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이 나와 맞는 사람이 있고 아예 다른 사람도 있어서,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유독 약하고 겁먹고 무너질 때, 다른 사람들은 '대체 왜그래'라고 갸웃할 수도 있다.

그 유독 예민한 지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그것은 이해시킬 수도 없는 부분이다. 친근하고 다정하고 애정을 가진 이라면 그 지점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지 라고 알아주는 걸로 그 역할을 한다고 본다.

내가 유독 예민한 지점들을, 그래서, 건드리는 사람들을 나는 아주 싫어한다. 그것은 나의 약점인데, 그 약점을 붙잡고서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나는 싫어한다. 그 지점에 대해 공격한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나는 관계회복을 할 수가 없다.

인간은 어차피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인간이 그런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라면 그 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주변에 정말 감사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어제 뉴스는 소위 남자친구란 관계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여성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보여주었다.

고통 당하는 여자들. 고통 당하다가 결국 죽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없는 세상이 언젠가 오기는 오는걸까?




며칠간 우울해서 어떻게할까, 책도 읽기 싫은데, 하다 로드 액션을 한 편 보았다.
















현금수송 차량을 턴 네 명의 악당이 차량검문을 피하기 위해 휴게소에서 캠핑 가려는 한 가족의 차에 훔친 돈을 실어둔다. 검문하던 경찰들은 이 네 명의 악당이 수상해 차량을 검사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 어린 아들을 포함한 네 명의 가족의 캠핑 차량에 대해서라면 검문없이 통과시킨다. 이제 악당은 이 가족의 차를 따라간다. 자신들이 훔친 돈을 찾아 도망쳐야 하니까. 그러나 이 가족의 아빠는 자신들이 뒤따르는 차량이 단순히 자기들을 제치기 위한게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하고, 그래서 과속하게 된다. 경찰은 과속한 이 가족의 차를 세우고 면허를 달라고 하는데, 이 때 운전자인 아빠는 전과자이며 보호관찰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빠가 유치장에 간 사이 엄마와 아들 둘이 자고 있는 모텔에 악당이 침입해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돈가방을 찾지만 경찰이 오는 바람에 돈가방도 못찾고 일단 후퇴한다. 이 돈가방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은 혹여 아빠가 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게 아닐까, 가족들은 아빠를 신뢰하지 못한다.



며칠전 본 영화 <애프터:그 후>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상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연인이 되었지만, 타인의 한마디 말 때문에 다시 사이가 박살나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는 내내 남자가 자신에게 거짓을 말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여자의 안에 박혀있어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숱하게 찾아와도,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면 여지없이 재차 무너지게 되는거다. 신뢰란 이런 것이다. 한 번 얻는 것도 힘들지만, 잃었던 신뢰를 되찾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영화 <트랜짓>에서 아빠이자 남편은 이 범죄에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자신 역시 영문도 모른채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도, 가족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가족들은 여전히 아빠이자 남편인 그의 안에 그 돈을 갖고자 하는, 훔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는 한 번 사기죄로 걸렸던 사람이니까. 아니라는 그의 말은 가족들에게 닿지 않는다. 그는 다시 온전한 가정을 만들고 유지하고 싶었고, 가족들 사이에 신뢰를 되찾고 싶었는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재차 신뢰가 무너진다. 다시 말하지만, 신뢰라는 것은 한 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은 사실 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 있고 친해질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나를 배신했었다는, 그래서 신뢰를 잃었다는 그 사실을 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신뢰를 저버린 사람에 대해서라면 대부분, 다시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없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억압과 위반 사이》의 1부를 다 읽었다. 이 책은 바기나 덴타타가 궁금해 2부를 읽기 위해 산 책인데, 1부는 여성의 신체 기관, 특히나 재생산에 관련된 부분들의 공포에 대해 나온다. 영화 <엑소시스트>, <에일리언>, <캐리> 등을 언급하며 자궁과 질, 월경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재생산이 문제구나, 읽으면서 거듭 생각했다. 아니지.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재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여자'만' 재생산이 가능한 육체라는 것이 문제다. 여자만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남자들은 결코 재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결국 여성을 마녀로 몰고 공포영화를 만들어 혐오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까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남자들이 여자들의 처녀성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역시 재생산을 할 수 없는 육체를 그들이 가졌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화장실에서도 생각 많은 사람). 처녀여야만 비로소 그녀를 통해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구나, 했던 것. 그러나 그들의 표현대로 '헤픈' 여자라면, 그녀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녀의 아이가 확실한 건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나 '씨를 준다'고 으스대는 그 씨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거다. 재생산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들에게 있되 그것이 그들의 육체로 가능하지 않으니, 나의 것을 확실하게 재생산해야 한다는 보장을 얻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 여성의 육체를 괴물로 만들고 혐오하게 만들고 그리고 억압했구나. '바바라 크리드'는 이런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여러 영화의 사례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남자들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그녀들의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재생산이 가능한 몸을 침범하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쓰는 방법은 강간이었다.



