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비자 나오기 전의 임시 레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싱가폴 집 계약을 했었다.

학생 비자는 메디컬 체크업 한 뒤 1~2주면 나온다고 했는데, 내 집주인과 중개인은 계약서를 작성한 날로부터 16일 이전에 학생비자 카피본을 제출하지 못하면 계약은 무효가 되고 보증금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전에 이 내용에 대해 학교 직원과 중개인이 통화를 하기도 했던터러, 1~2주라니, 16일 전에는 되겠지, 생각하면서도 사실 좀 불안했다. 잘못해서, 뭔가 어긋나서 16일을 넘겨버리면 어떡하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초조해졌고, 8월 30일까지 나와서 제출을 해야 되는데 도대체 언제...

학급의 다른 학생들은 하나씩 둘씩 학생비자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재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나 초조한 나머지 학교 직원에게 학생비자 나는 언제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게 지난주였고, 그 때 직원이 '다음주에 잡혀있다, 하루 전에 연락주겠다' 했다. 그리고 그 하루전이 어제였다. 이민센터에 가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얼라리여 지하철로 가기는 좀 힘들고 구글맵은 다 버스로 길을 안내하더라. 그래, 어차피 수업 없는 월요일, 답사하고 오자, 약속 시간 꼭 지키라고 되어있으니 한 번 다녀와보자, 그래야 다음날 좀 낫겠지, 싶어서 버스를 타고 이민센터로 갔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버스에서 내리니 또 바로 있어서 어 그래 괜찮겠다, 하고는 돌아가려고 했다. 돌아가는 버스는 구글맵을 보니 저기에서 건너서 저쪽... 이건 뭐 지도 안봐도 되겠네, 하고 여기서 건너가지고 여기로 오면... 어, 그래 그 버스 있다! 하고는 오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어? 여기로 가는거 맞나? 나 잘 가고 있는거 맞나? 어차피 버스는 구글맵 보고 정류장 맞춰서 내려야하니까 지도를 보자, 하고는 구글맵 열었는데, 얼라리여 내가 가야하는 버스의 방향과 내가 실제로 탄 버스의 방향이 다른겁니다. 완전히 다른 길로 가고 있는거야. 점점더 나는 집에서 멀어지고 뭔가 외진 곳으로 가고 있었다. 아, 침착하자. 구글맵과 돈만 있으면 집에는 갈 수 있어! 여기가 어디지? 더 가기 전에 일단 내리자, 하고 헐레벌떡 내렸는데, 다행히도 MRT 역이 있더라. 그래 이걸 타고 가면 되지. 해서 예정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어쨌든 겨우 집에 도착했다.


여섯시에는 저녁 약속이 있었다.

처음 싱가폴에 집을 알아볼 때 본인이 '오지라퍼' 라고 했던 분께서 도움을 주셨고 또 싱가폴에 와서도 채경이한테 묻다가 흐음, 이것 말고 더 있을것 같은데 하면서 몇 번 도움을 받았던 분이 계셔 감사하다, 식사를 대접하겠다, 해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상대는 싱가폴에서 십년이상 일하고 계신 분이셨고, 월요일만 쉰다고 했다. 그래서 만났는데, 오지라퍼라서 도움을 받아 감사했고 또 긍정적인 성격에 나름 예의도 있으신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지만, 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고 대화도 하고 웃기도 했지만, 음.... 헤어지고나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앤드류 생각이 났다. 하.. 평소엔 괜찮았는데 오히려 사람을 만나니까 앤드류 생각이 나네. 싱가폴 와서 처음으로 한국어로 수다 떨었는데, 그러면 크게 만족하고 잠자리에 들어야하는데, 나는 왜 서투른 영어로 대화한 앤드류가 더 생각이 나지. 하- 앤드류가 내 버릇을 잘못들였네..


시간은 자정을 넘어있었고, 나는 앤드류가 너무 생각이나서, 그런데 평소를 생각하면 잘 시간이라서, 흐음, 하다가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늦은 밤이라 너는 아마도 자고 있겠지, 밤이라 좀 감상적이 되어서 이 문자를 보낼까 망설였지만, 그렇지만 너에게 말하고 싶어. 나는 네가 그리워, 라고. 그리고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앤드류로부터 답이 왔다. Belive it or not, I'm still awake :) 라고. 그리고는 I'm missing you too!! 라고 했다.다음날 있을 자신의 일정을 얘기하다가 앤드류는 이렇게 썼다.


I worry that you might feel so lonely in Singapore, away from home and nobody to speak Korean with!!

I imagine that these first few weeks will be the hardest and after that it should get easier.

You'll probably be questioning yourself a lot!

I'm sending you my good luck and good wishes.


그래서 내가 이렇게 보냈다.


