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과정에서, 남성이 외부 자연 세계와 맺는 대상-관계에 대해갖는 생각은 자신의 신체기관들을 그리는 상징들 속에 표현되어 있다. 남성 생산성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첫 번째 신체기관이 도구를 제작하는 주된 수단인 손이 아니라 남근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초기 여성 경작자들이 사용했던 땅 파는 막대기와 호미를 쟁기가 대체하는 단계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다. 일부 인디언 언어에는 쟁기와 남근이 유사하다. 벵골 속어에서 남근은 ‘도구‘ yantra라고 불린다. 물론 이런 상징주의는 외부 자연에 대한 도구적 관계만이 아니라, 여성과의 관계도 표현하고 있다. 남근은 여성을 대상으로 일을 할 때 사용하는도구, 쟁기, ‘물건‘이다. 북인도 언어들에서는 ‘일‘과 ‘성교를 같은 단어 ‘캄‘kam으로 표현한다. 이런 상징주의를 통해 보면, 남성에게 여성은 외부 자연임을 의미한다. 여성은 남성이 씨(정액)를 뿌리는 대지이자 밭이고 도랑(시타 Sita, 힌두교 여신)이다. - P144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성의 기술이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계속 생산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성은 새로운 것을 생산했다. 한편, 사냥 기술은 생산적이지 않았다. 사냥에 적절한 도구는 다른 생산적 활동에 사용될 수 없었다. 돌도끼는 달랐지만, 활과 화살과창은 기본적으로 파괴를 위한 수단이었다. 이들은 동물을 죽이는 데만 사용되지 않고,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그 중요성이 있었다.
바로 이런 사냥 도구의 성격이 이후 불평등하고 착취적인 사회적 관계들뿐 아니라 남성의 생산성이 더욱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기를 제공하는 사냥꾼이 공동체의 영양 수준을 높였기 때문에 그런 발전이 나온 것은 아니다. - P153




남성의 생식 기관 혹은 생산에 관계되는 기관인 고추는 도구이며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사랑을 나눈다고 할 때도 고추를 사용하지만 강간을 할 때도 고추를 사용한다. 활과 화살과 창이 사냥을 함과 동시에 파괴하는 수단인 것은 남성의 성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성기 역시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파괴의 도구가 된다. 그 도구는 '삽입' 함으로써 생산을 하고, 같은 단어인 '삽입'을 함으로써 강간을 한다. 남성의 성기가 무기이자 도구이기도 하다는 것은 삽입이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맨다 몬텔'이 [워드 슬럿]에서 이미 말했던 터다.



사회언어학 수업에서, 나는 젠더 스테레오타입이 영어에 숨겨진 미묘한 방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삽입'이라는 단어가 섹스가 남성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발상을 함축하며 이를 강화하는지 등을 배웠다. 마치 섹스는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삽입의 반대는 흡입이라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섹스를 말할 때 쓰는 용어에 따라서 삶이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 가능한가? 여성이 성적인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으로 조명된다면,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의 그것과 달리 궁극적인 목적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질문은 내 마음을 앗아 갔다. -p.28









여성의 질과 자궁은 파괴의 기관이 아니고 여성은 섹스를 할 때 흡입한다 말하지 않는다. 흡입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좀 더 여성 주체적이 되는걸까? 그런데 흡입하기 싫은데? 남성의 성기가 생식기관일 뿐만 아니라 파괴의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도구 역시 사냥 뿐만 아니라 파괴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생산을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게 착취와 억압을 당한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남성의 성기가 무기이기도 하다는 것은, 정찬 작가도 알고 있었다.




누가 영서의 아버지죠? 남성이에요. 단순하고 막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에겐 단순하지도 않고 막연하지도 않아요.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은 가해자가 될 수 없어요. 신은 여성에게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를 주지 않았어요. 이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예요. 저는 영서가 여성이었음을 알았을 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어요. 기쁨의 이유는 가해자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며, 슬픔의 이유는 희생자적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지요. (<희생>, 115쪽)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아니다, 이건 옳지 않다. 참이 아니다.

남성이 생산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생산에 관여할 수 있지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됐다.

만약 남성이 임신할 수 있었으면, 그렇다면 달랐을까? 자신의 몸으로 임신할 수 있고 출산할 수 있었다면, 자기가 낳은 아이에 대해서 친자 확인을 할 필요가 없엇다면, 자신이 아이를 낳음으로써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의 성기를 파괴하는데 쓰지 않앗을까?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범죄는 열등감에서 비롯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기 보다는 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보다 잘난 사람을 파괴하는 데에서 범죄는 발생한다. 나는 남성이 도구를 만들어 파괴로 이어지는 지점도 스스로가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열등감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것은 여성을 사유재산으로 만들고 여성의 최고 미덕을 정절이라 세뇌시켰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자신의 손 안에 쥐기 위한 방법.