<인큐버스>에서는 여성 우주비행사가 외계 생명체에게 강간을 당한다. (…) <플라이>에서는 여성 주인공의 애인인 과학자가 파리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되면서, 그녀의 임신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 후반부를 지배하게 된다. 이 공포는 주인공이 거대한 구더기를 낳는 자신의 모븟을 보는 끔찍한 악몽으로 표현된다. 재생산 능력 때문에 여성은 자연의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이, 그 구더기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나온다. (…)<마니토우>에서는 여성 주인공의 목에서 기괴한 종양이 자란다. 결국 그것은 사실상 자신의 부활을 제어할 수 있는 마녀-의사 마니토우의 태아임이 밝혀진다. 영화의 가장 끔찍한 시퀀스는 그녀의 기괴한 자궁/종양과 마니토우의 출생 장면에 집중되어 있다. (p.93)




너네 임신 가능하지? 그렇지만 강간 당하면 너네들은 외계인을 낳을 수도 있고, 파리를 낳을 수도 있어! 끊임없이 여성들이 가진 재생산 능력을 폄하하면서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걸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위의 구절은 영화 <브루드>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급된건데, 이 영화의 메세지에 대해 바바라 크리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가 암시하는 바는 남자가 없다면 여자는 오직 돌연변이에 흉악한 자식밖에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p.95)



가부장제의 담론은 여서의 육체를 상처입고, 불결하며, 자연/동물 세계의 일부분인 것으로 재현하기 위해 자궁을 이용해 왔다. (p.102)



바바라 크리드가 공포 영화들을 보며 분석했던 그 모든 시퀀스들이, 그녀가 말하는대로 자궁을, 질을, 생명의 탄생과 파괴를, 근친상간을, 월경을 표현하는게 맞을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영화들이 그토록이나 철저하게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만들어졌단 말인가. 내가 에일리언을, 엑소시스트를 그렇다면 너무나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에일리언을 다시 보고 싶어서 어제 굳이 굿다운로더로 다운 받았는데, 아직 외계인이 나오기 전, 그들이 한 행성에 도착해 기괴하게 생긴 비행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더이상 보지 못하고 꺼버렸다. 나는... 으앗, 외계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 ㅠㅠ 왜 돈주고 샀지 ㅠㅠ



여성 과학자들이 인공적인 환경에서 괴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래야 하겠는가? 여성은 자기 자신의 자궁을 가지고 있는데. (p.114)


그러고보면 여성이 주체가 되어서 한 생명(괴물)을 만들어내는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단순히 남성감독의, 남성주연의 영화가 더 많아서가 아니라, 저런 식의 욕망, 즉 재생산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된 것이겠다 생각하니, 그들이 결국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것이 연결성을 가진다.


바바라 크리드는 이를 노골적으로 짚어준다.



생명을 창조하고자 하는, 즉 출산하고 싶은 남성의 욕망은 작동 중인 더 깊은 욕망을 보여준다. 그들은 여성이 되고 싶은 것이다. (p.116)



그리고 마녀.

영화 <캐리>를 통하여 바바라 크리드는 마녀에 대해 얘기한다.


