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주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실제 성매매 여성들과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사채업자, 활동가, 기자, 성을 구매하는 사람까지. 성매매 시장이 크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나는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들중에도 소위 '아가씨'들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지는 몰랐다. 그들은 일수방 중개, 사채업자 중개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김주희가 인터뷰(면접)하려는 사람들 중에 딱히 성구매자를 넣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가씨 중 한 명인 <미연>을 만나는 자리에 그녀의 '단골손님'이 따라 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 과장으로 재직 중인 남성을 만나 성구매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판매 여성들을 만나는 것에 비해 남성 성구매자들을 만나는 일은 훨씬 손쉽다. '한 수 가르쳐주겠다'며 자신의 성구매 경험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남성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성구매자를 면접할 계획은 없었지만, <미연>을 면접하는 자리에 뒤늦게 합류한 <미연>의 '단골손님'이 자신도 '성매매 전문가'라면서 인터뷰를 적극 자처하여 1시간가량 면접을 진행했다. -p.80~81



나는 이게 진짜 이해가 안된다.

자, 성을 사는 사람이 있고 성을 파는 사람이 있다. 애초에 이 일 자체는 불법이다. 그런데 성을 판매하는 사람, 즉 돈을 받는 사람은 '창녀'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어디가서 '나는 돈 받고 몸을 팔아요' 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들이 하는 일은 오히려 다른 여자들을 욕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성을 구매하는 사람, 즉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오히려 위의 사례처럼 나는 단골이라는 등, 전문가라는 등의 말을 한다. 여자들이 몸을 파는 것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고, 욕먹을 짓이고, 더러운 과거가 되지만 남자들이 성을 사는 것은 '그럴 수 있지'가 되고 비공식적으로든 공식적으로든 받아들여진다. 어떻게 '나도 성매매 전문가' 라며 인터뷰를 자처하는 뻔뻔함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합법적이지 않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뻔뻔할까? 왜 그들은 자기들이 여성들의 몸을, 성을 산 당사자이면서, 그러면서 파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욕을 할까? 너무 이상하지 않나?



성시장의 패러마켓은 성의 '남성 문화'에 의존하는 동시에 '남성 문화'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성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p.79



애초에 성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것을 판매하는 일이 생겨났다. 만약 여성이 자신이 가진 재화가 그저 몸 하나 뿐이라서, 그저 성 뿐이라서 그걸 판다고 했을때,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 함이 마땅하다. 저축도 하고 집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분명 몸을 팔고 고생하고 힘이 들지만 돈이 없다. 늘 돈이 없다. 남성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또다른 남성에게로 돌아간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성매매 여성들을 고용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때로는 하루에 열여섯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여성들이지만, 그러나 그녀들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부자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에 돈이 필요해 선불금을 받고 일을 시작하지만 매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하루라도 쉬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이자는 원금에 더해지고 거기에 또다시 이자가 붙는다. 매일 일을 하지만, 더 일을 하기 위해 일터를 옮겨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는 언제나 갚지 못한 빚이 쌓여간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힘든데 돈이 없다는 것이. 매일 일하는데 빚에 허덕인다는 것이. 그렇다면 그 '매매'에서 발생하는 돈은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레이첼 모랜'은 《페이드 포》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 P124

















자, 계속 읽어보겠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한국 성매매 산업의 경제 규모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P25

도덕이 성매매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빈곤한 매춘부에 대한 남성의 성구매가 ‘구원‘으로서 옹호되었기 때문이다. 호혜적인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성구매 행위와 이렇게 지급된 화대는 유구한 시간 동안 성매매 산업을 유지시킨 원동력이었다. - P43

성매매 여성의 자활 지원은 성매매 경제 밖, 즉 합법적 시장경제의 영역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P53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기관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인데(Federici, 2011),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의 연구 이래 최초의 기계인 신체는 성별을 갖고 되었다. 그에 따르면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 역시 토지와 함께 수탈되었다.(von Werlhof, 1985). - P59

마카오의 성매매 경제가 아무리 호황이라도 외모가 변한 <다혜>가 돈을 벌긴 어려웠다고 한다. 여성들의 ‘미래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에는 업소의 수익 외에 여성 개인의 외모 또한 포함된다. - P103

캐럴라인 노마(Norma, 2011)는 호주의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업소의 ‘한국화Koreanization‘가 본격화도었다고 분석했다. - P106

한 여성의 부채액은 단순한 족쇄가 아니며 여성을 통해 얻을 미래 수익, 다른 여성들이 진 부채액과의 균형, 차용증의 이전 가능성, 금리, 경제 상황 등과의 관련 속에서 조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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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4-19 1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골에, 전문가에 난리났네요. 어디서 성구매 자랑질이야.... 어구 드런놈.... -_-;;
창녀라는 말처럼 성구매 상습남을 지칭하는 단어도 있으면 좋겠네요. 전문가는 무슨.......