남자들은 자신의 생식력 없음에 열등감을 갖고 있고 그것은 여성들의 생식력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원초적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그녀의 생식력에 대한 두려움임이 밝혀졌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 P46












피셔E. Fisher는 남녀 사이의 지배 관계는 남성이 자신의 재생산능력을 발견해야만 수립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피셔에 따르면 이런 발견은 새로운 생산양식으로 동물을 길들이는 것-특히 사육하는것-과 함께 진행된다. 목축민은 황소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소를임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약한 동물들을 거세하고 없애는 것으로 귀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력한 황소 한 마리가 남아, 목축유목민이 생각하기에 암소를 임신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기간에 이용되었다. 암컷들은 성적 강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야생의 자유로운 섹슈얼리티가 강제적으로 경제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강제적 경제는 무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경제이다.

암컷의 무리를 만들고, 여성을 납치 강간하고, 부계를 따라 후손과 상속이 이어지도록 가부장제를 수립한 것은 이런 새로운 생산양식의 일부라고 할 만하다. 여성 또한 같은 경제적 논리의 대상이 되었고, 움직이는 재산의 일부가 되었다. 여성은 가축이 되었다. - P156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남성의 성기가 무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파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것은 어쩐지 남성의 성기가 없는 다른 존재들을 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남성의 성기가 파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 파괴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추와 파괴를 어떻게 해야 떼어놓을 수 있을까? 


계속 읽어보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성과 자연, 남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 사이의착취적인 지배 관계가 생겨난 것은 사냥기술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 P155

사실 큰 게임에 나가는 모든 사냥꾼은 사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여성이 구해온 음식을 먹고 사냥터로 향했다. - P148

사냥꾼이 여성보다 이렇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저자들에 따르면, 집단으로 사냥을 하면서 익힌 ‘긴밀한 유대의 규율‘이었다. 남성 우위의 근원에는 ‘남성 사이의 긴밀한 유대‘의 규율이 있다는 발상은 타이거가 일찍이 집단을 이루는 남성 Men in Groups(1969)에서 발전시킨 바 있다. - P150

a. 사냥꾼의 주 도구들은 생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치는 것이다. 그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수단이 아니라 파괴수단이며, 동료 인간을 강제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b. 이를 통해 사냥꾼은 동물과 인간 등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지배력을 갖게 된다. 이는 그들 고유의 생산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채집자처럼) 과일과 식물, 그리고 동물을 전유할 뿐 아니라, 무기를 이용하여 다른 (여성)생산자도 전유할 수 있다.
C따라서 무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상관계는 기본적으로 약탈적이며 착취적이다. 사냥꾼은 생명을 전유하지만, 생명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이는 적대적이며, 상호작용이 안 되는 관계이다. 생산과 전유의 착취적인 관계는 결국 모두 강압수단인 무기에 의해 지탱된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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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5-27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흡입이라는 단어도 좀….. 싫기는 마찬가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4-05-27 18:22   좋아요 1 | URL
흡입이란 단어도 흡입 행위도 별로에요. 흡입하고 싶지 않아요 -.-

단발머리 2024-05-27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근이 시각적으로 ‘확연히‘ 구분되지 않다가, 않았다가.... 구분되는(?) 그런 변화가 가능하기에 특별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임신시킬 수 ‘있는‘ 힘에 있겠죠. 그건 여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 자체가 역동적인건 아닌데 그렇게 보이는.... 그런 측면 때문에 남성 성기에 대한 과도한 망상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가 그 부분에 대해 제일 중립적이고 사실적인 태도로 설명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락방님 페이퍼 쭉 따라 읽다 보니까, <제2의 성>이 떠오릅니다!!

다락방 2024-05-28 07:40   좋아요 0 | URL
저는 임신이 랜덤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오늘의 섹스로 임신하게 되는것은 여자인 나일 수도 있고 남자인 너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강간에 대해서도 강간피해 여성일 수도 있고 강간 가해 남성일 수도 있다면, 지금보다 성범죄가 확연히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를 열달 동안 품고 그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여자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지금 이 지경이 된 것 같아요. 아 너무 싫어요 정말 ㅠㅠ

달자 2024-05-27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도 고추가 파괴적이라면 고추를 파괴하고 싶네요.....

다락방 2024-05-28 07:38   좋아요 1 | URL
달자 님의 생각이 제 생각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