14세기 마녀술이 교회에 의해 이단 선고를 받은 뒤 마녀가 이제까지 해앻 왔던 돌봄의 역할들은 범죄로 낙인찍혔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조산술이 그랬다. 워커가 지적했던 것처럼, 사실상 마녀들은 그들이 받은 죄명에 있어서 무죄였다. 그녀들을 말뚝에 묶어 화형에 처하게 하는 죄명들이란 문자 그대로 악마와의 공조죄처럼 실제로 그녀들이 저지를 수 없는 죄였기 때문이다.(워커, 1983, 1084). (p.145)



삼세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활용되면서, 『마녀의 망치』는 재판관이 마녀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엄격하게 나열하고 있다. 명확한 증거 중 하나는 표면상 몸의 어딘가 다른 부분에 존재하는 세 번째 젖꼭지인데, 마녀가 이것으로 그녀의 측근이나 악마에게 수유한다고 믿어졌다. 결과적으로 여성이 체포되면 그들은 발가벗겨지고, 면도를 당한 뒤, (종종 공개적으로) 이 밀고하는 젖꼭지가 있는지 수색 당했다. (p.146)



와- 이 지독한 여성 혐오를 보라. 어떤 죄를 부여하고 그것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한 짓이, 여성들을 발가벗기고 면도를 시킨 일이었다. '마녀'의 성별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수색을 당한다. 너무 끔찍한 여성 신체에 대한 학대가 아닌가. 여성 신체를 이용한 죄의 증거 찾기라면, 얼마전 보았던 영화 <컴플라이언스>도 생각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건데, 패스트푸드 점이 바쁜 시간에 십대의 파트타이머가 절도죄를 지었다고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경찰이라며 패스트푸드점의 점장에게 지금 당장 그녀를 수색하라고 한다. 경찰이 지금 출동해서 거기로 가고 있지만 인력이 모자라고, 그녀의 집도 수색중이라며, 그녀가 교묘하게 숨겼을 수 있으니 그녀의 옷을 벗기라 하고, 전화를 건 상대가 경찰이라는 말에 점장은 속수무책 당하면서 지시하는 대로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남자친구를 불러서 옷 벗은 그녀를 감시하고 수색하게 한다. 결국 점장의 남자친구는 이 무고한 파트타이머를 성폭행 하기에 이르는데, 실제로 이 파트타이머는 무고한 희생자였으나, 그녀가 저질렀다는 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 발가벗겨지고 성적으로 폭행당한다.
















'실비아 페데리치'도 《캘리번과 마녀》에서 이에 대해 언급한다. 마녀를 수색한다는 명목하에 저지르는 여성혐오에 대해서.


피고에 대한 고문이 보여 준 성적 가학증은 역사상 필적할 데가 없는 여성혐오증을 보여 주는데, 이는 마법을 범죄의 하나로만 보았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표준적인 절차에 따르면, 피고를 발가벗긴 뒤 몸에 있는 모든 털을 제거한다(악마가 털 속에 숨어있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마치 잉글랜드의 주인들이 도망노예들에게 하듯) 악마가 자신의 피조물에 남겨 놓은 표식을 찾기 위해 질을 포함한 온몸을 긴 바늘로 쑤신다. 종종 순결의 상징인 처녀성을 검사하기 위해 강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더욱 혹독한 시련이 기다린다. 사지를 찢고 쇠의자에 앉힌 뒤 의자 밑에 불을 지피는가 하면 뼈를 으스러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교수형이나 화형에 처하는 경우 이들의 최후를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처형은 마녀의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해야만 하는 중요한 공식행사였다. 특히 마녀의 딸인 경우 때로는 엄마가 산 채로 매달려 화형당하고 있는 화형대 앞에서 채찍에 맞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마녀사냥은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악마화하며 이들의 사회적 권력을 파괴하기 위한 집단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고문실에서, 그리고 마녀들이 죽어가던 화형대에서 여성성과 가정에 대한 부르주아적 이상이 구축되었다. - 《캘리번과 마녀》,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p.274-275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죄 때문에 마녀로 취급받고 마녀로 취급받았기에 마녀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것조차도 다 여성혐오였고, 페미사이드였다. '폴라 호킨스'는 자신의 소설 《인투 더 워터》에서, '드라우닝 풀'을 언급한다.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p.7


















여자를 마녀로 몬다는 것은 어떻게든 기어코 죽이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마녀의 망치』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거세를 수행할 수 있는 여성의 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찌들어 있다. (p.147)


마녀는 그녀가 가부장제 담론 안에서 상징계 질서의 무자비한 적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 비체적 존재로 규정된다. (p.148)



