하지만, 그러나 알라딘을 벗어나면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고 작가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잘 얘기하지 않는다는걸 안다. 스티븐 킹으로 말하자면 알라디너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고 우리는 함께 샐리 루니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얘기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알라딘 밖으로 나가면 샐리 루니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잘 알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떠올린게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었는데, 그런 스티븐 킹도 모를 수 있었던 거였다.
지난번 한국어 모임 갔을 때 일본인이 권여선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오 권여선은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작가에요, 라고 내가 말했는데, 옆에 있던 다른 한국인 남자가 나에게 "아 아는 작가에요? 유명해요?" 그러는거다. 그래서 그렇다고, 오래된 작가라고도 얘기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남자가 "전 누군지 몰라서 찾아봤어요" 하는거다. 그러니까 권여선은, 알라딘 내에서라면 읽어보거나 안읽어보거나 좋아하거나 안좋아하거나 할 순 있어도 모르진 않는 작가인데, 알라딘 밖으로 나가면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되어버리는거다. 새삼 알라딘 얼마나 소중한지.. 이곳은 얼마전만 해도 샐리 루니 책 읽고 서로의 감상으로 뜨거웠던 곳. 세상에 다른 어디에서, 다른 누구와 그게 가능해지겠는가.
하여튼 그렇다는 거다.
아 공부해야 되는데 ..
그런데 두바이에서 원나잇하면 호텔값 장난아니지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