다락방 2022-04-19 13:52   좋아요 5 | URL
저도 이 페이퍼 쓰면서 그런 생각 했어요. 성구매남성을 비하하는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세상엔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너무나 많은데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 빡쳐..
성매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성구매남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룩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랑할만한 거라고는 성구매 단골인 것 뿐인게 아닐까. 내세울 게 그거뿐인 너무나 자기 자본 빈약한 사람. 능력도 지향점도 미래도 없는 그런 사람. 아 너무 싫습니다 진짜. 성매매 전문가를 자처해도 아무런 혐오도 당하지 않는 그런 남자라뇨, 그런 세상이라뇨. ㅜㅜ

공쟝쟝 2022-04-19 15:12   좋아요 4 | URL
레이디 크레딧에 한국 문학과 영화에 성매수남이 성판매여성의 구원자로 등장하며 ‘순수한 남성’주체를 확인시켜주는 여성타자로 등장하는 클리셰 지적함 ㅋㅋ 어쩐지 대 작가들의 한국 문학 한국 영화 ㅋㅋㅋ 정이 안가더라 ㅋㅋㅋㅋ (대표작품 임권택 - 노는 계집 창 ㅋㅋㅋ 아놬ㅋㅋㅋ 영화제목잌ㅋㅋㅋㅋㅋ) -43페이지 각주 ㅋㅋ
나 대환장좀 여기서 하고 갈게요 ㅋㅋㅋ 훠이 ㅎㅎㅎ

다락방 2022-04-20 11:54   좋아요 1 | URL
창녀라고 욕하는 것도 남자고 그런 창녀를 구원해주는 것도 남자. 아주 창녀 없었으면 문학이나 영화나, 예술계 어떻게 됐을까 몰라요. 창녀를 죽이고 살리는 걸 다 지들이 해. 어휴.. 꼴보기 싫은 남자들. -.-

저 노는계집 창 친구들이랑 영화관에서 봤는데 내용 기억은 하나도 안나네요 대학생 때 본 것 같은데. 하긴 너무나 오래되긴 했지...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20 18:12   좋아요 1 | URL
최근에 다시 읽은 <죄와 벌>에서는 창녀가 라스콜리니코프를 구원해주죠. 이게 어릴 땐 그려려니 했는데 다 커서 읽으니까 그것도 뭔가 걸리적거리더라고요. 남작가들은 이러니 저러니 다 창녀에 대한 환상이 있는가 싶고…

다락방 2022-04-20 18: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창녀의 구원서사는 그녀가 ‘비록’ 창녀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는 순수한 영혼!! 을 부르짖으면서, 어쨌든 보통의 인간 보다는 순수와 타락의 어느 쪽에 놓이는 판타지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징그러워요.

책읽는나무 2022-04-19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일찍 한글을 깨쳐 쉼없이 책을 읽어온 덕분에 뭐랄까요?
책을 진짜 제대로 읽는 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제대로 된 해석을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합니다.
같은 책이어도 다른 감상이 있을 순 있지만, 제대로 된 해석도 필요할 때가 있을텐데, 그때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면, 다락방님의 감상이 때론 정확한 포인트가 되는 느낌입니다.
인용문을 며칠 전 저도 똑같이 읽었는데 성구매자도 인터뷰를 하는구나? 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락방님은 이상하다고, 정확하게 짚어 주시니...갑자기 응?? 그러네요? 이런 느낌입니다ㅋㅋㅋ
전 오로지 눈처럼 불어난 사채 이잣돈에만 꽂혀 한숨 쉬다가 책을 덮었어요.
그것으로 돈을 버는 종사자들의 목록표를 보고 이런 뻔뻔한 세상이 있었단 것인가??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일까? 며칠 상념에 빠졌었네요. 분명 같은 돈인데....????
성매매로 계속 돈을 버는 사람과 계속 돈을 갚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 갚으면 갚을 수록 빚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ㅜㅜ

다락방 2022-04-20 11:53   좋아요 1 | URL
분명 몸을 파는 것, 쉼없이 일을 하는 건 여자인데 돈은 그 여자에게 가질 않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어요. 남자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남자에게로 들어가는 일이요. 고생은 그 사이의 여자가 하고, 욕도 여자가 다 먹고.

제대로 읽는다니요, 책나무 님. 저 역시나 제 입장에서 제 기준으로 읽는것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말씀은 너무나 감사합니다! 후훗.

우리 열심히 읽어봅시다. 같은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상을 보는 일은 참 즐겁잖아요. 이 달안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여유롭긴 한데, 이렇게 여유 부리다가 또 막판에 막 달리는 거 아닌지 몰라요. 책나무 님, 화이팅!!

2022-04-19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