다시, 캘리번과 마녀를 들춰보면,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권력과 계급이 여성에 의해 무너질까봐 여성들을 마녀로 잡아 넣는 얘기가 나온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은 여성을 탄압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 전체를 훨씬 효과적으로 억눌렀다. 지배계급은 이미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자신의 불행을 거세의 힘을 가진 마녀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고, 여성들이 당국에 저항해 획득한 힘을 자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교회의 여성혐오적인 선동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깊이 품게 된 모든 공포는 이런 맥락에서 동원되었다. -《캘리번과 마녀》,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p.281




'다르다'는 것이 주는 차이를 차이로 인식하기 보다 차별의 수단으로 쓰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신체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자궁을, 질을 하는 여성의 신체, 그리고 생리하는 여성의 신체. 생리에 대해서라면 '보부아르'도 《제2의 성》에서 몇가지의 사례를 언급했던 바, 성경에서부터 여성의 생리를 불결한 것으로 언급한다. 만약 남성이 생리를 했어도 그것은 불결한 것이었을까?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었을까?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까?


특히 <레위기>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자기 몸에서 피가 흐르는 여자는 7일 동안 부정하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사람도 누구나 하루 종일 부정하다. 그녀가 눕는 침대나, 그녀가 앉는 자리는 모두 부정하다. 그녀의 침대를 만진 사람은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어야 하며, 그날 하루 종일 자신도 부정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은 임질(淋疾)에 걸린 남자의 부정을 다룬 내용과 똑같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p.199


가부장제 사회가 출현한 뒤로는 여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수상한 액체에서 불길한 효능만 인정하게 되었다. 플리나우스(로마의 장군, 관리, 저술가.)는 《박물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월경이 시작된 여자는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고 밭을 황폐화시키며, 싹을 죽이고 과일을 떨어뜨리며, 꿀벌을 죽인다. 만일 그녀가 술에 손을 대면 포도주는 식초가 되고 우유는 시큼해진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p.199















생리 시작한 여자가 꿀벌을 죽이는 게 증상이라면, 너무 양호하지 않은가. 수많은 동물을 죽이고(심지어 성적으로 학대도 하고!), 여성을 죽이는 남성들은, 생리도 안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생리보다 더 불결한 무엇이 그들에게 시작됐기 때문인가? 어쩌면 정액이 그런 일을 하는걸까?

아무도 그것을 연구하진 않나요?



여성 괴물을 읽고 있는데, 여성 괴물은 왜 이토록이나 성적인가. 왜 그들은 '괴물'의 정체성보다 '여성'이란 정체성을 더 드러낼 수밖에 없는가. 여성의 육체는 피해자가 되어도 성적이고 괴물이 되어 다른 생명을 빼앗아가도 성적이다. 자궁과 질을, 생리를 떼어놓고는 여자를 볼 수 없는 거 너무 후지지 않나. 후지다. 아주 후지다.


이 책의 2부를 읽는 중인데, 이많은 공포영화들을 보고 분석하고 해석해 이 글을 쓴 바바라 크리드가 참 대단하게 생각됐다. 아무리 분석과 해석을 위해 본다 해도 이 끔직한 장면들을 보는 게 쉽진 않았을텐데. 나는 에일리언 한 편 다운 받아놓고 그 다음 진행을 못하고 있는데... 그러나 바바라 크리드 덕분에 내가 편하게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온 결과물을 책으로 읽는다.


아쉬운 건, 이 책이 시간이 좀 오래된 책이니만큼, 내가 한 번 볼까 싶은 영화들은 굿다운로더가 안되는 작품들이라는 거다. 바바라 크리드가 1993년에 이 책을 써주었으니, 이제 다른 누군가가 현재의 영화들로 그걸 써주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 책에는 꼭 《죽여줘, 제니퍼》가 들어가지 않을까. 영화속에서 학교의 인기걸 메건 폭스는 유명 밴드에 의해 폭행 당해 괴물로 변하는데, 그건 그녀가 '처녀'라고 말했지만 처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그렇지만 처녀가 아니라서 괴물이 되었다니... 너무 후지지 않은가! 그녀는 괴물이 되어 남자들을 잡아먹는다..

이 영화 역시 주인공 여성의 육체미를 강조한 영화다. 애초에 원제목 부터가 제니퍼의 바디야.. 하아-















바바라 크리드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영화를 언급하며(복수하는 여성!) 이 영화속의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지적하는데, 이 영화속에서 강잔장면을 심하게 재연한 것 같아서 여태 보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영화속에서 그런 여성혐오적인 면을 뺀 게, 내 생각에는 <리벤지>일 것 같다.

















