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na Be with You
Mandy Moor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음악은 어려울 필요가 없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소곤소곤 격려를 하고, 위로를 하고, 할말을 대신 해줄 작정이라면 정말이지 쉬워야 한다. 쉽게 공감하고, 쉽게 느낄수 있을만큼.

내게 맨디 무어의 앨범이 그랬다. 몇해전에 구입해서 몇번 들었고, 그리고 또 얼마후에 다시 들었고, 또 얼마후에, 또 얼마후에. 그리고 지금, 그녀의 앨범에 무슨 노래가 담겨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지금, 나는 그녀의 그 맛있는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녀가 부르는 「I wanna be with you」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들으면서 생각했다. 어머나, 이 앨범에 실린곡들, 하나도 나쁘지 않구나!

그랬다.
뭐 하나 거슬리는게 없었다. 그저 아름답고 맛있게, 그러니까 사실은 슬프고 아프게 방안 가득 울려퍼졌다. 대체 이 곡들을 나는 왜 그간 듣지 않고있었을까 싶을만큼 귀에 박혔다. 나는 시디자켓의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시디 자켓을 뒤집어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내려뜨린 긴 머리와, 쭉 뻗은 팔과, 파란색 블라우스가 아름답다. 참으로 순수한 영혼일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목소리로 이런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나쁜 생각은 하지 않고 살것 같다고.




맨디 무어는 이렇게 노래한다.


I wanna be with you
If only for a night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단 하룻밤 만이라도.

아니,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단 하룻밤만 같이 있고 싶지 않다.

내 삶은 그다지 특이하지도 않았고 고집스럽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고,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삶도 평범할 것이다. 학창시절엔 숙제를 해오라고 해서  했고, 특별히 잘하는것이 없어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사랑도 마찬가지.
나는 당신이 온다고 했을때 오지 말라고 막은 적이 없고, 당신이 간다고 했을때 다리 한쪽을 붙들고 가지말라고 울부짖은적도 없다. 온다고 했을때 그래요, 했고 간다고 했을 때조차 잘가요, 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당신이 간다고 했을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나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단 하룻밤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스러질때까지 함께있고 싶다고.
당신에게 잘가라고 인사를 하고 난 뒤 사실은 정말이지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나 말하지 못해서 나는 그저,
이 노래를 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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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2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저까지 센티멜탈해 질라 하잖아요. ㅠ_ㅠ
근데, 앨범 발매일 정보는 왜 저럴까요? -_-;

홍수맘 2007-08-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왜 갑자기 슬픔모드래요?
가을이 들어서는 걸 님의 맘이 먼저 느끼는 걸까요?
올 가을에 대신 벅찬 사랑이 님께로 다가가기를...

가시장미 2007-08-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고 했을 때, 그래요. 간다고 했을 때 잘가요. 전 이렇게 말할 수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그렇게 말하게 될 수도 있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사랑은 모두 같은 모양일줄 알았는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모양인지.. 참 심기해요.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서로가 사랑한다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아마도 그래서 잡는 것 보다, 음악을 듣는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때로는 채념도 필요한가봐요.

다락방 2007-08-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urnLeft님/ 아아, 센티멘틸해지시라고 쓴 글인걸요. 성공했네요 ^^v

홍수맘님/ 네, 벅찬 사랑 접수예요. 흣~ :)

가시장미님/ 내가 하는 사랑은 모두 같은 모양일줄 알았는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모양인지, 에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살다보면 체념이 필요한 때는 더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2007-09-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2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9-0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떠오르게 했다니, 참 좋은 음악이군요.
음악도 그렇지만 글도 그렇죠. 다락님의 글을 읽고 나는 하고 싶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나 눈물이 핑 돌았어요.


다락방 2007-09-0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눈물이...왜 ㅜㅜ

2007-09-03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