I met a Korean person this evening. I enjoyed the conversation, but I was thinking of you.


앤드류는 내게 잘된일이라고 했고, 나도 그래 네 말이 맞아 좋은일이긴 한데, 나는 계속 널 생각했어, 라고 보냈다.  그리고 대화를 좀 더 하다가 굿나잇 하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 이 대화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에서도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했는데, 어쩌면 나는 이렇게 숨김이 없을까, 어떻게 이렇게 좋으면 좋다고 바로 다 말할까. 이게 나에겐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라는 생각을 한거다. 어떻게 이렇게 그립다고, 네 생각을 했다고 바로바로 다 말하지? 좀.. 대단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앤드류는 자신은 로맨틱한 사람이 아닌데 나 때문에 로맨틱을 믿게 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심지어 나는 앤드류에게 어제 이런 말도 했다.


In the lyrics of a Korean song, there's a line that says,

"You were the only one like you."

Andrew, You were the only one like you.


나는 좀 ㅋㅋㅋ 짱인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예전에 칠봉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좋아하는지 의심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의심없이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좋은건 좋다고 말하고 살아야지. 아무튼 내가 좀 짱인것 같다. 



오전에는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내가 어제 탔던 버스가 한참후에 온다고 했고, 그래서 다른 버스를 탔는데 어쨌든 제대로 잘 내렸다. 그리고 무사히 학생비자를 받고 중개인에게 학생비자 스캔본을 보내놓고, 또 학생비자 나오면 바로 유틸리티 계정 만들어 등록하라고해서 그것까지 마쳤다. 이제 더이상 학생비자 때문에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지만,


그러나 유학생의 생활이란 얼마나 고단한가.


집에 오면서 내일 도시락 쌀 거 장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준비하고,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숙제 하다가, 아 내일 간식 준비해야지 준비하고, 내일 도시락은 이렇게 하자 재료 준비하고, 다시 숙제하고... 유학생의 생활이란 무엇인가. 돈 벌겠다고 호기롭게 브런치랑 투비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그래서 응원금도 받았는데,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도시락 싸고 장보고 숙제하고 청소하고... 24시간이 모자라..


내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이다. 

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네 진짜로 ㅠㅠ 

계획은 숙제 다 한 다음에 예습도 조금 하는거였는데, 간신히 숙제만 하고 자야할 것 같다. 


오늘 저녁 먹으며 바라본 풍경.




테니스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휴 내일 또 학교 가야돼. 미쳐버려..

나 6개월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그리고 이 어린 아이들이... 영어 못하는 줄 알았는데.... 샤이해서 그런거였는지, 점점 더 말들을 잘하고 있다.

오늘은 열여섯 중국 여학생과 대화를 했는데 영어를 너무 잘하는거다. 여태 만난 학생들 중에 최고인듯. 너 왜이렇게 잘해, 했더니 아홉살부터 영어공부했다고, 여기서 영어 공부 마치면 대학도 가고 아일랜드에 가서도 공부할거라고 했다. 또 중국 천재 왔나보다.

같이 있는 친구는 이 친구만큼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는것 같았는데, 그들이 나에게 중국어 할 줄 아냐고 해서 모른다고, 그런데 며칠전에 다른애가 단어 하나 알려줘서 '띠티에' 할 줄 안다고했다. 그러자 이 학생들이 막 웃으면서 나더러 smart 하단다. 껄껄. 얘들아.. 단어 하나로 스마트 하다니, 언니가 '우유'만으로는 몇개국어가 가능한 줄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내친김에 아이들한테 하나 더 알려줘, 라고했다.


그들은 '니 하오' 알려줬고 헬로우라고 했다.

헤어질때는? 물었더니 '짜이치엔' 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국어 세 개 습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이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루에 하나씩만 물어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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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8-26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류 돌아와~~ ㅋㅋㅋㅋ
다락방님께는 잊혀졌을 샐리루니의 책을 읽으면서 사이먼이라는 남자에게 앤드류 이입 중입니다 ㅋㅋ 근데 앤드류가 더 나은 듯 ㅋㅋㅋ
언어 천재 다락방!! 브런치도 시작하신 건가요??