음... 내가 쓸까?

그치만 바바라 크리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프로이트도 다 읽은 것 같던데... 나도 이런 저작 하나 쓰려면 프로이트를 일단 다 읽어야 되는거 아닐까.... 나는 그냥 이런건 누가 써주는 책으로 읽고 여성주의 책읽기나 열심히 하는 걸로...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에일리언 다운 받아놓은 거 너무 아깝지만 못보겠어. 괴물..싫어 ㅠㅠ

에일리언이 남성 지구인들 입에 강간해서 알 놓는 거 여러분 알고 있었나요? ㅜㅜㅜ

칼국수 먹을까 쭈꾸미 비빔밥 먹을까, 동생들에게 물었더니 다들 쭈꾸미를 먹으라고 했다.

칼국수를 먹으러 가야겠다.



이런 텍스트들에서 강조되는 것은 생성, 변화, 확장, 성장, 변형이다. 월경과 출산은 여성의 인생에서 그녀를 비체의 자리에 위치시켜온 두 가지 사건이다. 여성을 자연과 연결시키고 가부장제의 상징계 질서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여성의 생식하는 몸이다. - P103

다락은 이제까지 뱀파이어 내러티브의 전통이었던 지하 토굴의 안티테제이다. - P135

<사탄의 가면>과 마찬자기로 <서스페리아>와 <인페르노>는 상징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악의적이고 파괴적이며 기괴한 존재로서의 마녀에 대한 진부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 P150

어떤 공포영화에서는 마녀의 초자연적 힘이 여성의 재생산 시스템, 그 중에서도 특히 월경과 연결되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모성 멜로드라마와 여성 영화에서 월경만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성의 달거리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공포영화이다. <캐리>, <엑소시스트>, 그리고 <오멘4>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개발하는 어린 소녀들은 사춘기의 경계에 서있다. <캐리>와 <오멘>에서 소녀가 마녀 혹은 여성 악마로 변화하느 ㄴ과정은 초경으로부터 시작된다. - P151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11-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일리언을 보고 나서,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어요. 참고로 저는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사람이고, 꿈들도 좀 심심한 편인데, 에일리언 2 보고나서 ㅠㅠ 지금도 상체는 살 덩어리(얼굴 없음), 하체는 여성인 괴물 아닌 생명체가 ˝킬 미! 킬 미!˝ 하던 거 생각나요.
이 책 저도 <읽고 싶어요> 되어 있네요. 읽어 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11-04 14:28   좋아요 0 | URL
저는 에일리언 2 보고 ‘마이클 빈 멋지다..‘ 생각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3편 봤는데 당연히 마이클 빈은 안나왔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 에일리언 특유의 끈적거리는 그 액체 분비물.... 이 책의 언급대로라면 비체.. 그거 너무 소름 돋고 손에 닿을까봐 너무 싫어요.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아무튼 보기도 싫고, 이게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3편에서는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에일리언 뱃속에 품게 되잖아요. 물론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강간으로 ㅠㅠ 그 괴물 탄생에 자기 자신 희생해서 용광로로 뛰어들던 장면 생각나요. 윽.... 역시 다운 받은 거 안봐야되겠어요. 끔찍해요 ㅠㅠ
이거 왜 다운 받았을까요 ㅠㅠ

이 책 재미있어요, 단발머리님.
어떤 학자들은 포르노를 연구하느라 수십편 보고 후기도 찾아보고 또 어떤 학자는 공포영화를 수십편 보고... 그분들 덕에 제가 편하게 책을 읽고 알게 됩니다.....

2020-11-04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0-11-0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 글을 읽다보면 아 여기 천재가 또 있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요. 오늘 페이퍼도 엄지 척 따따발(따따불 아니라 따따발.... 따따따따따발.......) 로 놓고 갑니다.

다락방 2020-11-05 07:53   좋아요 1 | URL
어머. 천재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씀 감사합니다, 수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이만 천재는 물러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1-05 09:48   좋아요 0 | URL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오늘은 해피 데이 보내세요!!!!

다락방 2020-11-05 10:09   좋아요 0 | URL
심지어 귀여운 천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보냅시다, 수연님!

2020-11-06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1-06 08:3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