다락방 2025-08-27 09:39   좋아요 2 | URL
저 일단 샐리 루니 책 한글로 읽기 시작했거든요? 읽고 내용파악 한 뒤에 원서 도전해보려고요. 아직 사이먼.. 이 나오기 전입니다.

https://brunch.co.kr/@elbeso77/102
https://tobe.aladin.co.kr/n/484788

위에는 브런치, 밑에는 투비 입니다.
브런치는 현재 알라딘 글을 거의 갖다 붙인거고요, 앞으로 브런치에 좀 다르게 써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라지만 아직 안쓰는 사람 ㅋㅋ)

바람돌이 2025-08-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집 문제라는 큰 산을 넘으셨네요
축하드려요
이제 남은 일들은 시간에 쫒기지 않으며 해도 될테니 다 잘될거예요. 물론 시간에 쫒기지 않는 항목에서 숙제는 예외입니다. 원래 숙제의 정의가 시간에 쫒겨 허겁지겁하는 뭔가 아닐까요? ㅎㅎ

싱가폴과 호주 사이 태평양을 넘어 보내지는 러브레터이 가슴이 같이 쫄깃해지는데요. 이러다가 다락방님 좋아하시는 책,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같은 책이 한권 나올들 합니다. 걔들은 이메일, 다락방님은 페북이나 왓츠앱?. ^^

다락방 2025-08-27 14:22   좋아요 1 | URL
네, 바람돌이 님. 이 집 문제가 내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대단했어요. 학생비자로 얼른 계약 마무리 잘 되어야 하는데, 유틸리티 계정 얼른 만들어야 되는데, 하면서요. 그런데 학생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으니 그저 기다려야 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이제 하나씩 해결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해야할 거 진행하고 있는 나 칭찬한다고, 오늘은 생각했습니다. ㅎㅎ

2025-08-26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8-27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8-2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생각하고 있는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
아, 그 사람.... 앤드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제 마음은 다시 한 번 두근두근 콩콩! 인절미마냥 쫄깃해집니다.

다락방 2025-08-27 14:27   좋아요 2 | URL
저녁 같이 먹은 한국인이 다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좀 제 기분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 ㅋㅋ 음 다시 만나지 말아야겠다 했어요. ㅋㅋ 한국남자들이란 .. 흠흠. 하여간 그렇습니다. 모국어 써서 더 좋을줄 알았는데 제가 더 좋아하는 건 모국어가 아니라 폴라이트 였습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한결같이 예의바른 사람을 좋아했어요. 저 한국 남자 얘기는 네이버에 좀 사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저도 후회되는게 있어서.. 하여간,

앤드류가 너무 생각났어요. 폴라이트 했던 사람이 너무 생각났습니다. 저랑 감정의 결이 같은 속도로 흘러갔던 것 같아서 그게 좋았어요. 앤드류가 너무너무 보고싶은 밤이었어요. 휴.. 릴렉스 하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5-08-27 16:21   좋아요 0 | URL
네이버 조만간 가봐야겠네 ㅋ

다락방 2025-08-27 16:26   좋아요 2 | URL
제가 얼마전에 쓴 글이 서로이웃이라 못봐서 잠자냥 님께 이걸 어떻게 보여드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 아 별 건 아니고 집안 일 쓴거였어요. ㅎㅎ

잠자냥 2025-08-27 16: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얼마전에 가봤다가 싱가폴 연재만 있어서... 그냥 나왔다가... 지금 갔따가...
잘못 눌러서 괜히 이웃만 취소했다가 다시 신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8-27 17:05   좋아요 0 | URL
서로이웃이었다가 이웃 취소됐다가 ㅋㅋㅋㅋㅋ 여기도 사연이 많네욬ㅋㅋ코리안 타임으로 17:04 아직 새 글 안 올라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8-27 19:48   좋아요 1 | URL
아 잠자냥 님과 저는 ‘서로이웃‘ 이 아니라 ‘이웃‘ 이었어요. 애초에 잠자냥 님이 ‘서로이웃‘은 신청 안되게 막아놓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어떤 글은, 가끔이지만 서로이웃 으로만 씁니다. ㅎㅎ 네이버가 이게 복잡하더라고요. 이웃이거나 아니거나 둘중 하나가 아니라 이웃이 아니거나, 이웃이거나, 서로이웃이거나. 이렇게 하나가 더 있더라고요. 더 깊은 단계랄까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8-28 10:35   좋아요 1 | URL
일단 서로이웃 신청 막았던 거 풀어놨습니다.
근데 당신도 막아놨더라곸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8-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감정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다락방 님은 그래서 연애 잘하는 거 같기도. ㅎㅎ
밀당 이런 거 하느라 머리로 재고 그러면 옆에 있을락말락한 사람들도 다 달아나거든요. ㅎㅎㅎ

다락방 2025-08-27 19:52   좋아요 0 | URL
저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 점이 분명 연애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사람과 오래 한 공간에 같이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기 때문에 곧 끝나버리고 맙니다. 이게 연애에 있어서 저의 가장 큰 단점인데, 제가 이걸 평생 못고칠 것 같습니다. 서는 ‘우리 둘이‘ 보다는 차라리 ‘세상 속에 나 혼자‘ 쪽을 훨씬 선호해서요. 이걸 못고쳐서 상대에게 좋은 연애 상대가 될 수 없을 것 같고, 그래서 저는 글러먹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